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KT가 예년보다 한 달 가량 앞당겨 연말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황창규 KT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자신의 최측근을 전진배치 시켜 뒷말이 나오고 있다.

KT는 5G 상용화를 앞두고 시장 주도권 확보에 방점을 둔 조직 재정비라는 설명이지만, ‘복심’으로 꼽히는 인물들을 승진시키고 중책을 맡기면서 일각에서는 황 회장이 임기 말 레임덕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지적.

더욱이 황 회장이 친정체제를 강화해 조직 장악력을 높이면서 두 번째 연임을 노릴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부역자’로 낙인찍히며 끊임없이 퇴진 압박을 받아왔음에도 대단한 ‘뚝심’으로 자리를 지켜온 황 회장. 이번 인사에 대한 실제 그의 의중이 무엇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 <사진제공=KT>

◆KT, 정기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 단행..5G 주도권 확보 방점

23일 KT에 따르면, 지난 16일 2019년 정기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KT의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5G를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했다는 점이다.

마케팅부문의 5G사업본부가 5G 서비스를 준비하는 부서에서 5G를 비롯해 KT의 전체 무선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변모한다.

이와 함께 마케팅부문에 5G플랫폼개발단을 신설해 5G 기반의 B2B 서비스를 본격 준비한다.

이미 KT는 5G 상용화에 맞춰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커넥티드카, 미디어, 클라우드 5대 영역을 중심으로 B2B(기업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번 개편으로 강화된 5G사업본부가 B2C(소비자) 중심의 5G사업을 담당한다면 신설된 5G플랫폼단은 B2B 영역에서 5G 서비스를 개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KT의 인공지능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AI사업단은 마케팅부문장 직속 조직으로 격상된다. 또 미디어사업 강화를 위해 마케팅부문에 소속돼 있던 미디어사업본부를 소비자 영업을 담당하는 커스터머(Customer)부문과 합쳐 커스터머&미디어(Customer&Media)부문으로 확대 재편된다.

커스터머&미디어부문에서 미디어사업은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와 뉴미디어사업단이 전담한다.

미디어플랫폼본부는 IPTV 서비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플랫폼, 콘텐츠 등을 개발해 제공한다.

아울러 신설된 뉴미디어사업단은 다양한 영역에서 미디어사업을 추진하며, KT그룹 차원에서 미디어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KT는 5G 시대를 맞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에너지, 빅데이터, 보안 등 미래사업 조직을 부문급으로 격상시켰다. 기존 미래융합사업추진실과 플랫폼사업기획실을 통합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을 신설했다.

신설된 미래플랫폼사업부문은 미래사업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 에너지, 보안,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 또 융합기술원에 있던 기존 블록체인센터를 블록체인비즈센터로 확대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으로 이동시켰다.

미래플랫폼사업 부문 아래에는 신사업 발굴 및 육성 전담조직인 비즈인큐베이션센터를 새롭게 설치했다.

글로벌 매출 확대를 위해 글로벌사업추진실이 글로벌사업부문으로 확대, 격상했다. 여기에 해외사업에서 기술지원을 위한 글로벌컨설팅수행단을 본부로 확대했다.

이밖에 KT와 그룹사간의 전략적인 업무추진과 시너지 강화를 위해 그룹경영단을 경영기획부문으로 이관했다.

<사진=뉴시스>

◆‘黃의 남자’ 김인회, 사장 승진..구현모 제치고 2인자로 ’우뚝’

KT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사장 1명, 부사장 3명, 전무 9명, 상무 28명 총 41명의 임원을 승진 및 발탁했다.

5G 시대를 여는 책임이 막중한 만큼 성과에 대한 보상과 함께 역량에 초점을 맞춰 인사를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김인회 비서실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KT는 김 신임 사장에 대해 “형식이나 관행을 탈피해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업무추진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KT는 물론 KT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로서 성과 창출과 현안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경영기획부문장은 사실상 KT의 ‘2인자’ 자리로 꼽힌다. 41명의 임원인사 가운데 사장 승진은 김 사장이 유일하다.

