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갑질:폭행·성희롱에 노출된 알바생→인권 침해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 필요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A씨는 최근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단골손님인 B씨의 ‘남자친구가 있냐’는 질문에 ‘없다’라고 말한 이후부터 그에게서 노골적인 시선이 쏟아졌기 때문. B씨의 부담스러운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계산할 때 은근슬쩍 A씨의 손을 쓰다듬거나 ‘몸 선이 가늘어 한 번에 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등 성적인 발언을 하면서 점점 행동 범위가 대담해졌다. 또 어느 날은 A씨가 그만해달라고 싫은 기색을 내비치자 B씨는 돌연 물건을 던지면서 ‘내가 만만하냐. 고객 불친절로 컴플레인 당하고 싶냐’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A씨는 어렵게 잡은 아르바이트를 놓치기 싫었고 혹여나 사장님이나 지점에 피해가 갈까봐 두려웠다. 특히 손님이 보복행위를 할까봐 A씨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평범하게 일을 배우며 돈을 벌고 싶었지만 그러나 진지하게 그만둬야 하나 고민까지 하게 됐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제 사람에 대한 불신마저 생기는 상황. A씨는 아무리 돈으로 사람을 부리는 세상이 됐다지만, 남의 집 귀한 자식한테 함부로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신내 맥도날드 갑질 논란 영상. <사진=유튜브 캡쳐>

손님들의 말도 안 되는 진상 짓에도 연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던 아르바이트생의 고충이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근로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다방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손님의 폭행이나 성추행, 성희롱 등으로 알바생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 극한의 청춘, 이유없는 화풀이에 멍든다

연신내 맥도날드에서 고객이 점원에게 봉투에 든 음식물을 집어던지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유튜브를 비롯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연신내 맥도날드 갑질’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고객 두 명과 맥도날드 직원이 주문을 놓고 실랑이를 하고 있는 장면이 담겨있다.

해당 고객은 주문한 햄버거가 나오지 않아 오래 기다렸다며 항의하고 직원은 이미 번호를 안내했다고 답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봉투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맥도날드 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연신내점 손님 갑질’ 사건과 관련해 “해당 고객이 사과해 일단락 됐다”고 밝혔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바로 경찰이 출동해 경찰 입회 하에 해당 고객도 사과하고 직원도 사과를 받아들여 일단락됐다”며 “피해자인 매장 직원도 논란이 확대되면서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당사자가 더 이상 (논란이)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건은 지난달 중순에 발생했으며 맥도날드 측은 이미 고객이 사과하고 직원이 받아들인 점을 감안해 고소 등 법적 조치에 나서지는 않았다.

앞서 지난달 11일에는 울산 북구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고객이 직원에게 주문받은 음식을 집어 던지는 ‘갑질’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맥도날드는 해당 고객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이 장면은 A씨의 차량 뒤에 있던 차의 블랙박스 영상에 그대로 담겼고, 이 차량 운전자가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영상을 공개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15일 20대 여성 알바생에게 음식을 집어 던져 공분을 산 A씨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울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서에 출두한 A씨는 “음식 세트를 시켰는데 단품이 나와서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면서 “회사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한순간 감정이 폭발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 앞서 피해자 가족과 전화통화를 했으며 조사과정에서도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추후 피해자 측이 병원 진단서 등을 제출하면 A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알바생에 대한 손님의 ‘갑질’이라며 분노했다.

지난달 13일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영상. 울산 북구의 한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손님이 직원에게 음식을 던지고 있는 장면. <사진=보배드림 캡쳐>

# 아르바이트 중 성희롱 “나도 당했다”

이처럼 알바생에 대한 고객의 갑질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아르바이트 근무자 3명 중 1명은 근무 중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성희롱 피해가 66%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알바몬, 알바천국과 함께 지난달 12∼21일 전국 아르바이트 청년 6722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1%가 ‘아르바이트 중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자 중 여성은 85%, 남성은 15%였다. 연령별로는 20대가 56%로 가장 많았고 30대와 40대가 각각 24%와 11%였다.

