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글 게재 및 개인 투자자·연기금 손실 야기 비판 확산

국민연금공단의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23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연금홀(중회의실)에서 실시된 가운데 김성주 이사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국민연금이 공매도 세력의 종잣돈 창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주식대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이 공매도 거래자에게 빌려준 주식의 가격하락으로 손실이 예상, 국민연금 주식대여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면서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금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3일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원회 국감에서 “내부토론을 거쳐 지난 22일부터 국내에서 주식 신규대여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기존에 대여된 주식에 대해서는 차입기관과의 계약관계를 고려해서 연말까지 해소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는 대여거래가 공매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2000년 4월부터 주식대여 거래를 해왔다.

주식대여는 금융투자의 일환으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내 현행법상으로도 정당한 거래 기법이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주식 대여시장 규모는 하루 평균 66조4041억원이었으며 국민연금의 하루 평균 대여잔고는 4483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2017년 국민연금이 대여한 국내주식이 대여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0.68%,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0.34% 정도였다.

이에 따라 2017년 주식대여로 국내에서 얻은 이익은 138억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4년간 총수익은 621억원이었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기관에 빌려준 주식이 공매도 세력에 악용돼 개인 투자자는 물론 연기금 손실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는 주식대여로 공매도 세력이 종잣돈을 확보하게 된다는 논리였기 때문.

하지만 국민연금은 전체 대여거래 시장에서 국민연금 비중이 1.8%에 불과해 공매도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되갚는 것을 말한다. 대규모 공매도로 주가가 떨어지면 국민연금이 기존에 보유한 주식 가치도 하락하면서 국민 노후자금이 위협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민연금은 “기금의 수익을 증대하기 위해 자본시장이 허용하는 제도를 이용했을 뿐이며 국내 주식시장을 교란할 비중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하면서 주식대여 문제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국민연금 개편 작업과 맞물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연금 주식대여 금지 청원에 수만명이 참여하는 등 우려가 확산되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 주식대여에 대한 국민우려가 크다”며 “주가하락 시기에 공매도까지 발생하면 주가하락폭과 일반 투자자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연금공단의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날인 23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입구에 희망나눔주주연대 관계자들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국민연금 주식대여 금지촉구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국민연금 주식대여를 둘러싸고 문제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국민연금 주식대여를 금지하는 데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희망나눔주주연대 의뢰로 22일 전국 성인남녀 104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1%가 국민연금의 공매도 거래자에 대한 주식대여 금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반면 반대 응답 비율은 13.1%에 불과했다.

특히 공매도 주식대여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찬성 응답률은 주식시장 관심도가 높은 층이나 주식투자 경험자의 경우는 각각 88.1%, 82.7%에 달했다.

주식시장 관심도가 낮은 층(66.0%)이나 주식투자 미경험자(67.4%)도 찬성 응답률이 절반을 넘었다.

이들 역시 국민들의 안정적 노후를 대비하는 국민연금의 손실에 대하여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응답자의 67.1%는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공매도 제도가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이 제도에 따른 피해가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보다는 개인 투자자에 집중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응답률이 73.1%를 기록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