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미전실과 회계처리 변경 안건 논의..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관련 가능성 ↑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드러나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 사전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이 같은 안건을 보고·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

게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가능성도 대두되면서 공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그간 해당 의혹에 대해 ‘무혐의’를 주장해 왔던 삼성바이오는 <공공뉴스>에 “회계처리를 적법하게 했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이번 내부 문건 공개로 금융당국과의 공방전에서 수세에 몰릴 가능성도 높아진 형국이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오는 14일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 재감리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해당 안건을 심의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이슈는 11월까지 넘어오게 됐다.

증선위는 이날 오전 10시 회의를 시작, 삼성바이오의 2012~2014년 회계처리를 다시 판단한 금감원의 재감리 보고를 바탕으로 분식회계 혐의를 논의했다.

오전부터 시작된 회의는 오후 11시께 끝났다. 그러나 반나절 이상 진행된 릴레이 대심제는 금감원과 삼성바이오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론 없이 마무리 됐다.

금감원은 특별감리 결과,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증선위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맺은 콜옵션 사항에 공시 누락의 고의성을 인정, 검찰에 고발했지만 고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서는 판단을 보류하고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당시인 2012년부터의 회계처리도 적절했는지 따져보라는 것.

이에 증선위는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가치평가와 관련된 금감원의 지적 사항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재감리를 요청했다.

삼성바이오는 그동안 고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강하게 반박해 왔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약 개발에 따른 ‘가치 상승’으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야 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선위 논의가 다시 시작된 후 이 같은 회사 측 주장과 배치되는 내부 문건 내용이 한겨레 단독보도를 통해 공개돼 시선이 쏠린 상황.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 등 경영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고, 이 같은 회계처리 기준 변경이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내용이 골자다.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이 새롭게 확보한 증거는 삼성바이오와 삼성그룹 미전실 사이에 오간 전자우편. 삼성바이오는 2015년 11월 그룹 미전실에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와 관련한 회의 안건을 전자우편으로 보고했다.

당시는 2015년 7월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합병 비율‘ 논란을 사후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했던 시점.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삼성바이오젠과 합작계약서를 소급해 수정하는 방안,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만드는 방안, 연결 자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 3가지 안을 그룹 미전실에 보고했다.

<사진=뉴시스>

삼성바이오는 이 방안들을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 감사를 맡은 삼일·삼정 회계법인과도 논의했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안을 미전실 보고 일주일 뒤 확정했고,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는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인 2905억원에서 공정가액 4조8086억원으로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금감원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를 입증할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봤다. 특히 계약서를 소급 수정하겠다는 등 적극적인 의도를 보인 점과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그룹 미전실 개입이 확인된 것에 주목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와 그룹 미전실이 회계처리를 두고 움직임을 보인 것을 두고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와도 관련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문건에는 ‘통합 삼성물산은 9월 합병 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 사업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회계법인은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산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도 높게 평가받았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장부상으로 문제가 없게 만들어야 했다.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 등 자회사 평가 가치 등을 짜맞췄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

이 같은 분식회계 이유가 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이 부회장의 승계에 힘을 실어줬다는 정황이 더욱 분명해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 홍보실 관계자는 “(증선위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마땅히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회계처리는 적법하게 이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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