옥시·SK케미칼 등 18개사 1250억원 부과..1인당 평균 6460만원 지급
이정미 의원 “콜센터 상담현황 저조, 엄격한 판정기준으로 피해자 외면”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피해구제기금 집행률은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질환자들을 위해 조성된 기금이 약 1300억원에 달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판단 기준이 너무 엄격해 지원이 불충분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21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가습기메이트 ‘인체무해’ 부당표시광고 조사 중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회의록 공개 및 쟁점 설명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이은영씨가 발언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정부 당시 공정위가 ‘인체 무해 성분’이라고 표시 광고한 신고를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제재 처분 시효가 끝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조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옥시·SK케미칼 등 18개사가 낸 분담금으로 조성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특별구제계정은 총 1250억원이다.

1250억원의 달하는 분담금을 거둬들였지만 특별계정을 통한 지원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말 기준 162명에게 지원된 금액은 전체 계정의 8.4% 수준인 104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1인당 평균 6460만원이 지급된 셈. 긴급의료지원은 5명에게는 총 1억3300만원(1인 평균 2660만원)이 지원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체계는 기업 분담금인 특별구제계정(3·4단계 피해자)과 정부 예산인 구제급여(1·2단계 피해자)로 나뉜다.

지난 5일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조사·판정 결과 폐손상 1~2단계 등 살균제 피해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거나 ‘높음’으로 인정받은 피해자는 679명이다.

유형별로 폐질환 468명, 태아피해 26명, 천식피해 195명(폐질환·태아 중복인정자 2명, 폐질환·천식 중복인정자 8명 제외) 등이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피해 신고자 중 폐질환 4785명, 태아피해 26명, 천식피해 4134명 등은 정부 구제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지원을 받지 못하는 폐손상 3~4단계 피해자 등을 위한 마련된 게 특별구제계정이다. 부도기업 피해자이거나 구제급여 상당 지원 필요성이 인정된 신청자, 긴급의료지원 대상자 등은 구제계정운용위원회를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현재 특별구제계정 기금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에 따라 옥시 674억929만원, SK케미칼 212억8136만원, SK이노베이션 128억5026만원 등을 비롯해 애경,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LG생활건강 등 총 18개사가 분담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엄격한 판정기준으로 피해자들은 특별구제계정에서도 외면받고 있다”며 “정부는 피해자 입장에서 특별구제계정 판정기준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예산과 인력증가에도 피해자를 추가로 발굴하기 위한 전화상담 발신 건수가 하루에 1건도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의원이 기술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발신현황은 월 평균 360.5건이었다.

콜시스템과 인원이 충원된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발신현황은 총 3370건으로 7월(1265건 발신)을 제외하고 상담원 1인당 1일 발신건수는 0.88건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2017년 5월1일 콜시스템이 도입되고 같은 해 8월 추경 예산이 3억4300만원 증액돼 상담인원이 7명에서 15명으로 2배 이상 증원된 이후에도 상담체계가 거의 개선되지 않은 것”이라며 “2016년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찾기 초기 대응이 실패한 이후 최근 5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술원은 피해자들을 위한 전반적인 지원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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