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국내 1위 모피 전문기업인 진도모피가 하청업체에 세금을 떠넘기는 ‘갑질’을 자행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진도모피는 최근 3년간 대한민국 베스트셀링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하고 한국 모피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러나 갑질로 힘없는 하청업체를 파산 위기로 몰고 있다는 지적에 그 위상은 한없이 추락하고 있는 형국.

그동안 기업들 사이에서 관행처럼 행해졌던 각종 갑질 잡음에 문재인 정부도 근절 목소리를 높이며 강공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상생’은 고사하고 오히려 하청업체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진도모피에 따가운 시선만 쏟아지고 있다.

<사진=진도모피 홈페이지 갈무리>

3일 일부 매체 등에 따르면, 진도모피 하청업체인 남광모피·대명모피·선진모피·성신모피·성화실업·율전·지성모피·진성모피 등 8곳이 최근 세금 문제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

국세청이 이들 업체가 2013년 3~4분기 개별소비세를 과소신고했다며 총 48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까닭. 2014년 이후 과세분까지 감안하면 이들 업체가 앞으로 내야할 세금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하청업체들이 이처럼 수십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떠안게 된 이유는 진도모피의 ‘갑질’ 때문이라는 것.

이들은 진도모피가 모피 반출 가격을 책정해주고 세금도 떠넘겨왔다고 주장했다.

현재 진도모피는 중국에서 모피제품을 수입하거나 국내 하청업체에게 제조를 맡기는 구조. 하청업체들은 진도의 생산직 출신들이 만든 소기업들로 가내 수공업 형태로 건당 수수료를 받고 모피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모피에는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판매업체의 세금 신고가 중요하다. 모피 판매 가격이 500만원 이상일 경우 20%의 개별소비세가 부과, 판매 업체는 관할 세무서에 개별소비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제조업자가 직접 반출하는 경우는 반출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게 된다. 이때 세금은 제품을 반출하는 하청업체가 부담하게 되는데, 진도모피가 이 같은 사각지대를 이용해 하청업체에 세금을 떠넘겼다는 주장이다.

진도모피의 이 같은 횡포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하청업체들이 독립된 제조업자가 아니라 단순 수탁가공업자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하청업체 반출가격이 아닌 진도모피의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개별소비세를 다시 매겼다.

특히 하청업체들은 ‘미납세반출’ 특례규정 적용으로 개별소비세를 내지 않을 수 있게 됐지만, 진도모피 측이 세금을 내지 않을시 하청을 주지 않겠다고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들 업체들은 진도모피의 개별소비세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미납세반출은 하청업체가 개별소비세를 납부하지 않고 물품을 반출할 수 있는 특례규정. 하청업체가 미납세반출을 신청하면 판매업체가 개별소비세를 내야하는 반면, 하청업체가 미납세반출을 신청하지 않으면 개별소비세는 하청업체가 떠안게 된다.

결국 진도모피가 이 같은 점을 악용, 하청업체들을 옥죄면서 세금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모습이다.

하청업체들이 이렇게 떠안은 세금은 모두 48억원. 여기에 2014년 이후 과세분까지 더해지면 이들 업체들은 도산 위기까지 처할 수 있는 상태로 알졌다.

실제로 2013년 4분기 기준, 진성모피는 2억9225만원의 개별소비세를 부과받았다. 그러나 이 회사의 2013년 영업이익은 1억2000만원, 순이익은 8000만원 수준으로 내야 할 세금이 회사의 이익을 뛰어 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진도모피 관계자는 “(언론홍보)담당자가 부재중”이라며 “담당자가 아니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국세청의 세금 부과가 억지라는 측면이 있어 하청업체들이 (국세청에)소를 제기한 상태이며, (진도모피 측의)하청업체 갑질도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이 하청업체 측에 부과한 세금을 회사(진도모피)가 대신 내줄 순 없지 않냐”며 “(하청업체가 국세청에 제기한 소)결과가 나온 후 (하청업체와)세금에 대한 협의 등을 진행할지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진도는 1969년 설립된 국제보세가 모태다. 1988년 국내에서 모피 판매를 시작해 대표적 모피업체로 성장했고, 이후 모피시장 축소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2009년 임오그룹에 인수됐다.

특히 진도모피는 ‘대한민국 베스트셀링 브랜드’ 시상식에서 올해까지 3년 연속 패션모피 부문 베스트셀링 브랜드로 선정되는 등 승승장구하며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부도 위기에 있던 진도모피를 인수해 다시 일으킨 임오식 임오그룹 회장은 회삿돈 13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고, 이번에는 하청업체 갑질 논란까지 도마 위에 올라 망신살이 뻗쳤다.   

이처럼 이따금씩 들리는 잡음이 지금까지 쌓아온 모피 명가 ‘40년’의 명성과 업적에 크고작은 생채기를 내고 있어 진도모피의 향후 앞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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