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명 술로 사망..사회경제적 손실비용 연간 9조4000억원
정부, 주류광고서 음주 장면·소리 금지 및 금주구역 지정 추진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13명이 술 때문에 숨지는 등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1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이 소주 115병, 알코올중독자가 139만명으로 성인 10명 중 1명꼴이다.

이에 정부가 이달 음주 폐해예방의 달을 맞아 공공기관과 의료기관, 아동·청소년 시설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강력한 ‘음주폐해 예방 실행계획’을 내놓으며 무분별한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 방지에 팔을 걷고 나섰다.

이와 함께 광고가 음주를 유도하고 미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오는 2020년부터 주류광고에서 광고모델이 술을 직접 마시는 장면이 금지된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알코올 사망자 4800명..男 5명 중 1명 알코올 사용 장애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상으로 2017년 알코올성 간질환 등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총 4809명에 달했다.

이는 하루 평균 13명이 술로 숨진 셈이다. 알코올은 담배성분인 비소, 카드뮴과 같이 1군 발암물질이자 중독물질이다.

연령별 인구 10만명당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는 30대(2.7명)부터 급증해 50대(22.8명)에 가장 많았다.

지난해 성인의 고위험 음주율(1회 평균 음주량이 7잔(여자는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분율)은 전년보다 0.4%포인트 오른 14.2%였다.

대학생 고위험 음주율은 20.2%로 성인보다 높고 1회 음주량이 10잔 이상인 경우도 38.4%로 성인(15.0%)의 2.5배나 됐다.

뿐만 아니라 질병관리본부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결과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할 청소년의 처음 음주연령은 평균 13.3세, 현재 음주자(최근 30일 동안 1회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는 16.9%에 달했다. 이들의 2명 중 1명(52.5%)은 위험음주자(최근 30일 동안 1회 음주량이 소주 5잔 이상)였다.

알코올로 인한 의존과 남용 증상이 있는 알코올 사용 장애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2016년 정신질환 실태조사를 보면 성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으며 139만명(평생 유병률 12.2%)은 환자로 추정된다.

특히 국내 남성의 알코올 사용 장애 유병률은 21.2%로, 5명 중 1명은 알코올 사용 장애를 가지고 있다. 알코올 의존증도 5.5%로 전 세계 평균 2.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때문에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상당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2015년) 조사결과,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9조4524억원으로 흡연(7조1258억), 비만(6조7695억)보다 많았으며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아울러 음주는 사회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2018년)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9.0%(1만9517건), 사상자 중에서는 10.3%(3만3803명)에 이른다.

대검찰청 통계(2017년)를 보면 살인과 강도, 강간 등 강력 흉악범죄의 30% 이상(1만121명)이 음주 상태에서 발생하지만 성범죄를 제외하고 주취 상태는 감경사유로 작용하는 등 처벌은 미약한 실정이다.

또 소방청(2017년)에 따르면, 구급대원 폭행자의 92%가 주취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등 주취폭력으로 경찰관, 구급대원, 택시기사 등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응급실 손상 환자 심층 조사결과(2016년)를 보면 자살·자해 손상 환자의 42.0%는 음주와 연관돼 있었다.

이처럼 음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술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문화와 인식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사회적 교류나 친목 도모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음주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

올해 나온 ‘음주문화 특성 분석 및 주류접근성 개선 연구보고서’(손애리 등)와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음주행태 심층 조사 보고서’(김광기 등)를 보면, 국민의 61.5%는 술을 파는 장소가 많아서 음주하게 되고 음주를 통해 친목 도모(52.8%)와 인간관계 문제를 해결(45.1%)하는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고위험 음주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더욱이 남에게 술을 권하고 개인이 음주량을 조절하기 힘들게 술잔을 돌리며 1차에서 2, 3차까지 술자리를 이어나가며 연거푸 마시는 집단적 음주문화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혼술’ 현상마저 나타나 술을 자주 마시게 하고 고위험 음주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국민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8.7ℓ에 달했다. 이는 소주로 115병(360㎖, 21도 기준), 맥주로는 348캔(500㎖, 5도 기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7일 경기남부경찰청 경찰관들이 경기 성남 서울톨게이트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남부경찰청>

◆술 광고 강력 규제, 공공기관 및 아동·청소년 보호시설 금주구역 지정

한편, 무분별한 음주로 폐해가 잇따르자 보건당국이 공공기관과 의료기관, 아동·청소년시설 등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류광고에서 광고 모델이 술을 마시는 등 음주를 유도·자극하는 표현을 하지 못하고 광고 내에도 과음경고 문구를 표기해야 한다.

복지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음주폐해 예방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실행계획은 보건·의료·광고 전문가, 청소년 및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 ‘음주조장환경 개선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과 국민인식 조사 등 연구결과를 반영해 마련했다.

정부는 먼저 인터넷TV(IP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주류광고 기준을 강화한다.

현재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의 광고기준을 법조항으로 승격하고 기준의 적용을 받는 대상을 ‘주류 제조·수입·판매업자’로 명확히 할 방침이다.

또 주류광고 모델이 술을 직접 마시는 장면이나 소리를 통해 음주를 유도하거나 자극하는 표현 등 주류광고에서는 술을 마시는 행위를 표현하는 것이 금지된다.

미성년자가 볼 수 있는 콘텐츠 앞뒤에는 주류광고를 붙일 수 없으며 주류광고에는 광고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노래도 삽입할 수 없다.

광고노래 금지는 현재 TV·라디오 광고에만 적용되고 있다. TV에만 적용되던 주류광고 금지 시간대(오전 7시~오후 10시)를 DMB, 데이터 방송, IPTV에도 적용하고 술병에 표기되고 있는 과음경고 문구가 주류광고에도 나오도록 기준이 강화된다.

주류 회사 행사 후원의 경우 제품 광고를 금하고 후원자 명칭만 사용할 수 있다. 현행 지하도, 공항, 항만, 자동차, 선박 등의 교통시설이나 수단에도 주류광고를 하지 못하지만 담배 광고 기준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담배 광고가 허용되는 국제선 항공기 및 여객선은 제외된다.

아울러 정부는 금주구역 지정도 추진한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금연구역 지정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금주구역 관련 조항은 없다.

법 개정을 통해 정부청사와 의료기관, 보건소, 도서관 등 공공기관과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청소년 활동시설 등 청소년 보호시설은 금주구역으로 지정된다.

위반 시 처벌규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1차 위반 시 과태료 10만원 등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학교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마을행사 등 공공장소 관리자가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에는 음주가 허용된다.

정부는 내년에 법 개정을 추진해 이르면 2020년부터는 강화된 주류광고 기준과 금주구역 지정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밖에 정부는 국민의 절주실천을 돕기 위해 소주와 맥주를 기준으로 술 한잔에 담긴 순 알코올 함량(g)을 확인할 수 있는 ‘표준잔’을 제시하기로 했다.

소주·맥주 1잔에 담긴 순알코올 함량은 7g으로, 소주 5잔을 마시면 순 알코올을 35g을 섭취한다는 것을 알리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주류용기 알코올 함량 표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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