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사고·고장으로 인한 지연에 불만 속출→노후화 개선 및 안전대책 시급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취업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A씨는 최근 출근길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회사에 도착하기 위해 지하철 4→6→5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A씨는 갑작스런 사고나 고장으로 지하철이 지연되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 그렇다고 버스나 택시를 탈 거리도 못 되기 때문에 더욱 난감한 상황. 이 같은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A씨는 평상시 출근 시간보다 앞당겨 집에서 출발하지만 월요일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지하철이 지연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직장 상사에게 보고 드리는 것 또한 눈치 보일 뿐더러 한계가 있기 때문에 A씨 역시 답답하고 억울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A씨는 나이도 막내인데, 출근도 막내네. 언제쯤이면 A씨가 나보다 먼저 자리에 앉아보려나”라고 직장 상사가 무심히 던진 말에 A씨는 울컥했다. 지하철 문제가 A씨의 순탄한 회사 생활에 발목을 잡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생기면서 진지하게 자취를 시작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지난 10월29일 오전 6시께 오이도역을 출발해 당고개로 향하던 지하철 4호선 전동차(상행선)가 이촌역 터널에서 전력공급 차단으로 고장,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멈춰선 전동차는 오전 7시26분경 복구돼 운행이 재개됐다.<사진=뉴시스>

최근 지하철의 잦은 사고와 고장 등으로 인해 지하철을 타고 통학·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하철 대기통로는 인파가 넘쳐나 북적이고 출근하는 시각을 넘겨서까지 열차가 밀리는 현상이 반복되며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목적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 같은 고장이 발생하면서 지하철은 매번 지옥철이 되는 실정. 사고의 원인으로는 지하철의 노후화가 지목되는 가운데 철저한 대비와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지하철 고장·지연,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경기 의왕시 코레일 차량사업소 내에서 감전 사고가 발생해 지하철 운행이 30여분 간 지연됐다.

9일 오전 10시50분께 의왕 차량사업소에서 작업 중이던 A씨 등 근로자 2명이 감전됐다.

A씨 등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고 여파로 지하철 1호선 하행선 운행이 일시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은 상행선 1개 철로를 이용해 상·하행선 열차를 교차로 통과시킨 뒤 이날 오전 11시20분께 복구를 완료했다.

그러나 이달 초입인 1일부터 서울지하철이 지연 운행돼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1일 오전 8시58분께 서울지하철 2호선이 서초역 출입문 개폐 고장으로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또 같은 날 1호선 구로역에서는 성추행 신고가 접수돼 운행에 일시적 차질을 빚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29일부터 서울지하철은 연이어 4일째 고장나거나 지연운행 해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오전 8시께부터 지하철 2호선이 지연 운행돼 시민들의 불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도배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서울 방향 지하철 4호선에서 열차 고장이 발생하면서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열차 운행은 1시간여 만에 재개됐지만 배차 간격이 벌어진 탓에 지연 운행이 계속되면서 정상출근에 차질이 생긴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속출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11분께 지하철 4호선 당고개행 열차(코레일 4302호)가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주회로 차단기가 동작하면서 전력공급이 차단돼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촌역에서 신용산역 방향 4호선 상행선 열차의 운행이 1시간 넘게 중단됐다.

열차 운행은 공사가 구원 열차를 투입하면서 고장 약 1시간20분 만인 오전 7시30분께 재개됐지만, 열차가 1시간 이상 멈춰 배차 간격이 벌어졌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주회로 차단기 동작 및 주공기 압력저하로 동력 공급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출근길에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행이 재개된 이후 멈춰섰던 열차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해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

대다수의 시민들이 바쁜 출근길과 등굣길에 버스와 택시 등을 이용하는 방법을 택했으나 인파가 몰려들며 이마저도 원활하게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4호선을 이용해 출근이나 통학을 하는 시민들은 월요일 아침부터 열차 고장으로 지각을 하게 되자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10월24일에도 낙성대역 출입문 고장으로 지하철 2호선 일부 구간의 열차 운행이 지연돼 출근 대란이 발생했다.

지난 5월26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구의역 사고 2주기 추모 문화제 ‘너를 기억해’를 마친 참석자들이 ‘9-4’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추모메세지를 붙이고 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2016년 5월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 김모(19)군이 출발하던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한 사고다. <사진=뉴시스>

# 3년간 서울 지하철역 사고 부상자 1500여명 속출

지하철 문제는 단순히 고장이나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3년간 서울 지하철역에서 사고로 부상한 이용자가 1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교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시가 관리하는 지하철 1∼8호선 역에서 사고로 다친 이용자는 총 1574명에 달했다.

연도별로 2016년 689명, 2017년 611명, 올해 1∼7월 274명으로, 한 해 평균 52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셈이다.

이는 부상으로 인한 치료비를 지급받은 이용자만 포함된 수치로, 치료비를 받지 않은 경미한 부상자까지 더하면 사고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민 의원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작업자를 제외한 이용자 사망사고는 4건에 달했다.

2016년 10월 김포공항역, 2017년 8월 공릉역, 같은 해 12월 불광역에서 각 1명이, 올해는 2월 굽은다리역에서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신길역에서 뇌병변장애인이 휠체어 리프트에 탑승하다가 사망한 사고의 경우 아직 보험금 지급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사고 건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고유형별로 보면 끼임 등 열차 출입문 사고가 전체의 35.5%인 55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넘어짐 등 역 구내 사고 21.7%(342건), 에스컬레이터 사고 14.7%(232건), 승강장 발 빠짐 12.8%(202건), 넘어짐 등 열차 내 사고 12.7%(200건) 순이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 277개 역은 안전장치인 스크린도어가 전부 설치돼 있음에도 최근 3년간 스크린도어 관련 사망자가 2명 있었다.

