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대 발언, 이해찬 대표가 직접 명확한 입장 밝혀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 발언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지만 같은 자리에 있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발언 사실이 맞다”고 반박하면서 파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야권은 이 대표가 직접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김관영 “與, 대통령의 대선 공약..반드시 약속 지켜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3일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이 여야정 협의체에서 직접 강조하고 동의했던 사안”이라며 “여야정 협의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대통령과 여야 모두 충분한 공감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여당 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논란이 있었고, 언론에 의하면 민주당이 절충형 비례대표제를 유력하게 검토한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면서 “여야정 협의체 합의문에 있는 12가지 합의사항은 여야를 막론하고 함께 지켜야 할 내용으로,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어느 특정 사항을 예외로 할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까지 함께한 합의 내용을 민주당이 마음대로 바꾸고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부연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 한분 한분의 투표가 살아 숨 쉬는 표가 돼야 한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이 반드시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어제 이해찬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찬성했느니 마느니 하는 논란이 있었는데 저는 여기서 진실게임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여당이 현재 위세만 믿고 단순다수제 선거제를 유지하려 하는 것은 의회 중심의 새로운 정치를 열고자 하는 국민의 기대를 배신하고 저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국회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선거제도 개혁”이라며 “대표성과 비례성이 보장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그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강조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이날 의총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민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이 대표가 본인의 입으로 다시 한 번 명확히 해달라”며 “오락가락하는 태도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촉구했다.

장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현재의 높은 지지율만 믿고 선거제 개혁의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기회를 놓친다면 국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동영 대표도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서너 달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와 달라’고 한 핵심은 민주당에 (선거제 개혁에 대한) 확실한 의사와 의지를 전달하고 채찍질을 가해달라는 것인데 지금 집권 여당이 자신들의 약속을 뒤집고 있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선거제도 개혁은) 한 달 안에 알맹이 결실을 걷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동력을 잃게 돼 있다. 문 대통령은 본인의 의지와 소신을 민주당에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윤영일 정책위의장 역시 “민주당이 이 대표 발언과 관련한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며 “그런 해명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앞장서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본심이 아니라면 선거제 개혁을 열망하는 지지 세력의 이탈을 방지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가져오기 위해서라도 직접 본심을 국민 앞에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거세지자 당 대변인이 진화에 나섰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일부 언론이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민주당과 이해찬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한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 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당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한 바 있고, 이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미 밝힌 것과 같이 대표성과 비례성에 기초한 선거제도를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이러한 방향 하에 정개특위에서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오늘 최고위원회에서도 우리당의 선거제도에 대한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언론들은 이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의장-여야5당대표 부부동반 만찬 자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발언했다는 참석자의 전언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은 일제히 비판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선거제도 바꿔 정치를 바꾸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자!’ 공동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 등 6개 정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함께 참여했다. <사진=뉴시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찬성 42% vs 반대 29%

한편, 국민 10명 중 4명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회의원정수 확대에는 ‘세비 총액 동결’ 주장에도 57%가 반대의사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지난 20~2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좋다’고 답한 응답자가 42%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이어 ‘좋지 않다’는 응답은 29%, 모름·응답거절 역시 29%에 그쳤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하는 여론은 30·40대(55%·53%), 지지정당별로는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 지지층(51%·54%·69%), 진보층(59%) 등에서 두드러졌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56%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이며 60대 이상(37%), 보수층(43%) 등에서도 찬성보다 반대가 많았다.

특히 국회의원의 세비 총액을 동결하는 것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엔 ‘늘려선 안 된다’는 응답이 57%에 달했다. 늘려도 된다는 의견은 34%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과 전체 의석수를 일치시키는 제도의 특성상 지역구 의원 숫자를 줄이지 않을 경우 의원 정수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현재 국회에는 의석 수를 316~360석 등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이번 조사는 전국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1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밝힌 수용 입장은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는 또 답보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다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소극적 입장으로 전환했다. 정권이 바뀌어 자신들에게 현행 선거제도가 유리하다고 판단되자 결국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당내 의원 의견은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이에 공식 당론으로 채택하기 전까진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부 야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전향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