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투명경영’을 강조해 온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의 앞뒤 다른 행보가 빈축을 사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와 창립 41주년 기념사에서 ‘준법’을 강조하며 겉으로는 청렴한 기업문화 확립을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뒤로는 하도급 업체에 ‘갑질’을 자행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모습.

특히 김 사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정 부회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형국이다.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 <사진=현대로템 홈페이지>

◆“가격 더 낮춰라”..현대로템 ’하도급 갑질’로 과징금 4억 철퇴

현대로템은 최근 기계설비공사 경쟁 입찰을 진행하면서 최저 입찰가보다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낮추다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31일 공정위에 따르면, 우이신설 경전철 건설을 진행한 현대로템이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대금을 최저 입찰가보다 낮게 결정한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1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2014년 11월 우이신설 경전철 건설 공사 중 2공구 및 3공구의 기계설비공사 하도급 계약 체결을 위해 4개사를 대상으로 경쟁 입찰을 실시했다.

현대로템은 도급받은 금액의 약 72% 수준의 목표가격을 정해놓고 최저 입찰가격이 이보다 높다는 이유로 3회에 걸친 입찰을 모두 유찰 시켰다. 또 가장 낮은 금액을 투찰한 2개사에게는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목표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현대로템의 행위를 위법이라고 봤다. 경쟁 입찰에 의해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대금을 결정한 것은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라는 판단으로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설명.

하도급대금 결정행위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저 입찰가격이 목표가격(예정가격)을 초과하는 경우 재입찰 또는 추가협상을 한다는 점을 미리 알려주고, 합리적인 예정가격에 대해 공증을 받는 등 사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문제는 현대로템의 하도급 갑질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올해 7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협력업체를 상대로 부당특약, 입찰담합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했다며 현대로템을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강조하며 하도급 갑질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로템에 달리고 있는 ‘갑질 기업’ 꼬리표는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로템 홈페이지 갈무리

◆겉으로만 ‘준법’ 외친 김승탁 사장, 정의선 부회장 발목 잡나?

게다가 2015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로템으로 자리를 옮겨 4년째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 사장은 평소 ‘투명경영’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외침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 사장은 올해 7월1일 창립 41주년 기념사를 통해 “업무상 사소한 실수, 성과만을 위한 잘못된 수단 활용 등으로 인해 회사는 국내외적으로 가혹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며 임직원들에게 법, 제도, 규정 등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앞서 2월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과도 같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법, 제도, 규정 시스템 등 관리체계 준수를 통해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투명성과 윤리성 확보를 최우선 경영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1년까지 글로벌 철도 차량 시장에서 매출 5위권에 오르는 것이 김 사장의 목표. 

하지만 최근 실적 부진에 하도급 갑질 문제까지 끊이질 않으면서 세계 5위는 고사하고, 국내 1위 철도 제작 회사라는 명성에도 금이 가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김 사장은 현대차그룹 안에서 대표적인 ‘해외 영업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기아자동차 글로벌전략실장(이사, 상무)과 유럽사업부장(전무), 현대자동차 영업기획사업부장(전무)과 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 현대모비스 기획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냈다.

김 사장은 2014년 12월31일 현대차그룹이 단행한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통해 승진했다. 당시 사장단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 체제 구축을 위한 ‘차세대 리더’ 중용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정 부회장과의 남다른 인연 덕인지 김 사장은 현대로템을 이끌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따라서 지난달 승진한 정 부회장의 앞날에 김 사장이 암초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에 사실상 ‘3세 경영’ 시대가 열렸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불공정’, ‘갑질’ 기업 수장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김 사장과의 인연은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현대로템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너무 확대해석한 것 아니냐”며 일축했지만 우려의 시선은 지울 수 없는 분위기다.

또한 이 관계자는 공정위의 제재와 관련해서는 “공정위로부터 아직 의결서를 받지 않아 현재로선 마땅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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