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올해 10월 출항한 ‘황창화호(號)’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난방공사)가 2개월 만에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

황창화 난방공사 사장의 눈치 없는 ‘웃음 브리핑’이 황 사장 본인은 물론 공사의 이미지까지 실추시키고 있는 까닭.

이달 초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온수관이 파열돼 시민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공사 측은 긴급점검에 나서는 등 재발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책임자인 황 사장은 상황보고 자리에서 웃음을 흘리는 상식 이하의 태도를 보여 대중의 공분을 샀다.

황 사장은 이후 사과문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시민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황 사장의 사퇴 촉구 목소리를 높이는 등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들은 잠잠했던 황 사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린 모습.

관련 경력과 전문성이 없다는 점에서 취임 초부터 ‘문재인 정권의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황 사장의 리더십 결여가 벌써부터 각종 사건 사고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사진=뉴시스>

◆“‘제2의 백석역’ 사고 안 돼!”..재발방지 총력 기울이는 난방공사

21일 난방공사에 따르면, 백석역 열수송관 누수사고 직후 20년 이상 사용한 열수송관에 대한 긴급점검을 실시해 지열 차이 발생 지점에 대해 13일부터 한 달간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전문 인력과 정밀 장비를 총 동원해 관로 구조분석 후 필요 시 굴착검사를 진행 중이다.

정밀진단은 지열 차이 발생 지점으로 파악된 203개 지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기존 열화상카메라 진단 과 청음진단, 가스진단 등 정밀기법도 병행 추진중이다.

난방공사는 지난달부터 공동주택 내 기계실 및 약 3만 세대를 대상으로 열 사용시설 에너지진단 무상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또한 사고 직후 장기 열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기계실 내 지역난방 열사용 시설에 대한 특별 안전 점검을 시행하는 등 안전관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난방공사는 긴급 점검한 20년 이상 사용 열수송관 686km 전 구간 중 지열차가 상대적으로 큰 16개에 대해서는 굴착 점검 및 보수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난방공사는 15일까지 굴착 점검 결과, 열수송관 미세 누수 또는 보온재 기능저하가 발생한 4개지점은 보수를 완료했고 8개지점은 보수 진행 중이다. 또 4개지점은 지자체와 굴착 협의 중으로 오는 23일까지 열수송관 점검 후 보수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난방공사 측은 “백석역 인근 열수송관 누수사고 추정원인과 동일한 용접부를 가진 443개 지점은 내년 3월말까지 모든 지점을 굴착해 용접부위 점검 후 보강 또는 교체공사를 순차적으로 시행해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4일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50여명이 중화상을 입는 등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바 있다.    

이에 난방공사 측은 열수송관 누수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전방위적 점검과 교체 작업 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

사고와 관련해 황 사장도 13일 정부 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백석역 열수송관 사고 수습 및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황 사장은 “열수송관 구간 연결부 용접부위가 내구성 저하 등의 원인으로 파열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번 백석역 인근 열 수송관 사고는 지난 30여년간 열공급을 하면서 단 한번도 발생한 사례가 없었던 사상 초유 사고 유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간 운영해온 열 수송관 안전관리 시스템이 변화하는 내외부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고 발생 이후 초기대응에도 미숙한 점이 발생한 점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 사장의 사과에도 그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분위기. 사고 직후 상황보고 현장에서 발생한 ‘웃음 보고’ 논란으로 황 사장은 한 차례 홍역을 겪었고, 그를 향한 비난의 화살도 여전한 모습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람 죽었는데 황창화 사장은 웃었다?..사퇴 촉구까지 ‘시끌’

고양시 등에 따르면, 5일 오전 0시께 백석2동 주민센터에서 이재준 고양시장, 이윤승 고양시의회 의장, 시의원, 소방 등 관계 공무원들이 모여 당시 상황파악을 위한 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황 사장은 “100도 가까운 온도이고 직접 닿으면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매일 적외선 카메라로 열 감지를 하는 등 통상적으로 수송관이 파열되는 징후가 나타나는데 이번 사건은 어떤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구연한이 통상적으로 50년인데 1991년 매설된 사고 열 수송관이 지반침하로 주저앉는 상황도 있고, 노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철저히 조사를 하고 노후된 곳은 교체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황 사장이 “앞으로 이런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발생했다.

황 사장은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웃음을 보였고, 당시 자리에 있던 한 시민이 공개적으로 “사람이 죽어 나갔는데 웃으면서 보고하는 게 말이 되냐”며 황 사장의 행동에 분노했다.

이에 황 사장은 “웃음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 너무 갑작스러운 사고가 터져 시장과 시민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발언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질 않았고, 청와대 국민청원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황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한 청원인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안타까운 죽음까지 있었는데 (난방공사 사장이) 웃다니요”라며 “저는 그런 사람을 그냥 두고 편하게 월급 받고 행세하게 하는 나라에선 살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황 사장의 해임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문재인 낙하산’ 논란 수면 위로..‘자격 없는 수장’ 3년 임기 순항할까

한편, 정치권에서도 황 사장의 행동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주목할 만한 것은 황 사장은 문재인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로, 취임 초부터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게는 눈엣가시였다는 점이다.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 소속 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이번 사고로 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려던 한 아버지의 꿈이 흩어졌다”며 “그런데 이 사고와 관련해 현장에서 보고를 하던 황 사장은 웃음으로 보고를 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10월 임명된 황 사장은 대표적인 캠코더 인사로 능력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과연 이런 분이 사고 대책을 마련하고 한국지역난방공사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며 황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비극적 사고에 참으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난방공사 사장의 웃음 보고는 더욱 더 충격”이라며 “‘의미없는 웃음’이라고 해명하지만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사고는 이미 예고됐던 인재라는 소리들이 벌써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원인 파악은 물론 사태 파악도 못한 상태에서 나온 ‘의미 없는 웃음’은 총체적 태만과 기강해이의 결정판으로 다가온다”고 일갈했다. 

또한 이 대변인은 “알고보니 난방공사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였다”며 “난방공사와 어떤 인연도 전문성도 찾아볼 수 없는 ‘캠코더’(문재인 대선 캠프출신·시민단체 활동 등 코드에 맞는 인사·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대표 격”이라고 주장했다.

황 사장은 1959년 경북 예천 출신으로 노동계에 있다가 1998년 임채정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일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이해찬 국무총리실 정무2비서관을, 한명숙 국무총리실 정무수석을 지냈다.    

올해 8월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때 이해찬 대표의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했다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제청과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 10월1일부터 황 사장의 3년 임기가 시작됐다.

이처럼 황 사장은 총리실 정무 수석, 국회 도서관장 등을 지낸 정치권 인사로 에너지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이번 온수관 파열 사고 직후 황 사장의 ‘자질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온수관 관리 및 대응 부실 문제도 모자라 사고 발생 1시간 만에 지인을 통해 해당 사고 사실을 인지한 것도 확인되면서 앞으로 난방공사를 이끌어 갈 수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부호가 달리는 모습.

결국 취임 2개월 만에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 받는 공기업이 되겠다”던 황 사장의 당찬 포부는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난방공사 내에서 입지를 다지기 전부터 코너에 몰리면서 3년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이와 관련, 한국지역난방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황 사장 논란 등과 관련해)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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