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하한제 추진, 보안인력 배치 의무화·CCTV 장비 지원 등 이용문화 개선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앞으로 응급실에서 의사 등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하고 진료를 방해하는 응급실 폭행범에 형량하한제를 도입하는 등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한다.

양형기준을 정하는 데에는 관계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나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유력하다. 또 응급실에 보안인력이 의무적으로 배치되며 응급실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해 주요 사건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대응하게 된다.

지난 9월4일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술과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남성이 처치 도중 1년차 전공의의 뺨을 때리고 간호사를 발로 차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당시 CCTV 화면 캡쳐.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12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응급실 폭행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실효성 있는 예방적 법·제도 개선 ▲신속하고 효율적인 현장 대응 ▲응급실 이용 문화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처벌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응급실 내 응급의료종사자 폭행 사건을 예방하고 안전한 응급실 진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현행 응급의료법이 형법(폭행은 2년 이상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보다 강한 처벌 규정(폭행에 의한 진료방해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명시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법 집행은 벌금형 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경찰청은 응급실 폭행범에 대해 실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형량하한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양형기준은 관계기관 협의 후 결정할 계획이다.

‘응급실에서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러 진료를 방해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한다’는 등 사람과 장소, 가벌 행위 등과 관련된 법정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해 처벌의 적절성을 높이기로 했다.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보안인력 최소 배치기준을 명시하고 응급실 보안인력 확보 등을 위한 응급의료수가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규모가 작은 응급실에는 보안인력이 없어 경찰 도착 전 자체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또 폭행 등 진료방해 행위의 67.6%(2017년 기준)는 주취자가 저지른다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경찰청-지자체-의료기관 협력하에 운영 중인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확대를 검토하고 ‘진료가 필요한 주취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경찰-의료기관 간 업무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응급의료종사자 대응지침도 마련해 폭행 예방을 위한 응급실 환자 응대 요령을 안내하고 폭행 사건 발생 시 안전한 장소로 대피, 경찰 신고, 증거 확보, 경찰 수사 협조 등 후속조치 사항을 제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매년 응급의료기관에 지원하는 보조금(응급의료기금)을 활용해 응급실-경찰 간 핫라인(폴리스콜) 구축을 독려하고 폐쇄회로(CC)TV, 휴대용 녹음기 등 보안장비 확충을 지원한다.

폴리스콜은 응급실 근무자가 비상벨을 누르면 즉시 관할 경찰서 상황실로 연결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순찰차가 현장으로 즉시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응급실 안내·상담을 전담하는 책임자를 지정해 환자·보호자에게 응급실 이용 및 진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한편 응급실 안내 리플렛, 구역·동선 표시, 실시간 진료 현황판 등 이용자를 고려한 서비스 디자인을 활용해 진료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응급실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접수·진료과정 등을 설명하는 ‘응급실 이용자 매뉴얼’을 마련하고 영상물·포스터 등을 제작해 지속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실 내 폭행은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다른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공공의 문제”라면서 “응급의료종사자가 안심하고 응급실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대한응급의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급의료종사자 62.6%가 폭행을 경험했고 39.7%는 근무하는 응급실에서 월 1회 이상 폭행이 발생한다고 응답했다.

최근 3년간(2016~2018년 6월) 응급의료 방해행위 신고·고소 현황을 보면 방해행위 주체는 대부분 환자(82.5%) 또는 보호자(15.6%)였고 그중 주취자 비중이 67.6%에 달했다.

현행법상 폭행에 의한 응급실 진료방해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고발된 893명 중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는 사람은 3%에 불과해 처벌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