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허술한 관리에 범죄 노출 위험 증가→보안 강화로 안전공간 조성 확립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학교와 집 사이 꽤 거리가 있는 대학생 A씨는 1년 동안 통학을 했지만, 학년이 높아지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졌다. 때문에 자취를 할 수 있도록 부모님을 설득했지만 위험하다고 적극 반대하는 바람에 기숙사 생활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 학기 성적이 좋지 않았던 A씨는 1인실 기숙사 배정에서 떨어질 우려가 있었고, 이에 당첨 확률을 올려보고자 2인실을 신청하게 됐다. A씨는 2인실에 합격했지만 기숙사비가 다인실대비 높은 2인실에 신청한 학생이 그다지 많지 않아 A씨의 룸메이트는 배정되지 않았다. 덕분에 기숙사 생활을 편하게 지냈으나 A씨는 최근 며칠 사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누군가 밤마다 찾아와 살며시 문을 두드리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 처음엔 잘못 들었나 하고 귀를 의심했지만 종강을 앞두고 찾아오는 횟수가 더욱 늘어났다. 무서워지기 시작한 A씨는 층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했고, 기숙사 CCTV를 확인한 결과 기숙사 내 순찰을 돌던 경비원 B씨가 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그저 다른 학생들이 잘 자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랬다”고 해명했지만, 두 달 전 금품을 잃어버린 학생의 물건을 B씨가 훔친 정황이 확인됐다. B씨는 경찰에 넘겨지지 않고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됐다. 그러나 A씨는 기숙사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다음 학기부터 다시 통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YTN 뉴스 캡쳐>

최근 기숙사의 허술한 보안 문제가 또다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기숙사에 보안시스템이 미흡하거나 사감이 근무하지 않아 성범죄, 폭력 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이에 따라 기숙사의 구멍 뚫린 치안시스템과 학교 측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하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소용없는 보안시스템?..기숙사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대학생 구속

부산대 여자기숙사에 침입해 여학생에게 성폭행을 시도하고 주먹까지 휘두른 20대 남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부산지방법원 권기철 영장전담판사는 18일 검찰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강간 등 상해·치상)로 청구한 A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벌인 권 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1시30분께 술에 취해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여성 전용 기숙사인 ‘자유관’에 침입해 한 여학생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피해 여학생이 저항하자 주먹으로 얼굴을 폭행하기까지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부산대 학생으로 알려진 A씨는 다른 여대생이 자유관 출입 카드를 찍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틈을 이용해 뒤따라 기숙사에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술에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게 적용된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상해·치상 혐의의 법정 최고 형량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다.

앞서 부산대에서는 2013년에도 타 대학 남학생이 새벽에 여자기숙사에 침입해 잠자던 여학생을 때리고 성폭행한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부산대는 2013년 성폭행 사건 이후 자유관을 리모델링하고 여학생 전용 기숙사로 바꿔 올해 2학기부터 개관했다. 부산대는 1380명을 수용하는 자유관에 최첨단 보안 시설을 설치했다고 홍보했으나 개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이번 사건이 벌어진 것.

특히 자유관은 기말고사 시험 기간이라 출입 통제가 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한시적으로 완화된 상태였지만, 이에 맞춰 경비원을 추가 배치하는 조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학교 측에서는 부산대 여성전용기숙사에 외부인이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하자 여자기숙사 안전과 관련해 뒤늦게 대응책을 마련했다.

부산대 대학생활원에 따르면, 본부 학생처와 긴급대책회의를 해 사고수습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기숙사 원생의 혼란과 불편을 막기 위해 시험 기간 연장 출입시간(오전 1∼4시)을 그대로 유지하고 즉시 야간 기숙사에 사설 전문경비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학생활원은 사건이 발생한 16일부터 자체 인력으로 당직 근무를 서거나 기숙사 내외부를 순찰하고 있으며 내년 1월 말까지 기숙사 4곳에 순찰을 강화해줄 것을 경찰에 요청한 상태다.

