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비례제 도입 시각차..나경원 “의원 정수 확대없인 어려워”
與 “내년 2월 처리” 타협안 vs 野3당 “민주·한국 합의안 가져와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주장하며 단식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 과제 해결에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집권여당으로서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 불가결한 상황인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으며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단식농성으로 맞서면서 두 거대 양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

이에 민주당은 내년 1월 중 개혁안에 합의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선거제 개혁을 놓고 국회에서 전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야3당 측에 ‘협상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야3당은 이 같은 민주당의 입장에 대해 “자신들의 법안 처리를 위해 졸속으로 꺼내든 카드”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여야 대치상태가 장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한국당 내부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합의도출이 안되면 야3당과 민주당만이라도 선거법 개정에 대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를 가동해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12일) 야3당의 단식농성장에 방문해 민주당의 선거제 개혁 로드맵을 제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야3당 측에 제시한 선거제 개혁 로드맵에 대해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해 내년 1월 중 개혁방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마치고 2월 중 국회에서 처리하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당을 설득해 와야 단식농성을 그만두겠다는 야3당의 요구에 대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한국당에게 임시국회를 다음 주 초부터 연말까지 열자고 정식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홍 원내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이야기 해본 결과 지금 한국당 내에 선거법에 대한 논의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만약 여의치 않으면 야3당과 민주당만이라도 정개특위에서 선거법 개정을 논의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선거법 개정을 위한 합의도출 기구로서 정개특위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선거법 문제뿐만 아니라 유치원3법, 정개특위 연장을 비롯한 여러 민생법안들도 같이 처리했으면 한다”며 “이를 위해 임시국회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12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연동형 비례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의 기본 취지에 동의한다고 밝히며 국회 정개특위 논의를 거쳐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을 정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도입의 기본 방향에 동의한다. 빨리 여야 5당이 이 방향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을 연장하고, 내년 1월 중 특위에서 개혁안에 합의하며 이를 2월 임시국회에서 의결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주장하며 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3당이 ‘선거제 개혁 촉구’ 농성을 풀고 국회 정개특위에서 본격적인 선거제 개혁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 민주당의 제안이지만 야3당은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직접 나서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단식농성 해제보다는 민주당이 한국당을 먼저 설득해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동참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단식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민주당이 최고위에서 대단한 결정을 한 것처럼 말하지만 기존의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고 원래 자리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당과 밀실에서 예산안을 처리했던 것처럼 두 당이 문을 걸어 잠그고 대한민국 정치를 바로 세울지 말지 논의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안을 만들어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민주당을 향해 “선거제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한국당을 설득하라. 한국당과 함께 이에 대한 입장을 가져오라”고 압박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불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이 두 달 전에 오늘과 같은 결정을 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 와서 어쩔 수 없이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저는 솔직히 못 믿겠다”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과 관련해 밀실 야합을 한 번 했으니 이제 제발 선거제도로 다시 한 번 뭉쳐주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민주당과 한국당이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평화당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제안에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적폐연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고조되고 각종 개혁법안 처리에 야3당의 도움이 필요해지자 졸속으로 꺼내든 카드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야3당이 농성을 풀고 민주당과 논의에 나서더라도 실제 선거제 개혁은 한국당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같은 경우에는 의원정수 확대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워 국민 정서가 공감해주실 수 있는 모르겠다”며 “전제적으로 부정적”이라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손학규·이정미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연동형 비례제는 권력구조와 연관돼 있다. ‘대통령제를 선택할 것이냐, 의원내각제를 선택할 것이냐’와 관련된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제에도 다양한 제도가 있다. 대한민국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는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내각제를 선호한다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즉각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전체적인 권력구조가 그렇게 가지 않는데 연동형 비례제 하나만 받는 것은 전체적으로 조화가 맞지 않는 제도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야3당이 민주당과 입장차를 좁히더라도 여전히 한국당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야3당의 단식농성 장기화와 나 원내대표 체제에서 이전보다 한걸음 뒤로 물러난 한국당 설득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그동안 구체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던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 개편 방향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선거제 논의에 새 암초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의원내각제를 연결 지어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양당 간에 논의를 진척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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