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2018년 국내 대기업 중 이른바 ‘논란 선발대’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던 현대모비스의 연말 수장 자리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올해 기업에 칼바람을 몰고 왔던 미투, 청와대 국민청원, 거기에 최저임금 문제까지 사실상 현대모비스는 단 하나도 비켜가지 못한 가운데 ‘정의선 시대’ 개막 이후 처음으로 단행될 연말 인사에 임영득 사장이 자리보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더욱이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올해 실적 하락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과 최근 재계 전반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임 사장에게 더 큰 암초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를 그룹의 미래를 이끌 정점에 두고 직접 챙기고 있는 분위기 속 그동안 임 사장이 맡아온 현대모비스에서 불거진 각종 잡음들이 그의 향후 거취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게 하는 형국이다.

◆현대모비스, 최저임금법 위반 대기업 첫 제재 ‘망신살’

11일 현대모비스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현대모비스의 일부 정규직 직원 올해 임금이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했다며 시정지시를 내렸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지적을 받은 사례는 현대모비스가 처음이다.

현대모비스의 입사 1∼3년차 사무직·연구원의 월 기본급은 성과급 등을 빼고 시급으로 환산될 경우 6800∼7400원에 그쳤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7530원에 미달한 금액이다.

내년 1월1일부터는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0.9%인 시간당 8350원으로 오르는 가운데, 현대모비스의 경우 4년차 사원부터 대리 1년차까지 환산 시급은 7600~8200원으로 이 역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취업규칙을 변경, 상여금 지급 시기를 매월 1회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한다는 방침.

이와 관련, 현대모비스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고용부로부터)시정명령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 격월마다 지급했던 상여금을 내년부터는 매달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해 균등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꼼수를 부린 것은 아니다”며 “지급방식의 차이로 (최저임금법 위반 상황이)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현대모비스는 홀수달에만 100% 상여금을 지급해 왔지만, 최저임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매달 50%씩 지급하도록 바꾼다는 설명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에서는 매달 주기적으로 주는 돈만 최저임금으로 간주한다. 격월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제도상 맹점 때문에 이 같은 제재를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가 취업규칙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단체협약 53조에 ‘격월로 각 100%’씩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다.

현대모비스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취업규칙 변경 설명회를 진행하고 동의서를 받았지만, 노조는 사측의 반강제적인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이 같은 꼼수 취업규칙 변경 움직임에 전 조합원 투쟁 전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까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임원 미투에 불량부품 청원도..올해 잡은 끊이질 않는 까닭

현대모비스의 이 같은 해명에도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해를 보낸 탓.

지난해 말부터 세간의 파장을 일으켰던 ‘미투’ 중심에 선 것은 물론, 불량 부품을 반출해 고객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청와대 청원글까지 게재되는 등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잡음들로 현대모비스는 골머리를 앓았다. 

올해 2월 직장인 익면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현대모비스 상무 A씨의 성범죄 내용이 요약·정리된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A씨는 여직원들을 상대로 ‘몸매가 좋다’ 등 성희롱 발언을 일삼아왔으며, 과거 기아자동차 임원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여비서를 실제 성추행 한 것은 물론 심지어 성 스폰서 제의까지 했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또한 A씨는 성추문 의혹뿐만 아니라 여직원들에게 폭언도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자리를 유지했고, 기아차에서 현대모비스로 자리만 이동했을 뿐 여전히 임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공분은 더욱 확대됐다.

아울러 BMW 연쇄 화재 이슈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면서 차량 안전성에 대한 고객들의 우려가 확산된 상황에서 현대모비스가 비에 젖은 핵심 부품들을 폐기 처분해야 함에도 완성차에 장착해 소진했다는 주장이 8월 제기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 이화공장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다던 청원인 B씨는 “순찰 중 고가의 자동차 부품 수백박스가 공장 밖 야적장에 방치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단 반출(절도, 도난) 의심으로 현대모비스 감사실에 제보했다”며 "그러나 현대모비스 감사실은 당시 부품들은 도난, 무단반출이 없었으며 완성차에 장착해 모두 소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부품들이 비에 맞아 전부 불량으로 폐기 처분해야 하는 것이었다는 게 B씨의 주장. 새벽 순찰 중 소나기가 와서 이 부품들이 비에 젖었고, 센서로 연결되는 특성 상 모두 사용할 수 없는 부품이라는 것.

B씨는 “이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본적 상식”이라며 “그럼에도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불량 부품들을 완성차에 장착해 소진했다는 것은 고의적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설령 죽은 사람이 없더라도 살인미수다”라고 비난했다.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

◆가시방석 앉은 임영득 사장, 세대교체 바람에 실적 부진도 ‘발목’

이 같은 의혹과 논란들로 현대모비스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임 사장의 향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리는 모습.

이달 혹은 내년 1월께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차그룹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 2019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임 사장의 재신임 여부는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임 대표가 가시방석에 앉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차 관련 부품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올해 실적이 크게 감소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모비스의 올해3분기 누적 매출은 25조5052억원으로 전년 동기(26조3229억원)보다 3.1% 줄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인 1조7055억원보다 15.4% 줄어든 1조4432억원, 당기순이익도 1조468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263억원) 대비 14.9% 감소했다.

여기에 현재 재계에는 40·50대 총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이에 발맞춰 50대 전문경영인(CEO)이 전면에 배치되고 있다는 점도 임 사장에게는 부담이다.

최근 재계 연말 인사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1955년생인 임 사장의 나이가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를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해 현대모비스의 역할을 강조하며 그룹 내 핵심 기술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현대모비스에 대한 투자 등 지원사격도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현대모비스가 각종 잡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임 사장이 정 수석부회장과 그룹의 미래를 함께 이끌어 갈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두고 첫 인사를 단행할 경우 임 사장이 현대모비스 수장 자리를 지킬 가능성은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사장단이 대폭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임 사장의 자리보전은 위태로워 보인다.

현대모비스 홍보실 관계자는 임 사장의 향후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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