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4당 특별재판부 설치 공조 관련, 이언주·지상욱 등 당내 보수성향 의원 반발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관련 특별재판부 설치 촉구’ 4당 원내대표 공동 기자회견에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바른미래당의 갈등이 제2라운드에 돌입한 양상이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공조하기로 한 가운데, 바른미래당 내 보수성향 인사들이 반발을 하고 나섰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여부를 놓고도 내홍을 겪은 바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홍영표 민주당·장병완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개입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별재판부 설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자유한국당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이에 이언주, 지상욱 의원 등 바른미래당 내 보수성향 의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도 넘는 국기문란행위를 당내 논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마음대로 합의해 준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지난번 판문점 선언 비준 관련,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의총이나 당내 논의 없이 비준해 주겠다는 발언을 했다가 당내 혼란을 야기하고 사과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부를 국회가 지명하겠다니, 제정신인가”라며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의 헌법정신에 반하는 발상으로 명백한 위헌”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법부가 독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는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독립을 침해하느냐”며 “권력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전체주의, 절대주의 국가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가 정말로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 의원은 4당의 특별재판부 합의 결정에 대해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역사적으로 과거 반민특위 이후 처음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야만적인 일이 발생할 지 몰랐다”고 꼬집었다.

(왼쪽부터) 이언주·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뉴시스>

그는 “이 정권은 적폐를 청산한다고 하면서 더 큰 적폐로 고용세습, 친인척 채용비리 사건을 일으키더니 사법농단을 막겠다며 더 심각한 사법농단을 저지르며 아예 사법체계를 허물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 의원은 “이 중차대한 문제를 의원들과 논의조차 하지 않고 다음 주 특별재판부 논의를 하자고 의원총회를 소집한 김 원내대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8월1일부터 특별재판부 구성을 주장해 왔고, 그 후로도 다섯번에 걸쳐 촉구했다”며 “두 의원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가 마치 새롭게 그런 일이 있는 것처럼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간 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 원인인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 의원총회를 열 수 없었다. 독단적 결정이 아닌 당의 법제사법위원회 의원 및 원내지도부 의원들과 상의해 내린 결정”이라며 “다음 주 의총에서 충분히 설명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바른미래당이 주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내홍을 겪는 이유는 ‘중도’ 성향의 국민의당과 ‘보수’ 성향의 바른정당이 모였기 때문. 물리적 결합은 이뤘지만, 화학적 결합이 되지 못한 탓에 매번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선출된 바른미래당 새 지도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당직자들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당직자 보듬기에 한창이지만, 이념 정체성으로 인한 입장차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내홍은 당분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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