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사태’에 속 시끄러운 이재용 부회장..자리보전 위한 속 편한 고동진 사장
‘갤럭시 신화’ 이끈 고 사장, 임직원에 보낸 메일서 ‘노트9’ 판매 부진 질타
삼성그룹 연말 인사 앞두고 책임 전가 논란..실적압박 속 리더십은 ‘의문’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남 탓’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잡음 등 회사 안팎의 크고작은 논란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그러나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의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나 홀로 살기 위한 몸부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삼성전자의 IM(IT·모바일) 사업부문 실적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IM부문장인 고 사장이 임직원들에 메일을 보내 쓴소리를 쏟아낸 까닭.

겉으로는 ‘독려’ 차원의 메시지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에 따른 ‘압박성’, 나아가 IM부문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본인의 ‘책임 회피성’ 아니냐는 풀이도 나오면서 고 사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8’에서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판매 부진은 직원 탓?

2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고 사장은 지난 15일 무선사업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고객관리(VOC·Voice Of Customer) 대응 절차 전반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고 사장은 VOC에 대한 임직원들의 수동적인 대응을 꼬집으면서 “당장의 노이즈를 잠재우는 데 급급하거나 윗사람의 한마다에 휩쓸려 기존의 전략 방향을 바꿔 버린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장과 소비자 관점에서 고민하지 않고 이슈를 무마하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거나 윗사람의 잘못된 지시에 침묵하고 이를 따르려고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세는 결국 제품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랑을 받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고 사장의 이 같은 메시지는 최근 IM부문 실적 부진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

삼성전자 IM부문은 3분기 매출 24조9100억원, 영업이익 2조22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3분기보다 감소한 것으로, 2017년 3분기 매출은 3조2900억원, 영업이익은 27조6900억원이었다.

또한 올해 1·2분기보다도 부진한 성적표다. 올해 1·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조7700억원, 2조6700억원을 달성, 분기별 실적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IM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하락한 것은 상반기 출시됐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9가 시장에서 부진을 겪었고, 하반기 선보인 갤럭시노트9 역시 예상보다 히트를 치지 못했기 때문.

실제로 갤럭시노트9의 경우 한 달 일찍 출시했음에도 첫 달 판매량은 약 138만대로 전작 노트8의 첫 달 판매량(213만대)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65조4600억원, 영업이익 17조5700억원을 올리며 영업이익으로는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 매출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두 번째로 높았지만 사업부 전체에서 유일하게 IM부문만 감소하면서 고 사장은 체면을 구긴 셈. 

문제는 이 같은 영업이익 감소세는 성수기인 4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4분기 갤럭시 A7·A9을 포함한 중저가 라인업 강화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3분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감소할 것으로 봤다.

증권업계에서도 삼성전자 IM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을 2조원 안팎으로 예상했다.

고 사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신화’를 진두지휘한 인물. 2006년 IM부문 해외상품그룹기획장, 2007년 개발관리팀장, 2011년 기술전략팀장, 2014년 개발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개발실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IM부문장 데뷔작인 갤럭시S7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모바일 사업 일류화를 선도해 왔다는 평가가 쏟아지는 고 사장이 직접 챙겨온 IM부문 실적이 부진한 책임을 임직원들에게 돌리는 모습에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형국.

고 사장이 보낸 메일에서 ‘윗사람의 잘못된 지시를 침묵하고 따르려 한다’는 대목은 자신의 잘못된 지시를 반성하기는커녕 임직원들의 탓으로 전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임직원들의 수동적 대응을 꾸짖기 전 자신이 먼저 나서서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연말 임원인사를 앞둔 시점에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고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지키기 위해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불거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바 분식회계·경영승계로 ‘심기불편’ 이재용 부회장

이처럼 고 사장이 자리를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직원들에게 속편하게 질타만 쏟아내고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삼성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 실적을 연이어 경신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의 승계 걸림돌로 급부상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문제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있다는 의혹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편법적인 ‘전술’이라는 것.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달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종목은 거래중지 조처됐다.

당시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금감원이 제시한 증거 자료 등을 고려할 때 회사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면서 고의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증선위는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정식 고발했다. 증선위의 검찰 고발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보고 증선위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보유 지분을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으로 바꾸면서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4621억원에서 4조8085억원으로 뛰었고, 적자 상태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당기순이익 규모가 1조9049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모든 회계처리를 적법하게 이행했다고 맞섰다.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공동주주인 미국 바이오 기업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회계법인과 상의한 결과 이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관계회사로 변경했고 주장했다.

아울러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4년 회계처리에 대해 ‘중과실’로 판단하고, 2012~2014년 회계처리에 대해서는 ‘과실’로 봤다.

바이오젠이 처음부터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판단으로, 당초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단, 국제회계기준이 2011년 도입된 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각 2011년과 2012년 설립된 점, 지배력과 관련한 새 회계기준서가 2013년 시행된 점 등을 감안했다.

2014년 임상시험 등 개발성과가 가시화한 상황에서 콜옵션 내용을 처음으로 공시하는 등 콜옵션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했던 점을 감안해 위반 동기를 중과실로 결정했다.

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에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회사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공정하게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합리화하기 위해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검찰과 금감원의 신속한 수사와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증선위 판단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확신을 갖고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결정 후 보도자료를 내고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에서 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았고 다수의 회계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증선위의 판단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 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자리보전 향한 ‘속편한’ 고동진..‘배짱’만 있고 ‘리더십’은 어디?

한편, 고 사장은 스마트폰 화면을 접었다가 펼 수 있는 ‘폴더블폰’ 출시를 통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노렸지만 중국 스타트업 로욜(Royole)에게 빼앗겼다.

삼성전자가 내년 3월 말 국내 이동통신사와 함께 폴더블폰 유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로욜이 지난달 31일 연내 폴더블폰을 생산해 판매할 계획을 밝히면서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늦은 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대회(SDC2018)에서 내년 폴더블폰인 ‘갤럭시F’(가칭)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고 사장은 폴더블폰을 내년 100만대 이상 판매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폴더블폰 100만대 이상 판매라는 고 사장의 야심찬 포부는 임직원들에게 더욱 채찍질만 가하고 있는 형국. 

이미 갤럭시노트9 판매 부진 책임을 임직원들에게 떠넘기려는 듯한 행보를 보인 수장이 벌써부터 내년도 실적 압박 카드를 꺼내들면서 임직원들의 고충만 더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결국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리더십 없이 임직원들을 재촉만하고 있는 고 사장의 모습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입지만 더욱 좁아지게 할 뿐이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