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가입자 대상으로 1개월치 이용요금 감면..2019년 1월 청구부터 반영
시민단체 “상황모면용..제대로 된 사과와 손해배상·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KT가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서비스 장애기간에 따른 이용요금 감면과 영세 소상공인 서비스 장애에 대한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KT가 할 일은 ‘위로’가 아닌 제대로 된 사과와 손해배상,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라며 제대로 된 협의없이 일방적인 1·3·6개월 요금감면, 위로금 지급 통보에 그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는 KT가 추가적인 보상 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 ‘상황모면용 배상안’이라는 지적도 나오면서 시민단체와 KT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T, 아현지사 화재 보상안 발표..“최대 6개월 요금 감면”

11일 KT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 보상안을 확정했다.

보상안에는 서비스 장애기간에 따른 이용요금 감면과 함께 영세 소상공인 서비스 장애사실을 접수 받아 이를 근거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KT는 기존 발표와 같이 유무선 가입고객 대상 1개월 이용요금을 감면하기로 했으며 이번 화재로 소실된 동케이블 기반 유선서비스 가입자에게 최대 6개월치 요금을 감면하기로 했다.

동케이블 기반 인터넷 이용고객은 총 3개월의 요금을 감면하고, 동케이블 기반 일반전화(PSTN) 이용자는 총 6개월의 요금을 감면한다.

감면금액은 최근 3개월(8~10월) 사용요금의 평균치로 산정했으며 감면기간(1·3·6개월)에 따라 산정요금을 매월 감면하는 방식이다.

요금 감면은 내년 1월 청구에 적용되는데 동케이블 기반 인터넷 가입자는 2019년 1~3월, 동케이블 기반 일반전화 가입자는 2019년 1~6월 청구에 적용된다.

무선 가입고객은 통신장애 발생 지역 및 시간을 고려해 요금감액 대상자를 선정했으며, 유선 가입고객은 회선을 기준으로 요금감액 대상자를 선정했다.

이와 관련, 요금감액 대상자는 12일부터 홈페이지 및 스마트폰 ‘마이케이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KT는 이의신청 절차를 통해 추가 대상인원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KT는 주문전화 또는 카드결제 장애로 불편을 겪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서비스 장애사실 접수를 시작한다.

서울 서대문구청, 마포구청, 은평구청, 용산구청, 중구청 등과 협의해 오는 12일부터 26일까지 2주간 해당 관내 주민센터(68개소)에 직원을 상주시켜 서비스 장애사실을 신청 받는다.

서비스 장애지역에서 KT 유선전화 및 인터넷 가입자 가운데 주문전화 및 카드결제 장애로 불편을 겪은 소상공인(연 매출 5억원 이하)은 개별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 대상자는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지참한 후 인근 주민센터에서 장애사실을 접수하면 된다.

KT는 접수된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 후 위로금을 지급할 계획이며 대상자와 지급규모는 개별 통지할 계획이다.

이 밖에 KT는 광화문빌딩 및 혜화지사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의 음식점에서 점심 및 저녁식사를 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또 재래시장의 시장번영회 등과 협의해 일정금액 이상을 구매한 시장 방문객을 대상으로 장바구니 제공 등 지역상권 활성화 프로그램을 12일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용산고객센터 등 4곳에서 운영했던 ‘소상공인 헬프데스크’는 12일부터 용산고객센터로 통합해 운영한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 부사장은 “화재로 인한 유무선 서비스 장애로 어려움을 겪은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어려운 가운데 변함없이 KT를 응원해준 고객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KT, ‘배상금’ 대신 ‘위로금’으로 책임 회피”

KT가 통신구 화재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보상안을 내놨지만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11일 논평을 통해 “지금 KT가 할 일은 ‘위로’가 아닌 제대로 된 사과와 손해배상,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KT 보상안은 이전 SK텔레콤 불통사태 등과 비교해볼 때 분명 진전된 안이지만, 영업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택배기사, 대리기사, 퀵서비스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체적인 배상계획이 없다”며 “특히 ‘배상금’ 대신 ‘위로금’이란 명목으로 자신들의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지난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T 아현지사 화재사고가 있었던 11월 넷째 주 주말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 내 카드결제액이 그 전 주보다 30억58만원(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KT 불통사태의 여파는 마포구, 서대문구에 그치지 않고 용산구, 은평구, 중구, 영등포, 경기도 고양시 일부 등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났으며 카드결제 단말기 불통 외에도 유무선전화,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주문이 멈추면서 매출자체가 크게 감소하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참여연대 측의 주장이다.

앞서 피해시민들과 소상공인들은 수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KT에 제대로 된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시설점검과 이중화 및 백업시스템을 갖출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KT의 보상안은 책임을 회피하고 상황을 모면하려는 무책임한 대책에 불과하다”며 “피해시민 및 소상공인들과 손해배상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나 의견청취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요금감면안을 통보한 것도 모자라 피해소상공인 보상 기준을 자의적으로 연 매출 5억원 이하로 한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KT가 운영 중인 68개소의 피해사실 접수 신청서 란에는 구체적인 피해사실이나 피해액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없고, 그저 불통된 서비스 유형과 불통시간만을 적도록 돼 있어 이것만 가지고 어떻게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제대로 보상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참여연대는 또 “KT노동자들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 통신공공성과 안전을 무시한 무리한 시설 통폐합, 점검·복구인력 감축과 외주화, 통신공공성 확보보다는 기술혁신과 이윤추구에만 몰두해온 이통사와 정부에 있음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KT는 보여주기식 배상안으로 책임을 모면하려 하지 말고 소비자단체 및 소상공인단체 등이 참여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손해배상안을 마련하고, 정부도 협의·중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8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노웅래 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웅래 의원, ‘KT 통신대란’ 재발방지·피해보상법 대표발의

한편, KT 아현지사 화재로 주변 소상공인을 비롯한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노 의원은 KT 아현지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대란의 재발방지를 위해 통신시설 등급 관리를 강화하고 통신재난에 따른 피해보상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11일 밝혔다.

현행법에서는 방송통신재난의 신속한 수습과 복구를 위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로 하여금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한 탓에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개정안은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에 통신시설 등급 관리를 위한 주기적 조사와 점검 ▲방송통신재난에 따른 피해의 보상 기준·절차 ▲주요방송통신사업자 간 방송통신재난 대응 협력체계의 구축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KT 아현국사와 같이 사실상 C등급에 속하지만 D등급 시설로 분류됐던 사례를 사전에 점검 및 적발해 예방할 수 있다.

또 통신재난에 따른 피해보상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 국민을 두텁게 보호할 뿐만 아니라 이통3사간 우회망 확보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비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은 “기존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의 디테일을 강화해 KT통신대란과 같은 통신재난 사고의 재발을 막고 ICT기술 발전에 따라 더욱 다양해지는 피해유형에 적합한 보상기준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조속히 해당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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