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로 7명 사망..희생자 대부분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
30년 넘은 건물로 스프링쿨러 미설치..여야 정치권 “대책 마련 시급” 한목소리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화재 사고 피해자 대부분은 40~60대의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들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 상황. 특히 화재가 출입구 쪽에서 발생해 대피가 어려워지면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불이 난 고시원은 노후건물로 ‘스프링쿨러’도 설치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  

그동안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주거공급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졌지만, 이 같은 참사가 다시 발생하면서 ‘안전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소방 관계자가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이날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종로 고시원 화재로 7명 참변..‘안전 사각지대’ 놓인 일용직 노동자들

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5시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일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1시간 40분 만에 불을 잡았다. 하지만 이날 화재로 총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화재가 발생한 국일고시원은 연면적(건물 전체 바닥면적) 614.3㎡ 규모에 총 객실 54개로 이뤄졌다. 50여명이 지내던 이 고시원은 한 사람당 1평에서 3평 남짓한 공간을 사용했다.   

고시원 3층 출입구 근처에서 발생한 불이 대피로를 막았고, 7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희생자 대부분은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다.

더욱이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은 1983년에 만들어진 노후된 건물로 방화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노후건물이라 스프링쿨러는 없었으며 자동경보설비와 완강기로 연결된 비상탈출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하나 창이 없는 층 또는 층수가 4층 이상인 층이면서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곳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다.

2009년 법개정에 따라 건축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고시원 등 다중이용업소에는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지만, 이 고시원은 기존 고시원으로 스프링쿨러 대상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고시원 건물의 ‘안전 취약’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가 예견된 참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2008년 서울 강남구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당했다. 또 지난해에는 부산 진구에서 불이 나 1명이 다치기도 했다.

소방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다중이용업소 화재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다중이용업소 화재 3035건 가운데 252건(8.3%)이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결국 이번 종로 고시원 화재 참사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기본적인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안전 약자’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여야 정치권 “취약계층 사고 대책 마련 시급” 한목소리

한편, 정치권에서도 종로 고시원 화재 참사와 관련해 취약지역 주거환경에 대한 점검과 사고 예방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겨울철이 다가오는데 취약 지역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 사고를 예방하도록 소방당국도 만전을 기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이 매우 시급하다”며 “국가재난관리위원회 설치법이 1년째 논의가 안되고 있다. 상시적 재난 점검과 조사 업무가 이뤄지도록 재난 관리 시스템 정비를 위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최고위원은 “10월말 주택 이외 거주 가구에 대한 조사·지원과 노후 고시원 공공 리모델링 시범사업 등을 정부가 발표했다”며 “관련 예산 확보와 정책 집행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종로 고시원 화재로 아까운 생명이 목숨을 잃고 다수의 부상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던 생계형 일용직 근로자들인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오늘 56주년 소방의 날인데 고시원 화재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소방당국은 더 이상 사망자들이 발생하지 않게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전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번 사고를 “후진국형 참사”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주거문제에 대한 개혁을 요구해왔는데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주거 복지와 환경, 주거권리 신장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고시원에 고시생이나 청년들이 있는 게 아니다. 사망자들 대부분이 50~70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시간에도 고시원, 쪽방촌, 컨테이너에 갇혀있는 주거 난민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주거 난민의 실태를 전국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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