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 중독:무색·무취 ‘침묵의 살인자’→강화된 안전기준으로 희생 막는다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내년 1월, 곧 스무살을 앞둔 A군은 문득 즐겁지 않은 2019년을 맞이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된 수능 끝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겨울바다를 보러갈 날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최근 일산화탄소 관련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부모의 우려와 반대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최소 1명 이상의 보호자를 동행해야 허락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입장과 밤새 놀기로 약속했으니 문제없다는 A군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더욱이 자신을 포함해 친구들의 부모님 모두 맞벌이를 하는 탓에 A군은 더욱 난처할 뿐이다. 물론 A군이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애 첫 외박이자 친구들과의 여행이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강릉 펜션 가스중독 사고로 부상을 입은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들이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회복이 빠른 것으로 알려진 학생이 지난 20일 강원 강릉아산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로 치료를 받기 위해 걸어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겨울철 텐트와 캠핑카 등 밀폐된 장소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해 누출을 인지하기 쉽지 않은 실정.

특히 사람이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실 경우 혈액에 있는 헤모글로빈과 반응, 산소의 공급을 차단해 저산소증을 일으키고 뇌와 심장 근육 등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겨울철 야외에서 밀폐된 텐트나 캠핑카 등에 생활하며 난방기구를 사용하면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자주 환기를 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강릉 펜션 사고 학생 1명 첫 퇴원..나머지 학생들도 호전

최근 강릉 펜션 보일러 가스누출 사고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강릉 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학생 1명이 21일 오후 퇴원했다. 나머지 4명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퇴원하는 학생은 지난 18일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발생한 사고 부상자 7명 중 가장 먼저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사고 이튿날인 19일 의식이 돌아온 뒤 일반병실로 옮겼고 현재는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학생 1명이 오늘 오후 퇴원하고 20일 일반병실로 옮긴 2명도 빠른 회복세를 보여 고압산소치료를 1~2차례 더 받은 후 다음주 쯤 퇴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나머지 학생 2명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강 센터장은 “중환자실에 있는 학생 가운데 1명은 대화가 가능하며 팔다리도 잘 움직이는 상태”라고 했다. 이 학생은 이번 주말 중 일반 병실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학생 1명에 대해선 “예전보다 반응이 명확해지고 움직임도 활발해졌다”며 “곧 깨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당초 판단보다 회복 속도가 빨라 감격스러운 점도 있다. 학생들이 빠른 회복을 보여 기쁘다”며 “보호자들도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당분간 격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만큼 지나친 취재는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학생들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 뉴스로부터 차단된 상황이다. 병원 측은 학생들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심리상담도 병행하고 있다.

앞서 강릉 펜션 사고는 18일 오후 1시12분께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이 단체숙박 중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였고 이 가운데 3명이 숨졌다. 나머지 학생 7명은 강릉 아산병원(5명)과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2명)으로 옮겨졌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입원한 학생 2명은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뇌 손상을 막기 위한 저체온 치료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19일 중간수사 브리핑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강릉 고려병원과 강릉아산병원에 안치돼 있던 학생 3명의 시신은 19일 오후 2대의 헬기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졌으며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번 참사로 숨진 학생 3명의 영결식이 가족과 친구의 눈물 속에 열렸다.

지난 19일 강원도 소방본부 소방공무원들이 강원도 강릉 펜션에서 전날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사망한 서울 대성고 남학생 2명의 시신을 서울 신촌세브란스 등 2개 병원 장례식장으로 운구하기 위해 강원도 소방본부 제2항공대 헬기를 투입, 시신 2구를 구급차에서 헬기로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 캠핑 즐기려다 잇단 질식사고..‘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주의보

최근 고교생 3명이 강릉 펜션의 보일러에서 유출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한 데 이어 경남 함안에서 온수 매트를 켜고 텐트 안에서 잠을 자던 40대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함안경찰서에 따르면, 19일 오후 6시께 경남 함안군 칠북면 덕남리 낙동강 지류인 덕남수로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던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낚시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18일 수로에 도착해 낚시한 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A씨는 침낭에 반듯하게 누운 상태였고, 타살이나 자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낚시터에서 낚시를 즐긴 뒤 텐트 안에서 온수매트를 켜고 자다가 누출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A씨가 텐트 안에서 켠 온수매트는 휴대용 부탄가스를 사용해 물을 끓여 난방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A씨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A씨를 발견할 당시 텐트 안에 일회용 부탄가스 버너가 있었고 버너 위에 온수매트에 뜨거운 물을 공급하는 물통이 놓여있었던 정황을 근거로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고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겨울철 캠핑 등을 하다가 질식해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앞서 10월14일 오후 8시20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한 캠핑장 내 캠핑카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이들은 아버지와 두 아들로, 이들은 이날 캠핑을 하기 위해 캠핑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캠핑카는 창문과 출입문이 모두 닫혀 밀폐된 상황이었으며 싱크대에서 불을 붙여 태운 숯이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들이 캠핑카 내에서 숯을 태우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날 오전 11시50분께는 광주시 북구 영산강 변 한 다리 밑 텐트에서 60대 남성과 그의 아내가 숨진 채 발견, 경찰은 부부를 발견했을 때 텐트 안에 휴대용 부탄가스로 작동하는 온수 매트가 켜져 있던 점으로 보아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에는 경기도 이천과 양평에서 각각 텐트를 치고 잠을 자던 낚시 동호회원과 낚시객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2명 모두 부탄가스를 이용한 온수 매트를 켜놓고 잠을 자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2월26일 밀양시 오산교 인근에서도 부탄가스를 이용한 온열 기구를 켜놓고 잠을 자던 3명이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옮겨진 바 있다.

