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효과 내려 연막탄 ‘펑’..화성시 공룡알 화석산지 인근 갈대밭 화재
‘극적인 장면’ 포착 시도→사고 건수 증가..무모한 셀카 사망자 6년간 259명

지난 13일 오후 3시께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인근 갈대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불은 사진작가 A씨가 갈대밭에서 연막탄을 피우고 사진을 찍다가 불티가 갈대로 튀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공=경기도소방재난본부>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최근 인생샷(인생사진)을 건지기 위해 출입금지 구역을 넘거나 위험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극적인 ‘셀카’를 찍으려다 아까운 목숨을 잃은 사람이 지난 6년간 259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미국 국립도서관 건강의학연구소의 학술지에 발표됐다.

이 가운데 한 사진작가의 욕심이 천연기념물인 경기 화성시 공룡알 화석산지를 태울 뻔 했다. 이 사진작가는 사진 배경 효과를 내기 위해 공룡알 화석산지 주변에서 연막탄을 터트렸다가 갈대밭에 불이 나 10시간 만에 진화됐다.

1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3시께 경기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옆 갈대밭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헬기 5대를 포함해 장비 40여대, 280여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해가 진 뒤부터는 헬기를 철수시키고 펌프차 등 다른 장비로 작업을 이어가 불은 10시간 만인 14일 오전 1시11분께 진화됐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갈대밭 15ha 가량이 소실됐다.

소방당국이 공룡알 화석산지 앞에 화재 확산 저지선을 만들어 놓고 대비해 이곳까지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

이날 불은 사진작가 A씨가 사진 배경 효과를 높이기 위해 터트린 연막탄 3발이 원인이 됐다. 연막탄의 불꽃이 인근 갈대밭에 옮겨 붙은 것.

A씨는 자신의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사진을 촬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룡알 화석산지는 중생대 백악기 공룡들의 집단 산란지로 추정, 2000년 3월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됐다.

소방당국은 불길을 잡는 대로 화재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며 경찰은 A씨를 불러 조사한 뒤 형사 입건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처럼 잘못된 사진촬영 욕심이 비극을 부르고 있다. 실제 셀카(셀피)를 찍는데 정신이 팔려 무모한 촬영을 시도하다가 각종 사고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사람이 지난 6년간 25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26일 이탈리아 북부 피아센자의 한 기차역에서 한 젊은 남성이 기차에 치어 쓰러진 여성을 긴급 출동한 구조대가 응급처치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이 사진이 이탈리아 언론에 보도되자 이탈리아 사람들이 윤리의식 실종에 개탄과 함께 분노하고 있다. <사진출처=영국 BBC, 뉴시스>

4일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에 따르면, 뉴델리의 전 인도의학연구소(AIIMS)는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세계 각국의 셀카 관련 사망 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가정의학과 1차의료 저널’ 7·8월호에 실었다.

사망 원인 중 셀카를 찍다가 배에서 떨어지거나 파도에 휩쓸리는 등 익사 사고로 숨진 사람이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사망 원인은 교통수단에 의한 사고로, 달려오는 기차 앞이나 벼랑 끝에서 촬영하려다가 교통사고나 추락으로 사망하는 사례였다.

또한 위험한 동물들과 사진을 찍으려다가 맹수에게 물려 숨진 사람이 8명에 달했으며 총기 오발이나 감전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도 있었다.

특히 셀카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는 인도였으며 러시아와 미국, 파키스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사망자의 85% 이상이 10~30대의 젊은 층이었으며 남성보다는 여성이 셀카를 더 많이 찍지만 사망사고의 72%는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휴대전화 보급으로 셀카 촬영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사망사고도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위험을 감수한 전 세계 ‘셀카족’이 늘어나면서 2011년 셀카 사망사고는 3건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98건에 달했다.

연구팀은 자동차 운전 중 셀카를 찍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보통 교통사망 사고로 알려지는 점을 고려할 때 셀카 사망사고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논문 제1저자인 아감 반살 연구원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셀카 사망사고가 주요 공중보건 문제로 등장했다”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기타 소셜미디어에 올리려고 완벽한 사진을 원하지만 그런 것에 생명을 걸만한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관광지 절벽이나 고층빌딩 난간 등 위험한 곳은 셀카 금지지역으로 설정해 두는 것도 셀카 사망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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