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올해 8월 전문경영인인 김정호 사장 체제에서 오너 2세 황우성 회장 체제로 변경된 서울제약이 세간의 화제를 모은 ‘제약업계 갑질’ 논란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어 시선이 쏠린다.

제약사 2·3세 오너들의 각종 횡포가 폭로되면서 업계에는 ‘갑질 비상령’이 내려진 가운데, 서울제약에서는 한 임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 직원에게 협박성 발언 등으로 퇴사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

특히 서울제약은 최근 중동, 대만 지역 완제의약품 판매 공급계약까지 줄줄이 해지되는 악재까지 겹쳐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서울제약은 그동안 이렇다 할 잡음 없이 순탄하게 성장해 온 중견제약사. 하지만 이번 잡음으로 기업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한 모습이다.

더욱이 황 회장이 복귀한 이후 서울제약 안팎에서 문제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황 회장의 ‘책임론’도 급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호 서울제약 전 대표이사(왼쪽), 황우성 서울제약 회장

◆서울제약 임원, 육아휴직 신청 男 직원에 퇴사종용 등 ‘갑질’ 논란

SBS는 지난 9일 한 제약사 과장인 A씨가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퇴사를 권유받고 보복이 의심되는 징계까지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 제약사는 1976년 8월 창업주 황준수 명예회장이 세운 서울신약공업사가 전신인 서울제약.

보도에 따르면, 2살과 5살 아이 둘을 키우는 A씨는 부인의 육아휴직이 끝난 시점에 맞춰 9월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그러나 지방 영업부 소속인 A씨가 속한 이 지점의 임원은 A씨의 육아휴직을 받아주지 않았다.

또한 회사 측은 ‘원칙대로 육아휴직을 법적인 부분과 현상태를 고려하여 반려하였음을 알립니다.ㅋㅋ’라며 A씨에게 조롱하는 어투의 문자도 보냈다.

그럼에도 A씨가 회사에 계속 항의를 하자 임원 B씨는 “차라리 마음 편하게 사직서 쓰고 평생 육아를 해. 회사가 문 닫았으면 닫았지 네 육아휴직은 안 내줄 거다”라고 퇴사를 종용했다.

아울러 B씨는 “야 너 정리하라고 난리인데 뭐하러 정규직에 두냐. ○○○과장 육아휴직 쓴다 했다가 급여 한 달치 받고 그냥 그만 둔 거야”라는 협박성 발언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임원 B씨는 A씨를 근무태만을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넘겼고, A씨는 회사로부터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A씨는 최근 서울지방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했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공공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제약 관계자는 “제보자의 입장만 듣고 보도가 된 것”이라며 “육아휴직과 징계는 별개 사안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A씨는 이전에)근무태만과 사규위반 등 사안이 있어 징계가 논의 중이었으며 감봉 6개월의 처분을 받았다”며 “(A씨가)신청한 육아휴직은 임원 B씨 선에서 막은 것이다. (회사에서는)당연히 해줄 것이고, 현재 결제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가 (A씨에게)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은 맞다”며 “임원에 대한 징계는 추후 논의할 예정이며 임직원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용했던 전문경영인 체제 vs 오너家 경영 후 터지는 악재들..책임론 ‘솔솔’

한편, 서울제약은 2013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가 올해 8월 황 회장이 복귀하면서 5년 만에 오너체제로 회귀했다. 

2015년 10월부터 이 회사 대표이사를 맡았던 김 전 사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물러남에 따라 황 회장이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된 것.

하지만 김 전 사장 체제에서 서울제약은 탄탄대로를 걸어왔다는 점에서 당시 김 전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에 의문부호가 달리기도 했다. 

그는 서울제약 사장 취임 후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영업 관행인 불법 리베이트 철폐를 외치며 서울제약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했고, 리베이트 악행 근절과 실적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서울제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에는 매출액 447억3069만원, 영업이익 6억7524만원, 당기순손실 7억8306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6년에는 매출액 459억1985만원, 영업이익 29억7318만원의 실적을 달성했고, 당기순이익은 8억1679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2017년 역시 매출 466억원5224만원, 영업이익 41억2018만원, 당기순이익 8억8144만원 등 실적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김 전 사장은 직원과의 소통도 중요시 여겼던 인물로 그가 회사를 이끌면서 불거진 잡음은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조용하던 서울제약에서 갑질 주장이 제기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

게다가 최근에는 대만과 중동지역에서 각각 수십억 규모의 완제의약품 판매공급계약까지 해지되는 악재도 겹쳤다.

물론 임직원 개개인의 비위 행위나 논란들은 피해자들에 의해 폭로되지 않는 이상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하지만 서울제약에서 하필 오너 2세인 황 회장 체제로 변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각종 잡음들이 쏟아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제약사 특유의 보수적이고 폐쇄적 문화가 오너 ‘갑질’ 등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경영 체제로 복귀한 서울제약에서 발생하고 있는 악재가 황 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서울제약 관계자는 “김 사장이 사임하고 자리가 공석이라 황 회장이 복귀한 것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도 “(갑질 논란, 판매공급계약 해지 등) 악재가 겹친 시기가 (황 회장 복귀와) 맞아 떨어져서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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