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불황·경영난에 얼어붙은 나눔→‘티끌 모아 태산’ 선행 통한 행복 찾기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연말연시가 되면서 각계 각층에서 사회적 취약계층과 지원이 필요한 단체를 위해  따뜻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A씨도 최근 길거리에서 권유받아 노인을 위한 도시락 후원에 가입했다. 그러나 후원을 종결해야 할지 내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간 커피 한 잔을 아껴가며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소외계층을 돕고 있었으나 오히려 주변에서 “선행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없다”는 충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 처음에는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고 A씨의 선행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불쾌했지만, 각종 사건·사고들이 불거지면서 A씨도 누군가를 돕는다는 마음의 여유조차 사라지는 것 같았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차라리 자신을 위해 투자할까’ 생각도 끝없이 드는 상황. 하지만 역시 불신과 마음의 빈곤을 잠시 내려두고 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어진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위메프>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뉴스가 있다. 유명인을 비롯해 일반인, 그리고 익명의 누군가까지. 조건 없이 누구나 참여하는 착한 문화, ‘기부’ 소식이다.

최근에는 재능 기부의 형태로 크고 작은봉사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금전적인 제공의 모금과 다르게 기부의 범위가 단순한 물품의 제공을 넘어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경기에 기부 단체 불신이 더해지며 온정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기부 포비아’(phobia·공포증)라는 말까지 생겨난 상황. 기부 한파가 매서운 가운데 기부 문화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국내 기업, 사회공헌 활동 활발..나눔부터 ‘통큰’ 기부까지

국내 기업들이 나눔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속 실천하고 나눔 및 기부 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위메프와 고객들이 절반씩 힘을 모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 ‘나눔의집’을 함께 지원한다.

25일 위메프에 따르면, 판매수익을 나눔의집에 지원하는 애니휴먼이 제작한 ‘희망나비 팔찌’를 크리스마스인 이날 단 하루 반값에 판매한다.

위메프 고객들은 현재 1만5000원에 판매 중인 희망나비 팔찌를 75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나머지 7500원은 전액 위메프가 부담한다.

판매수익은 나눔의집에 전달된다. 이 자금은 ▲나눔의집 인권센터 건립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병원비 ▲일본 정부 등을 대상으로 한 법정 소송비용에 사용된다.

이처럼 고객과 위메프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에 각각 절반씩 힘을 합치는 것. 희망나비 팔찌 구매고객은 애니휴먼과 나눔의집 홈페이지 기부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다.

이번 후원은 매달 22일을 전후해 위메프가 진행하는 반값특가 행사의 일환이다. 연말을 맞아 구매를 통한 기부 문화를 반값특가를 통해 확산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뿐만 아니라 위메프는 20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기반으로 구매와 후원을 연계하는 다양한 ‘기부&테이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2월 한 달간 미혼모센터 아침뜰에 머무르는 미혼모 2명과 자녀를 지원하는 ‘기부딜’이 진행 중이며 고객들은 기존 위메프 결제수단을 이용해 1000원 단위 기부를 할 수 있다.

또한 위메프에서 기부딜 검색후 타요, 미피월드 등 키즈카페 및 전국 주요 스키렌탈샵 등 총 23개 상품 중 하나만 구매해도 판매금액의 1%를 자동으로 이들 미혼모 가정에 후원할 수 있다.

앞서 SK그룹은 21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사랑성금 120억원을 기부했다.

최광철 SK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사랑의 열매’ 회관에서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게 이웃사랑성금 120억원을 전달했다.

SK는 1999년부터 매년 이웃사랑성금을 기부하고 있으며,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행복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 SK는 지난달 29일 ㈜해맑은김치 등 전국 8개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김장 5만8000포기(6억6000만원어치)를 구매, 먹거리나누기운동협의회를 통해 전국 1000여개 사회복지기관 및 사회취약계층에게 전달했다.

또 저소득 가정에게 난방비와 난방용품도 지원한다. 17개 주요 계열사는 11월2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릴레이(Relay) 방식의 ‘SK행복나눔바자회’를 개최했다.

수익금과 회사 매칭 기부액 등 2억5000만원을 20일 민간구호단체인 (사)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에 전달, 1000여 가정이 수혜대상이다. SK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9100가정에 온기를 나눠준 바 있다.

