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박 전 대통령이 설립 추진...초대 수장에 김윤영 낙점
임기 중 돌연 사의 표명→신속한 후임 교체→전임 정부 흔적 지우기?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이 ‘정권교체=수장교체’라는 고질적 관행의 흑역사를 쓰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출범한 서민금융진흥원의 초대 수장으로 낙점된 김윤영 전 원장이 지난달 임기 1년을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그 후임으로 이 원장이 신속하게 내정된 까닭.

특히 이번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근혜 흔적 지우기’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전 원장은 사퇴 이유로 ‘일신상의 사유’라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배경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더욱이 이 원장은 올해 7월 기획재정부 대변인에서 퇴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 의혹도 불거졌다. 김 전 원장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외압에 따른 것 아니냐는 지적. 

이 원장은 10월 취임 이후 줄곧 서민·취약계층의 애로사항 청취하는 등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작부터 ‘낙하산 오명’ 꼬리표가 달리면서 순탄한 행보를 이어갈지는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9월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진흥원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김윤영 전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설립된 2016년 9월부터 원장으로 근무해 왔으며 올해 10월1일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현장 소통’ 중시하는 이계문..찾아가는 서민금융 상담·고객 만족 세미나 등 실시

21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신용회복위원회와 전북 군산시 공설시장 내 광장에서 ‘군산시 찾아가는 서민금융 상담’을 실시했다.

이는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GM 군산공장 폐쇄로 인해 군산지역 서민층이 경제적 위험에 노출 되고 있어 급증하는 서민금융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찾아가는 서민금융 상담은 서민금융지원 기관이 서민·취약계층 밀집지역을 직접 방문해 맞춤형 대출상담을 비롯해 복지․취업상담 연계, 채무조정 등 다양한 금융지원 및 비금융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상담하는 서비스다.

군산시와 군산공설시장의 적극적인 지원‧협조 결과 찾아가는 서민금융 상담실적은 총 53명(채무조정・맞춤대출 19명, 신용회복 18명, 자영업자 자금대출 상담 16명)에게 맞춤형 상담을 제공했다.

이 원장은 현장을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라 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 상담사들과 군산시 소재 신영, 군산공설, 역전시장을 차례대로 방문했다.

특히 시장 500개 점포 하나하나를 방문해 시장상인들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서민금융 종합상담을 진행, 서민금융지원제도 홍보활동도 가졌다.

이날 일일 상담사로 나선 이 원장은 “현장을 돌아보니 서민금융제도를 몰라서 이용 못하는 서민이 많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며 “향후 군산뿐만 아니라 서민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찾아가는 서민금융 활동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민·취약계층이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지원이 시급한 지역과 대상자를 중심으로 ‘찾아가는 서민금융 상담’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원장은 현장에 방문한 강임준 군산시장과의 면담자리에서 “군산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대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서민금융진흥원은 8일 현장 상담직원들과 함께 맞춤대출서비스 ‘고객만족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지난달 맞춤대출서비스 상담실적 분석을 통해 향후 활성화 방안을 점검하고 현장에서 다양한 고객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현장에서 소통과 홍보를 강화하면서 고객들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며 “아직도 서민금융 제도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0월 맞춤대출서비스 실적은 ▲유입고객 ▲지원건수 ▲지원금액이 월평균대비 대폭 증가하는 한편 고객의 평균 대출금리 또한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이 원장은 “제휴 금융회사의 서민금융진흥원 전용상품 개발과 우대금리 적용은 정말 좋은 혜택”이라며 “이런 혜택을 많이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날 세미나에서는 ‘서민금융 이용고객의 목소리’를 통한 업무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대출은 가능하나 일부 직업군을 기피하는 금융회사에 대한 협조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편의성 제고 및 지원 절차 개선 등의 의견이 개진됐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상담과정에서 수렴한 고객들의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맞춤대출서비스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당국과 협의해 다양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 있는 서민들이 맞춤대출서비스를 보다 활발히 이용할 수 있게 해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접근성을 강화하는 포용적 금융의 실천에 더욱 노력할 예정이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이 지난달 8일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금융·복지 양방향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서민금융진흥원>

◆김윤영 전 원장 퇴직 이유 불분명..이계문, 낙하산 인사? 퇴직자 챙겨주기?