가을, 겨울철 캠핑카나 텐트에서 화덕이나 가스 등을 이용한 난방기기를 사용할 땐 좁은 공간의 산소가 연소하고 일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

일산화탄소는 몸속에 들어와 우리 몸 곳곳에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을 하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기 때문에 몸속 산소가 부족해져 저산소증으로 최악의 경우 질식사 할 수 있다.

이처럼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최근 5년간 캠핑장 안전사고로 겪는 인명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5년간 캠핑장 사고 현황’에 따르면, 전국 캠핑장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29명, 중경상 44명을 기록했다.

사고의 주요 원인은 텐트 내 질식 및 화재사고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1월 충북 제천의 월악산국립공원야영장, 같은 해 2월 전북 고창 선운사 캠핑장, 그해 5월 전북 부안 상록해수욕장 야영장과 충북 괴산 화양리 야영장에서 텐트 내 질식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전국 캠핑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 점검 대상인 1197개 캠핑장을 단속한 결과 19%(230개소)가 안전시설 미비로 적발됐으며 주요 위반사항은 ▲누전차단기 및 콘센트 부실 ▲소방기구 미비 및 규정 미달 ▲화재 시 대피안내도 미설치 등이었다.

안전시설 미비뿐만 아니라 등록조차 하지 않고 불법운영 중인 캠핑장 또한 299개소에 달했다.

노 의원은 “전국 각지에서 캠핑장이 급증하고 있지만 부실한 소방시설은 물론, 안전사고 발생 현황조차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등 사실상 사고위험에 무방비 상태”라며 “캠핑용 텐트가 다른 숙박시설에 비해 화재 등 위험성이 훨씬 높은 만큼 더욱 철저한 시설관리는 물론 미비한 법령체계 또한 재정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과 강릉 펜션 사고 관련 농촌관광시설 안전점검 전수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부, 제2의 강릉 펜션 참사 막는다..‘소규모 숙박시설’ 긴급 안전점검 실시

한편, 강릉지역의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재발 방지를 위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따르면, 최근 펜션 사고를 계기로 ‘관광진흥법상’ 소규모 관광숙박시설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했다.

관광진흥법상 ‘소규모 관광숙박시설’은 관광펜션업, 한옥체험업,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등이다.

올해 9월30일 기준 전국의 관광펜션업체는 488곳이며 총 객실 수는 4211개다. 한옥체험업체는 1277곳 존재하며 총 5692개의 객실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업체 1774개, 객실 수 5339개다.

문체부는 이들 시설에 대해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안전점검을 하도록 지자체에 전달하고 안전점검 과정에서 관광사업자들이 조속히 일산화탄소 경보기 등의 안전 설비를 설치하도록 계도할 계획이다.

또 이미 강화된 안전기준을 적용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있는 야영장 외에 한옥체험업,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등 시설들에 대해서도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아울러 한옥체험업은 관계부처 및 업계, 전문가 협의를 거쳐 현행 지정업에서 등록업으로 전환하고 등록요건과 안전·위생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외국인도시민박업에 대해서도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불법 시설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한다.

관광펜션업은 농어촌민박업이나 숙박업으로 이미 등록된 시설임을 고려해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안전기준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체부는 “앞으로도 관광숙박 시설에 대한 안전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며, 지자체와의 합동 안전점검도 주기적으로 실시해 관광객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강릉 펜션으로 놀러간 고등학생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중태 상태로 발견된 가운데 고압산소치료로 강점을 가진 강원도였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 있기 때문.

실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수도권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실을 갖춘 병원이 한 곳도 없기 때문에 결국 타 지역으로 이송했어야 했다.

이처럼 불미스러운 사태를 조금 더 적절히 처리할 수 있도록 권역별로 고압치료실이 하나씩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막기 위해선 밀폐된 공간에서 환기를 자주 하고 보일러 등 시설도 정기점검을 꼭 받아야 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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