KT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경영단을 경영기획부문으로 이관, 경영기획부문의 힘을 강화했다. 2015년 신설된 그룹경영단은 비서실과 경영기획부문에 분산됐던 그룹전략 기능을 통합해 수행하던 비서실 산하 조직이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의 KT 내부적 입지도 더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황 회장과 함께 ‘삼성’ 출신인 인물.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일본 삼성전자, 삼성코닝, 삼성중공업 등에서 재무, 경영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2014년 2월 황 회장 취임 후 단행된 인사에서 KT 재무실장(전무)으로 영입됐으며,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예비인가를 추진할 당시 케이뱅크 경영기획 총괄을 맡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이후 비서실장(부사장)으로 승진해 황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해 온 사실상 ‘오른팔’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

일각에서는 황 회장이 경영기획부문을 강화하고 ‘복심’인 김 사장을 핵심 보직에 전면 배치시킨 것을 두고 그룹사를 더 타이트하게 통제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김 사장이 차기 KT 회장 후보군으로까지 언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 게다가 이번 임원인사 명단에는 김 사장을 외에도 차기 회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구현모 사장, 오성목 사장, 이동면 사장 등도 포함됐는데 이들은 모두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결국 황 회장이 이들을 지원하면서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마치는 한편, 강력한 친정체제 구축으로 퇴임 후에도 KT를 좌지우지 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친정체제 강화한 황창규, 실적과 연임 동시에 노린다?

황 회장의 이 같은 친정체제 강화 움직임은 올해 초부터 있었다. 

앞서 3월 주주총회 전부터 황 회장이 최측근 인사를 복수 대표이사로 선임해 입지를 굳건히 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던 상황.

올해 KT 주총에서는 개편안 등 5개 안건이 원안대로 의결됐는데, 여기에는 회장이 사내이사 중 1인을 추천해 추가로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복수대표이사제를 명확히 했다. 또 회장 심사 기준으로 기업경영경험을 추가해 과거 경영실적, 경영기간 등을 확인토록 했다.

당시 KT는 구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참여정부 시절 인사인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들 인사 선임을 두고 KT 안팎에서는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황 회장이 자신의 최측근을 재선임해 더욱 강력해진 집권을 맞이하고, ‘코드 인사’를 바람막이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구 사장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 때문에 황 회장이 구 사장 대신 김 사장에 경영기획부문장을 맡기는 등 전폭적인 지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비록 ‘2인자’에서는 밀렸지만, 여전히 중책인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성목 사장은 기존 유·무선 사업의 네트워크부문장을 그대로 맡는다.   

이밖에 박병삼 전무의 부사장 승진과 신현옥 전무의 인사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법무실장인 박 부사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 출신으로, KT의 국회의원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황 회장을 법률적으로 방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임기 중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리스크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신 전무는 경영관리부문장으로 전보된 가운데, 노조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지적이 나온다. 해당 사안에 대해 검찰이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불기소하기로 했지만, 의혹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만큼 인사노무 중책 자리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수년째 퇴진 압박에도 ‘굳건’..‘황창규 왕국’ 포기 못하는 이유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황 회장이 또 다시 연임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KT 기업지배구조헌장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전체 재임기간만 10년으로 제한돼 있을 뿐 대표이사의 전체 임기에 제한은 없다.

KT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통해 5G 서비스를 본격화하는 한편 미래사업 및 글로벌에서 성과창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

황 회장이 남은 임기 동안 공격적 경영 행보를 이어가면서 KT가 실적에 있어 좋은 성적표를 받고 미래 성장동력까지 확보한다면 두 번째 연임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를 향한 퇴진 압박 목소리도 날로 커져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KT새노조는 지난달 2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재작년부터 황 회장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가 밝혀지면서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며 “올해는 이른바 상품권 깡, 불법정치자금 사건까지 터져 나와서 3년 째 CEO 리스크로 인한 경영 불투명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황 회장은 여전히 자리보전만 추진할 뿐, 회사의 기업이미지 실추에 대한 그 어떤 책임 있는 해명도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반드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정치권 비리 관련자는 물론 KT내부 관련자를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 회장 스스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처럼 수년째 이어지는 퇴진 요구에도 황 회장은 전혀 요동도 없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너지기는 커녕 더욱 단단한 철옹성을 쌓고 있는 모습.

수없이 쏟아지는 비난에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황 회장이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황창규의 KT’ 실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증만 더욱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