이처럼 이 원장은 ‘현장 중심 지원’을 강조하며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맞춤형 서민금융제도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현장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원장의 서민금융진흥원장 내정을 놓고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인사’ 의혹이 불거져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김윤영 초대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후임 인사가 신속히 단행됐기 때문.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신임 서민금융진흥원장 및 신용회복위원장으로 이 전 대변인을 임명 제청했다.

임기 3년의 서민금융진흥원장은 별도의 공모절차 없이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이와 함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도 무보수로 겸임한다.

이번 인사는 전임자인 김 전 원장이 10월1일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힌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실제로 김 전 원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설립된 2016년 9월부터 원장으로 근무해 왔으며 임기는 내년 9월22일까지 약 1년의 임기를 남겨 두고 있었다. 김 전 원장은 새로 출범한 조직을 큰 문제없이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20여일 남긴 시점에서 김 전 원장이 굳이 원장직을 내려놓을 이유도 없었다.

특히 김 전 원장은 자신의 사퇴 이유를 ‘일신상의 사유’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미소금융과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여러 곳에 나눠져 있던 서민금융 재원과 조직, 기능을 하나로 통합시켜 2016년 9월23일 출범한 기관으로 김 전 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전임 정부 흔적 지우기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반면 이 원장은 7월20일 기재부 대변인에서 퇴임한 뒤 야인으로 지내고 있었다.

이 원장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태국 아시아공과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그는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현 기재부)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실, 국제금융국, 기획관리실, 정책조정국 등을 기재부 예산실에서 문화·방송예산과장, 국방예산과장을 지낸 뒤 기획재정담당관과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을 거쳐 최근까지 기재부 대변인(국장급)으로 일 해왔다.

금융위는 “금융, 재정, 정책조정 등 경제·금융정책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대내외 협력, 조정 능력을 통해 향후 서민금융진흥원 및 신용회복위원회가 서민·영세자영업자 및 청년층을 위한 종합적인 서민금융 지원기관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원장의 기재부 경력을 보면 예산, 정책, 외환 쪽 근무 이력이 대부분으로 서민금융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김 전 원장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서민금융본부장과 신용회복위원장 등의 경력을 갖고 서민금융진흥원장에 임명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 일각에서는 기재부 퇴직자의 자리 챙겨주기를 위한 낙하산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갈무리

◆공기업 채용비리, 서민금융진흥원도?..경력직원 공채 캠코 출신 무더기 합격

한편, 최근 공기업의 채용비리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위가 금융유관기관 대상 채용비리 현장점검 과정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의 공개채용절차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는 2016년 진행된 서민금융진흥원의 경력직원 채용 공고에서 특정 경력 우대사항이 없었는데도 캠코 출신이 대거 채용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민금융진흥원은 2016년 11월 경력공채 공고를 내고 6개 분야에서 총 17명을 채용한 가운데 8명이 캠코 출신이었고 나머지 9명은 금융공기업과 시중은행 등의 경력자들로 출신기관별 1~2명만 최종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이번 채용절차 현장점검에서 캠코 출신이 과도하게 채용된 점을 지적, 이에 대한 기관의 입장을 담은 확약서를 받아갔으며 채용공고에 특정 경력을 우대해서 뽑는다는 별도 내용 없이 캠코 출신을 대거 채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금융진흥원이 고객 및 상인들을 대상으로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고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책 서민금융의 역할이 정립돼야 한다. 이를 위해 고객의 신뢰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원장이 취임 한 달여 만에 광폭 행보를 이어오고 있지만 원장 자리를 두고 ‘자질론’과 ‘낙하산 의혹’ 등의 잡음이 불거지면서 ‘현장 소통’에 주력하는 이 원장의 발걸음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서민금융진흥원 홍보팀 관계자는 <공공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원장은) 그간 금융 전문가로서 노력해왔다”며 “(낙하산 인사 의혹과 관련해)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원장의)태도나 전문성 부분 등 (수장으로서)어느 한곳에서도 결여되는 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캠코 출신)지원자가 많은 것뿐, 특혜는 전혀 없었다”며 “공정한 경쟁으로 이뤄졌고 우수하다고 판단해서 합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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