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3법 공방:회계 투명성 확보 vs 사적 이익 보장→미래 주역 위한 합의 시급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슬하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30대 주부 A씨는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 비리행위에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 보육에 사용하라고 내준 나랏돈과 잠도 아껴가며 힘들게 벌어 납부한 돈이 유치원 원장이나 그의 가족들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 A씨의 남편조차 “유치원 정보를 잘 알아보지 그랬냐”는 무심히 뱉은 말에 A씨는 속병까지 앓았다. 아이들을 볼모로 자기 배만 불리는 파렴치한 유치원의 행위를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었던 A씨는 결국 맞벌이를 그만뒀다. 유치원은 아이가 처음 겪는 사회생활인 만큼 인적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A씨는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좋은 유치원을 찾을 수 있도록 직접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 교육의 공공성·투명성 강화 명분으로 입법추진하고 있는 박용진 3법 관련 설문조사 결과표를 보여주며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감에서 ‘17개 시·도 교육청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비리유치원의 실체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유치원 사태와 관련해 박 의원이 이른바 ‘박용진 3법’을 발의했지만 사립유치원 죽이는 전체주의식 ‘박용진 3법’을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최근 지역별로 휴·폐원 및 신입생모집 지연 담합이 일어나면서 학부모와 예비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 한국당, 자체 유치원3법 발표..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보장

자유한국당은 30일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국회 교육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립유치원의 부적절한 회계처리와 교육 목적 외 원비 사용으로 문제가 불거진 만큼 회계 투명성 확보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유치원 회계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 ▲학부모 감시 권한의 확대·강화 ▲사립유치원의 정상화를 통한 안정적인 유아교육 환경 유지 ▲출생아 수 감소를 고려한 유아 교육시스템 구축을 4대 원칙으로 삼아 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한국당은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립유치원 회계를 설치하고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로 분리하는 내용을 유아교육법 개정안에 담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지원 회계의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과 지원금, 유아교육법 24조(무상교육)에 명시된 학부모 지원금을 포함한다.

특히 정부의 철저한 감시와 함께 학부모 지원금의 경우에도 교육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위반 시 벌칙을 강화하도록 했다.

일반회계의 적용을 받는 학부모 부담금은 사용 시 유치원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의무화해 학부모 감시와 모니터링 권한을 강화했다.

아울러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는 유치원교육정보시스템(에듀파인)을 이용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사립유치원의 중대한 법 위반이 발생한 경우 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이는 학부모의 알 권리를 확대한다는 방침으로, 다만 위반 사실 공표 전 소명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국당은 학교법인 유치원의 경우 일반회계와 교비 회계를 통합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재원생 300인 이상의 사립유치원의 경우 학교급식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도 함께 공개했다.

당초 법안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던 ‘시설사용료 보상’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시설사용료 보상은 명시하지 않았다”면서 “이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판단과 논의가 있을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 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워 토지, 건물 등의 시설을 공공업무에 사용하는 데 대한 비용을 국가가 보상하는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에는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지만, 한국당은 자체 법안을 낸 뒤 함께 심사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유치원법 심사를 위한 교육위의 법안소위는 내달 3일로 미뤄진 상태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교육위 간사인 김한표 의원 이름으로 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법안을 제출한 즉시 유치원법 논의에 돌입해 정기국회 법안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연말에 유치원 원아모집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립유치원이 가능한 폐원을 유보해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12월 국회에서 유치원 사태 본질을 국민들이 제대로 판단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법안심사소위 심사 내용을 공개하자”면서 “중계방송으로 국민적 판단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의원은 “한국당 지지자의 63.2%도 박용진 3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당의 협조를 촉구한 바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용진 의원실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22일~23일 걸쳐 실시한 조사는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며 응답률은 14.5%, ARS 조사가 아닌 1:1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박용진 3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에 국민의 80.9%가 동의했다.

박 의원은 “한국당 지지자의 63.2%가 박용진 3법의 통과를 찬성하고 계신다”며 “또 본인의 이념성향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분들의 72.5%, 중도보수라고 생각하는 분들 77.9%도 찬성하신다”고 유치원 3법 통과에 대한 여론의 높은 지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는 이러한 국회 처리 지연 상황에 대해 한국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응답하셨다”며 “무려 26.4%가 한국당 책임이라고 답변을 했고 이어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 21.3%, 교육부는 15%, 민주당의 책임이 9.3%였다”고 부연했다.

