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고의로 5조 이상 가치 부풀린 정황 포착
박용진 의원 “삼성물산도 감리 착수”..최종구 금융위원장 “일리 있다”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고의로 ‘뻥튀기’한 정황이 담긴 내부문건이 정치권을 통해 공개되면서 ‘삼성바이오 사태’ 파장이 끝없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내부문건을 근거로 삼성이 삼성바이오 가치를 약 5조원 부풀려 평가했다고 주장하며 삼성바이오 모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감리 착수를 촉구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일리가 있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삼성물산은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

게다가 이날 문건 공개로 오는 14일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을 둘러싼 재감리 안건을 심의하는 2차 회의를 앞두고 있는 금융당국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부별심사와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바이오가 2015년 6월부터 11월까지 작성한 ‘바이오 사업 추진현황’과 ‘재경팀 주간 업무 현황’ 등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는 의혹을 수차례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이 부회장 일가에게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가치를 뻥튀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그러나 삼성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 변경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전혀 무관하고 국제회계처리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해 왔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15년 8월5일 삼성 내부문건에는 자체평가액 3조원과 시장평가액 평균 8조원 이상의 괴리에 따른 시장 영향 즉 합병비율의 적정성, 주가하락 등 발생 예방을 위해 안진회계법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바이오의 자체평가액이 3조원인 반면, 회계법인들은 8조원의 시장가치를 매겼고 삼성은 이렇게 엉터리로 부풀려진 금액을 국민연금에 보고했다는 지적.

또한 같은해 8월12일 문건에는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저평가하면 합병비율 이슈가 생기고,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와 불일치 해 사후 대응이 필요하다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에 박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시 가치평가액 8조원대가 엉터리였고 뻥튀기였다는 것을 삼성은 이미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이를 알면서도 뻥튀기 자료를 국민연금에 제출해 국민연금은 큰 손실을 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고의분식회계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 행위”라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심의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 고의분식회계 사건뿐만 아니라 삼성물산의 회계처리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신속한 감리에 착수해 분식회계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대해 질의하며 자료를 모니터에 띄우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와 관련, 최 위원장은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에 공감하며 박 의원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일부러 시간을 끌 필요는 없다”며 “사안이 복잡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객관적인 논의를 거쳐 공정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참여연대도 금융당국과 검찰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전후 과정에서 자행된 삼성의 불·편법 행위 전모를 밝히기 위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감리와 수사를 요구했다.

앞서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그동안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사태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닌지 의혹을 제기해왔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삼성그룹 승계작업의 일환으로서 계획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고의성을 입증하고 그 과정에서 회계법인이 적극 협조한 추악한 현실을 폭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나온 이상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의 책무를 가지고 있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을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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