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롯데하이마트가 또다시 ‘갑질’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엔 하이마트 일부 지점장이 파견 직원들에게 실적 압박을 하며 폭언을 일삼은 것은 물론, 휴가나 근무시간까지 마음대로 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

하이마트 측은 해당 지점장 2명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는 입장이지만, 하이마트의 갑질 논란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하이마트의 갑질 관련 글이 쏟아지고 있고,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불법파견 시비까지 불거지면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동우 하이마트 대표의 향후 거취도 ‘안갯속’인 분위기다.

더욱이 앞서 이 대표 역시 상습 폭언 갑질로 한차례 홍역을 겪었던 상황. 인사철을 앞둔 이 대표에게는 큰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로 잘 알려진 까닭에 이 대표는 회사 안팎의 크고 작은 잡음에도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

‘인적쇄신’을 강조하며 연말 ‘뉴 롯데’ 인사 물갈이를 예고한 신 회장이 이처럼 잊을 만 하면 터지는 하이마트 잡음을 묻고 이번 인사에도 역시 이 대표의 구세주로 나서게 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

◆롯데하이마트 지점장 갑질..징계 내렸지만 ‘일파만파’

13일 YTN에 따르면, 지난 8월 인천 지역 한 하이마트 매장의 지점장이 협력업체 판매사원까지 포함해 40여명의 직원을 소집했고, 이 자리에서 실적이 부진한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해당 지점은 전국 하이마트 460여개 가운데 지난해 매출 3위를 기록한 지점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A지점장이 직원에게 “네가 우리 모바일 팀장이냐. 10개 했다고? 그럼 1000만원이야. 벌써 매출 뒤지는 거야. 7000만원”이라며 추궁했다.

또한 A지점장은 “배드(나쁨) 나왔어. 굿(좋음)이 아니라 배드 나왔다. ○○점에서 처음이야, 인마 내가. 3년 동안 있으면서 이 XXX야! 어! 극복 못 하면 네 월급 다 토해내. 짜증 나 죽겠어”라고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A지점장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팔아야 할 품목과 수량까지 할당을 지정하면서 강하게 압박했고, 심지어 오랫동안 팔리지 않은 악성 재고까지 함께 떠맡도록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이마트 지점장의 갑질 행위는 다른 지점에서도 있었다. 부산의 한 하이마트 지점장 역시 협력업체 직원에게 매출을 강요한 것은 물론, 근무시간을 임의로 조정했다는 것.

이 지점의 협력업체 직원은 “‘이날은 사람들 많이 쉬니까 다른 날 쉬어라’. 지금은 단체 채팅방 운영을 안 하다 보니까 카톡 안 하고 구두상으로 실적 압박하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하이마트는 자체 인사위원회를 열고 A지점장에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부산 지역의 B지점장에게는 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내부에서 불거진 갑질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는 모습.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하이마트 관련 청원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쇄도..정치권에선 불법파견 의혹까지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이마트 강제연차 사용을 막아주세요’ ‘하이마트 지점장 갑질 및 SA직원에 대한 처우개선 좀 부탁드립니다’ ‘롯데하이마트 멈추지 않는 갑질’ 등 청원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청원글에는 파견직인 브랜드 판매직원을 상대로 원치 않는 날 강제로 연차를 사용하도록 강요하거나 달에 한두번 있는 교육에 휴무를 사용하고 참석하도록 했다는 등 하이마트의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하이마트의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발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하이마트는 삼성, LG, 대우일렉트로닉스, 쿠쿠, 쿠첸, 동양매직 등 납품업자로부터 인력업체 소속 판매사원 3846명을 불법적으로 공급받아 전국 지점에서 사용했다.

현행법상 대규모유통업에서 납품업체 인력 파견은 납품업자 등이 자발적으로 요청하는 경우 파견이 허용된다. 이때 판매사원은 납품업자 등이 납품하는 상품만을 판매·관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 등 납품업체가 파견한 판매사원들은 납품업체 제품을 제외한 타사제품을 판매·관리해서는 안 되지만, 하이마트는 지난해까지 판매사원들의 채용부터 재고관리까지 구체적인 업무를 지시하고 이를 감독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아울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화장품, 건설자재, 시계 등 일부 상품판매에 대해서만 파견을 허용하고 있어 파견사원의 가전제품 판매 역시 ‘불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대규모유통업 판매사원의 간접고용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하이마트 등의 불법파견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롯데하이마트 홈페이지 캡쳐>

◆신동빈 믿음에 ‘당당한’ 이동우, 쏟아지는 잡음에 연임 안갯속?

이처럼 쏟아지는 잡음에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 대표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는 형국. 특히 ‘갑질’ 논란은 이 대표와도 깊은 연관이 있어 더욱 뼈아픈 모습이다.

앞서 이 대표는 롯데월드 대표로 재직하던 2012년 당시 직원들을 괴롭히고 부당한 인사 조처를 했다는 논란이 지난해 8월 불거져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이 대표는 20년 넘게 회사에 근무한 조리사에게 흰머리를 검게 염색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해당 직원이 순순히 응하지 않자 회사를 그만두라는 식의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갑질 논란이 확산되고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에 압박을 느낀 이 대표는 같은해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이 대표의 해임안을 부결했다.

해임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이 대표의 임기는 오히려 2019년 3월까지 늘었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각별히 신임했던 것으로 알려진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신 회장이 이 대표를 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올해 2월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10월 풀려난 신 회장이 올해 연말 임원인사에서 대규모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

물론 신 회장이 올해 인사에서 ‘실적주의’에 방점을 찍는다면 이 대표의 연임은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마트는 2014년까지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이 대표 취임 첫해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하이마트의 최근 3년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015년 3조8961억3700만원, 1601억8000만원 ▲2016년 3조9394억4200만원, 1745억4000만원 ▲지난해 4조993억4100만원, 2074억6300만원 등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롯데그룹 계열사 안팎에서 불거지는 갑질 잡음 등으로 경영 상황이 뒤숭숭한 만큼 신 회장은 이 대표의 손을 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더욱이 신 회장 입장에서는 이미 한차례 이 대표의 구세주 역할을 한 것과 관련,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기업윤리’ 마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역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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