성희롱 행위자는 ‘남성 고용주’가 37%로 가장 높았고 이어 남성 손님(27%), 남성 동료(21%), 여성 고용주(5%), 여성 동료(4%) 순이었다.

성희롱 피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규모는 ‘4~10인 미만’이 41%로 가장 높았으며 ‘1~4인 미만’(25%), ‘30인 이상’(17%), ‘10~30인 미만’(16%) 순이었다.

주요 유형은 ‘불쾌한 성적 발언’이 27%로 가장 많았고 ‘외모 평가’(25%)와 ‘신체접촉’(20%)이 뒤를 이었다. 성차별적 발언(14%), 개별적 만남요구(8%), 술 접대 강요(5%) 등 사례도 있었다.

성희롱 빈도는 월 1∼2회가 29%로 가장 많았으며 거의 매일 발생한다는 응답도 7%로 집계됐다.

이 같은 성희롱을 당한 아르바이트 청년 대다수는 ‘불쾌감과 분노를 느꼈다’(41%)고 답했으며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싶었다’(29%), ‘우울했다’(13%) 등의 응답도 이어졌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청년들은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는 방법에 대해 대부분 모른다(68%)고 응답했다.

또 성희롱을 당한 뒤에는 60%가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고 15%는 ‘대응 없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고 밝혔다. ‘상담센터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민원 접수했다’는 응답자는 2%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성희롱 예방교육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었다. 응답자 59%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서울시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청년유니온 등 6개 기관 및 단체와 손잡고 성희롱 근절을 위한 ‘서울 위드유(#WithU)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서울시는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전문강사를 보내 무료 성희롱 예방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을 이수한 사업장에는 알바몬, 알바천국 사이트를 통해 ‘안심일터’ 인증을 부여한다.

10인 미만 사업장은 관련법상 성희롱 예방 교육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사각지대를 없애는 차원에서 예방 교육을 지원한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피해자 지원 매뉴얼 스티커를 제작해 매장에 배포하고 사업주와 아르바이트 청년 등을 ‘안심일터 지킴이’로 위촉할 계획이다. 피해자에게는 무료 법률·심리 상담, 소송 시 변호사 선임비용(건당 100만원) 등을 지원한다.

특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사업장 기초노동질서 점검 시 성희롱 예방 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알바몬과 알바천국은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신청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 방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직도 많은 아르바이트 청년들이 성희롱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혼자 고민하고 있다”면서 “성희롱‧성폭력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시민의 편에 서울시가 항상 함께한다는 믿음과 용기를 줄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성희롱 실태조사. <사진제공=서울시>

# 폭언·폭행 경험 54%..주간보다 야간 근무자 발생률 ↑

한편, PC방 아르바이트생이 살해 당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후 젊은 층의 야간 아르바이트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야에 발생하는 각종 흉악범죄에 야간 아르바이트생은 각종 범죄 피해자가 될까 불안에 떨고 있는 한편, 업주들은 야간 아르바이트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알바노조 편의점모임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손님에게 폭언·폭행을 경험한 아르바이트생은 전체(전·현직 편의점 노동자402명)의 54.5%로, 이 같은 경험을 한 비율은 야간 근무자에서 더 높다.

야간 근무자는 62.6%, 주간 근무자는 49.8%가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행 경험만 따지면 야간 근무자는 12.2%, 주간 근무자는 6.0%인 것.

또 알바천국이 지난 7~8월까지 야간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전국회원 3628명을 대상으로 ‘야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8%가 야간 아르바이트 중 ‘홀로 근무’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나혼자’ 근무하는 기존 아르바이트 시스템도 위험성을 더하고 있는 셈이다.

자신만의 특권이라 여기는 몰상식한 행위, ‘손님은 왕’이라며 돈만 주면 뭐든지 해도 된다는 자본주의 논리로 갑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외식업을 중심으로 ‘남의 집 귀한 자식’ 이라는 티셔츠를 입고 ‘고객이 무조건 왕’이라는 서비스에 반기를 들고 영업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손님도 격이 있고 종업원도 격이 있다. 서로가 다르다는 생각보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상품을 구매하고 친절과 서비스에 감사하고 교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때문에 상호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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