박 의원은 “박용진 3법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확보와 회계 투명성 강화라는 굉장히 상식적이고 간단한 수준을 다루는 법안”이라며 “국민적 소망과 기대를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되며 이를 빌미로 법안심사를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용진 3법’에 반대하는 전국 사립유치원 교육자 및 학부모 총궐기 대회를 열어 참석자들이 손피캣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박용진 3법은 악법”..통과 시 폐원 엄포 놓은 한유총

정부가 지난 29일 한유총의 집단폐원 선언을 ‘국민을 상대로 한 협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특히 한유총이 개최한 대규모 집회에 학부모 강제동원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살피고 확인되면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립유치원 집단폐원 입장에 대한 범정부 대응방침’을 발표했다.

발표장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윤준병 서울시 행정부시장 등도 배석했다.

유 부총리는 “한유총의 집단폐원 통지는 사립유치원의 사적 이익을 보장받고자 학부모를 협박한 것”이라면서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는 “학부모를 협박하는 행위는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 “어제 한유총 집회에 학부모 강제동원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면밀히 살피고 불법행위가 확인되는 즉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또 “정부는 아이들을 볼모로 개인 이익을 앞세우는 주장과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유총의 ‘가짜뉴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원아모집을 일방적으로 연기·보류한 사립유치원 120곳은 즉각적인 행정지도와 감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29일 ‘박용진 3법’과 관련, 한유총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해 ‘폐원’ 엄포를 놨다.

회계비리들이 줄줄이 드러나고 유아교육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 같은 여론과 달리 정반대편에서 학부모들을 상대로 압박에 나선 것.

한유총은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치원 3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법이 통과되면 모든 사립유치원이 폐원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참가자들은 ‘당사자 배제한 유치원 3법 반대한다’, ‘(유치원) 설립자 개인·사유재산 존중하라’, ‘누리과정비 지원은 학부모에게 직접 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에듀파인 수용하게 사립실정 반영하라’고 쓰인 팻말도 등장했다.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은 “3법은 문제의 본질은 해결하지 못한 채 처벌만 강화해 유아교육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면서 “자유민주주의 기본인 개인재산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악법이 고쳐지지 않으면 모든 사립유치원이 폐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누구도 원하는 일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유아학비를 바우처 형태로 학부모에게 직접 지급하고 공사립 간 지원액 차이도 없게 해달라”면서 “정부가 유치원도 학교라고 계속 주장할 생각이라면 초중고처럼 사립유치원 교사에게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보기에 더는 사립유치원이 불필요하다면 폐원하고 물러나겠다”면서 “지금처럼 사립유치원이 필요하다면 개인재산이 유아교육이라는 공공업무에 사용되는 데 대한 ‘시설사용료’를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한유총은 집회 참석자 확보를 위해 유치원당 2명 이상 집회에 나오라고 인원을 할당했으며, 사립유치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집회에서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유총은 대통령에게 유아학비 직접지원을 요구하는 학부모 서명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유총이 준비한 서명지에는 학부모 이름은 물론 자녀 이름도 쓰도록 돼 있다.

같은 시각 집회 장소 바로 뒤에서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유아교육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정기국회 막바지로 '유아교육 정상화' 골드 타임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며 그것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유아교육법 24조 2항의 개정”이라고 밝혔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이날 ‘유아교육의 주인은 유치원 주인이 아니다. 바로 아이들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풍선에 달아 띄우기도 했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교육위원회 위원들의 유치원 3법 관련 기자회견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민 72%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아닌 비영리교육기관”

한편, 국민 10명 중 7명은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이 아닌 비영리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3~24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사립유치원 비리 관련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1.9%가 사립유치원을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학교이자 비영리 교육기관’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한유총의 ‘개인의 사유재산을 투입해 만든 만큼 개인사업자’라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21.5%에 불과했다.

또한 교육부와 한유총 간 대립하고 있는 쟁점 중 하나인 학부모 부담금 사적사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81.4%가 ‘학부모 부담금도 유치원 회계에 포함되므로 교육 목적 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13.9%만이 ‘공적 재정지원을 제외한 유아학비와 학부모 부담금은 사유재산이므로 개인용도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선택했다.

국민적 지지가 높아 빠르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됐던 ‘박용진 3법’은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 국회 교육위원회는 오는 12월3일 박용진 3법과 한국당 자체 개정안 등 두 법안을 병합심사해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사립유치원 시설사용료 지급’ 문제를 제외한 쟁점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협상과정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도 ‘박용진 3법’을 놓고 진보와 보수로 갈려 이념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 이익을 지켜주는 동시에 아이들의 미래가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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