2016년 5월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작업자가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사망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이 열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이처럼 인적 오류로 인해 지하철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가 안전관리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5단계에 걸친 확인시스템을 운영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인적 오류로 발생할 수 있는 지하철 사고를 최소화하고자 ‘안전5중방호벽’을 활용한 관리 방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했다.

이는 지하철 사고 발생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안전5중방호벽은 ▲안전한 환경 ▲안전한 작업 ▲위험요소 제거 ▲안전체계 유지 ▲실수방지 시스템 등 5단계로 구성됐다.

1단계부터 각 단계를 준수하면서 안전문제가 개선돼 결국 인적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성물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방호벽’에서 이름을 따왔다.

예컨대 승강장 안전문 관리의 경우 1단계(안전한 환경)에서는 지하철 기관사가 운전 전 직무 안전교육을 받아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최소화한다. 2단계(안전한 작업)에서는 열차 도착 전과 출발 시 기관사들이 수신호를 통해 안전절차를 철저히 준수한다.

이어 3단계(위험요소 제거)에서는 승강장 안전문이 열리지 않을 때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진단하는 등 위험요인을 발굴한다. 4단계(안전체계 유지)에서는 안전점검반이 기관실에 주기적으로 동승해 안전절차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마지막 5단계(실수방지 시스템)에서는 안전문이 열리지 않았을 경우 경보를 울려 기관사가 인지할 수 있는 실수방지 시스템을 설치하고 가동한다.

이와 관련, 5단계 매뉴얼을 안전문을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6개월 간 적용한 결과 인적 오류에 따른 운행 장애 건수가 22건에서 13건으로 약 40% 감소하는 등 효과를 보였다고 서울교통공사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관사들이 협소한 공간에서 같은 일을 반복할 때 발생되는 실수를 방지한 셈.

실제로 서울교통공사의 ‘안전5중방호벽 기반 안전 고신뢰조직 구축’이 올해 철도안전 혁신대회에서 최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 대책으로 추진한 2호선 신형전동차 도입, 승강장안전문(PSD) 장애물 검지센서 교체, 승강장안전문 관제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성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시험 운행하는 신형전동차 객실 내부에 설치된 CCTV의 모습. <사진=뉴시스>

# 지하철 범죄 ↑, 그러나 CCTV 설치율은 고작 30%

한편, 서울지하철에서 범죄도 자주 발생하면서 성범죄 비율은 4호선, 절도 비율은 6호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도시철도 노선별 각종 범죄 발생내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년~올해 8월) 서울지하철 1~8호선에서 총 6084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노선별로 살펴보면 2호선의 범죄발생 건수가 2171건으로, 전체 노선 평균인 760.5건의 3배에 달했다.

이어 ▲1호선 1009건 ▲4호선 851건 ▲7호선 680건 ▲3호선 547건 ▲5호선 411건 ▲6호선 365건 ▲8호선 50건 순으로 조사됐다.

범죄 유형별로는 성범죄가 절반에 가까운 3033건으로 가장 많고 절도 1649건, 기타(점유이탈물 횡령과 장물취득 판매 등) 1422건, 폭력 10건 순이었다.

아울러 노선별 범죄 발생비율 분석 결과, 범죄발생 내역 중 성범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4호선(55.9%)이 차지했으며 가장 낮은 곳은 6호선(27.1%)으로 확인됐다.

반면 6호선은 절도 비율이 전체 노선 중 가장 높은 40.8%를 기록했다.

박 의원은 “시민의 발인 지하철의 범죄를 줄여 안전한 대중교통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특히 성범죄 비율이 높은 만큼 단속과 적발은 물론 처벌을 강화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지하철 범죄 예방을 위해 전동차 내엔 폐쇄회로(CC)TV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서울 지하철의 CCTV 설치율은 3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전체 서울 지하철 전동차 3785량 중 1129량(29.8%)에만 CCTV가 설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7호선(561량)과 우이∼신설선(36량)은 전체 전동차에 모두 CCTV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2호선은 814량 중 456량(56%), 9호선은 198량 중 54량(27.3%)에만 CCTV가 있었다.

5·6·8호선은 설치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8호선은 120량 중 6량(5%), 6호선은 328량 중 8량(2.4%), 5호선은 608량 중 8량(1.3%)에 머무른 것.

특히 1·3·4호선은 CCTV 설치 대상이 각각 160량, 490량, 470량이지만 단 한 대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 의원은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이처럼 날로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서울시는 기존 전동차에는 CCTV 설치 의무가 없다는 점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룰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하철을 둘러싼 문제는 잦은 고장과 사고를 비롯해 범죄까지 노출돼 있는 실정.

더욱이 문제는 지하철 고장으로 인한 지각, 다른 교통편 이용 등 소비자가 입은 피해는 다른 산업 군과 달리 보상 받을 수 없다. 이는 ‘지하철, 철도 등 지자체 또는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한해서는 피해구제배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수천만 수도권 시민들의 발 노릇을 하고 있는 지하철의 잦은 고장 등으로 인해 시민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설 노후화는 안전문제뿐만 아니라 유지보수 및 관리비용 급증으로 이어지므로 서울시의 선제적인 유지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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