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강현우 기자] 사법농단 관련 영장이 법원에서 무더기로 기각돼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격론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양승태 코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한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입법을 이번 정기국회 중에 공동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상황.

그러나 여야 4당과 한국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특별재판부 구성을 위한 입법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관련 특별재판부 설치 촉구’ 4당 원내대표 공동 기자회견에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민주당, 한국당에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협조 촉구

민주당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수사를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에 반대하는 한국당을 향해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9일 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한국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고 사법부가 삼권분립에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구속만이 아니고 사법농단까지 확인되고 있다. 특별재판부 설치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다행히 여야 4당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자고 합의해 구성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박주민 최고위원이 발의한 특별재판부 관련법을 언급하며 “특별재판부를 만들어야 된다는 요구까지 나올 정도로 사법농단이, 사법거래가 이뤄졌단 것을 우리가 지금 확인하고 있다”며 “정말로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한국당에 특별재판부 구성 논의를 촉구했다.

그는 또 “법원이 그동안 한 번도 자기혁신을 안 해왔는데 그러다보니 이런 농단이 이뤄졌고,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국민들 앞에 노출된 것 같다”며 “그런 농단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적나라할 거라곤 생각 안 했는데 처음으로 노출돼 큰 실망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은 사필귀정”이라며 “법원은 양승태·차한성 전 대법원장과의 공범관계를 인정했다. 사법농단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라는 한국당 주장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특별재판부는 대한변협,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재판관을 추천하는 거지, 국회가 추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는 특히 “오늘이라도 법사위를 열어 특별재판부 설치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사법농단을 비호할 건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협조할 건지는 한국당이 결단하길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아울러 박 최고위원은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삼권분립 훼손을 이유로 여야 4당의 특별재판부 도입 합의를 비판한 것에 대해 “특별재판부 관련 법안에서 국회가 판사를 지명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내용도 파악하지 않고 비판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또 별도 법원 설치가 위법이라는 주장도 기존 법원에 설치하는 거지 별도 법원을 설치하자는 것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야 4당의 특별재판부 도입 논의와 관련해 “국회가 나서서 판사까지 지명해야 하느냐”며 “한 쪽을 믿지 못하겠다고 해 신뢰가 약한 또 다른 기구의 권한을 키우는 것은 옳지 않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삼권분립의 기본을 흔들어가며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별재판부 안에 찬성하고 있는 야당들에게 부탁드린다”며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옳다. 혁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삼권분립의 정신을 지키며 그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 “특별재판부 설치하려면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해야”

한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사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 추진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또 이날 예정된 문희상 국회의장-원내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 간 ‘빅딜(협상)’이 있을 가능성 또한 재차 일축했다.

김 원내대표는 29일 사법농단과 관련해 특별재판부 도입을 촉구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해 “제발 좀 나서지 말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면 김명수 대법원장부터 하루 빨리 사퇴시켜야 한다”며 대법원장 교체부터 필요함을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가장 대표적인 코드 인사가 김 대법원장”이라며 “그렇게 야당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 임명을 강행하고 지금에 와서 사법부 전체를 불신해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고 하면 일의 선후가 김 대법원장부터 강력히 사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래야 국민들이 납득이 갈 것 아닌가”라며 “형편없는 짓 그만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고용세습 논란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 빅딜 여부에 대해 “애시당초 특별재판부 이야기는 국회에서 정치적 딜을 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거부입장을 보였다.

그는 “위헌적 요소가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고용세습을 뒤덮으려고 꺼낸 한마디”라며 “정치적 공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에 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가 완전히 불신된 상태에서 자신들의 코드인사 김 대법원장은 그대로 유지한 채 특별재판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찬성한 특별재판부 구성과 민주당을 뺀 야 4당이 찬성한 국정조사 실시를 두고 여야 ‘빅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야 4당은 잇따른 압수수색영장 기각과 자료 제출 비협조 등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어 사건의 명확한 실체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방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 사법부에 이 사건의 대한 엄정하고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워 특별재판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법조계조차 위헌 시비나 또 다른 형태의 공정성 문제 등 여러 쟁점을 두고 내부적으로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특히 특별재판부 설치는 사법부에 대한 인위적인 인적 청산 등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 사법부에 사망선고를 내리는 ‘신(新) 사법농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여야 4당과 한국당의 충돌이 한동안 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관련 법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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