또 정신적 고통을 겪는 피해 원생들 심리 안정과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 학내 상담센터와 연계해 전문 심리 상담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대는 기숙사 출입 시스템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편 입사자 안전 교육도 실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원생들에게 외부인 출입에 유의하고 문단속과 비밀번호 관리 등에도 각별한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부산대 측의 대응책 마련에 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보여주기식 대처’라는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

부산대는 노후 기숙사를 허물고 9월 여성 전용 기숙사인 ‘자유관’을 개관하면서 폐쇄회로(CC)TV 137대, 긴급 비상벨 740개, 사설경비시스템 설치 등 최첨단 보안시설을 갖췄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한 학기도 지나지 않아 외부인 침입 사건이 발생하고 비상벨을 눌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첨단 보안시스템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외부인 침입 당시에는 기말시험을 앞두고 출입시간이 새벽까지 연장됐지만, 경비원은 휴식 중이었다.

총학생회는 진행 중인 ‘기숙사 행정 만족도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 측에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지방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 구멍 뚫린 기숙사 도마위..계속되는 범죄에 불안한 학생들

이처럼 기숙사에서 외부인이 무담 침입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학교 측의 허술한 출입통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금품을 훔치려고 고등학교 기숙사에 침입한 20대가 때마침 나타난 유도부원에게 제압당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11월15일 오후 9시20분께 부송동 한 고등학교 기숙사에 B씨가 침입했다.

B씨는 복도에 있는 사물함 몇 개를 열어보다가 문이 열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을 뒤적이던 B씨는 때마침 방문을 열고 들어온 건장한 학생과 마주쳤다.

놀란 B씨는 황급히 복도로 달아났으나 뒤쫓아온 유도부원에게 팔과 다리를 제압당해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가 됐다.

B씨는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유도부원의 숙달된 누르기를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안 경찰은 바닥에 엎드려 꼼짝 못하고 있던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호기심에 기숙사에 들어왔다가 방문이 열려 있어서 잠깐 머물렀다”며 “물건을 훔치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옷장과 사물함을 열어본 점으로 미뤄 금품을 훔칠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B씨를 절도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아울러 10월에는 여성 기숙사에 침입해 손전등 불빛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유인한 뒤 자위행위를 한 30대 회사원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4단독 한정석 부장판사에 따르면,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C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C씨는 6월13일 오후 10시20분께 제주 시내에 위치한 모 대학 여자기숙사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휴대전화 손전등 불빛으로 여학생들의 관심을 끈 뒤 바지를 내려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이후 같은 달 30일 오전 2시43분께 같은 대학 기숙사 계단으로 몰래 침입해 불빛으로 여학생들의 시선을 유도한 뒤 이들 앞에서 재차 자위행위를 했다.

조사 결과 C씨는 과거 두 차례에 걸쳐 공연음란죄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올 3월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음에도 추가로 범죄를 저질렀다.

한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자숙하지 않고 이 사건을 저질러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며 “다만 판결 전 조사에 따르면 피고인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배경이 현재의 행동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고, 출소 후 성실히 치료를 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8월에는 여학생 기숙사에 침입해 속옷을 훔친 20대 D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D씨는 7월17일 오전 2시께 전남 나주시 한 고등학교 기숙사 건물 여학생 샤워실에서 속옷 5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D씨는 ‘여성용 속옷을 갖고 싶다’는 이유로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D씨는 기숙사 출입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영상을 분석한 뒤 탐문수사를 통해 D씨를 붙잡았다.

<사진=뉴시스>

# 이별 통보한 애인 기숙사 침입→살해..30대 징역 20년 선고

한편, 이별 통보한 애인의 기숙사에 몰래 침입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3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5부 김정민 부장판사는 9월20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E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3개월 남짓의 교제 기간 동안 수차례 피해자를 위협하며 집착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며 “데이트 폭력의 전형적 형태로 피고인에 의해 피해자는 26살의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약점과 신뢰 관계를 이용하고 범행 이후 (도주를 위한) 항공편을 알아보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라며 “무거운 책임에 상응하는 장기간의 수감 선고가 불가피하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씨는 4월1일 오후 11시30분께 경기도 화성시 소재 애인이 다니는 회사 기숙사에 몰래 침입, 애인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범행 후 E씨는 애인의 휴대전화와 가방 등을 챙겨 달아났다가 이틀 후 경북 울진에서 검거됐다.

경찰 조사 당시 E씨는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만난 애인과 지난해 11월부터 사귀어 오다가 최근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외부인의 기숙사 침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학생들은 누군가 자신의 방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사실에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성관련 사건이 시간과 장소, 인물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만큼 학교 측은 보안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 마련해야 한다.

특히 경비원 추가 배치, 출입자 엄격 통제 등 기숙사 안전 대책을 통해 학생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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