아울러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20일 경북 경주 본사 로비에서 임직원 물품 기부 행사인 ‘따끈따끈 바자회’를 개최했다.

임직원들은 의류, 잡화, 가전제품 등 각 가정에서 쓰지 않는 물품을 장애인 근로사업장인 ‘굿윌스토어’에 기부했다.

기부한 물품들은 장애인들의 손길을 거쳐 전국 5개 ‘굿윌스토어’ 매장에서 판매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장애인 근로자 급여로 사용돼 장애인 고용창출과 사회적응에 기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수원 직장어린이집인 ‘도담어린이집’ 원아 50명도 직접 뜬 목도리를 기부,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같은 날 KB금융그룹은 서울시 중구 정동에 위치한 사랑의 열매 회관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부금 전달식을 갖고 ‘희망2019나눔캠페인’에 연말 이웃돕기 성금 100억원을 전달했다.

이 캠페인은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소외 이웃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매년 진행하는 성금 모금 캠페인이다. KB금융그룹은 2001년부터 매년 이웃돕기 성금을 기부해 왔으며 올해까지 총 누적 기부액은 111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기부 등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이미지와 가치를 높이는 데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배우 유연석(왼쪽), 손호준.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연예인들의 따뜻한 연말 인사..기부 행렬 줄줄이

특히 과거보다 한국의 기부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데는 유명 연예인들의 기부 활동이 한몫했다. 차인표·신애라 부부, 최수종·하희라 부부, 션·정혜영 부부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배우 손호준과 유연석이 ‘커피프렌즈’ 수익금을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재활치료기금으로 기부했다.

손호준과 유연석은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찾아 3260만원을 전달했다.

손호준과 유연석은 약 9개월간 시민들의 ‘커피프랜즈’ 참여 속에 1628만 3000원을 모금했다. 여기에 두 배우가 동일한 금액을 추가로 기부했다.

이날 손호준은 “뜨거운 참여와 응원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의 선한 마음을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모든 어린이에게 크리스마스가 따뜻하고 즐거운 날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앞으로 좋은 치료 환경 속에서 건강한 미래를 꿈꿀 수 있길 바란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유연석은 “저희가 만든 음료를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미소로 기부에 동참해주신 분들처럼 나눔을 생활화하는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며 “함께 해주신 많은 팬분들과 시민분들의 소중한 기부금이 장애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치료 기금으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지원 푸르메재단 이사장은 “바쁜 작품 활동 속에서도 뜻깊은 기부금을 모아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장애 어린이들이 꾸준한 재활 치료를 통해 사회에 한 걸음 내딛는 데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화답했다.

손호준과 유연석이 직접 기획한 ‘커피프렌즈’는 재미(Fun)와 기부(Donation)가 결합된 퍼네이션(Funation).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매달 한 번씩 두 배우의 선한 우정을 상징하는 커피차가 서울, 김포, 인천 등 수도권 곳곳을 방문했다.

행사기간 동안 손호준과 유연석은 진정성 있는 태도로 책임을 다했다. 손호준은 드라마 촬영 중 빠듯한 스케줄에도 100% 참석했고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성의 있는 한 잔을 제공했다. 유연석은 실제 커피 트레일러 운전 면허증을 취득해 직접 커피차를 운전했다.

즐겁게 기부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싶은 그의 바람이 공감을 얻으며 많은 참여를 이끌었다. ‘커피프렌즈’에 사용되는 물품과 재료 등 운영비를 사비로 부담한 손호준은 추가 기부금까지 더해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즐겁게 기부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싶은 그의 바람이 공감을 얻으며 많은 참여를 이끌었다. ‘커피프렌즈’에 사용되는 물품과 재료 등 운영비를 사비로 부담한 손호준은 추가 기부금까지 더해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또한 빅뱅 승리는 19일 루게릭 환우를 위해 승일희망재단에 1억원을 쾌척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자신이 운영하는 외식업체 수익금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승리의 기부금은 각각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과 저소득 가정 아동들의 생필품 등을 구매하는 데 사용된다.

그룹 위너 강승윤도 힘을 보탰다. 18일 루게릭병 환우를 위한 승일희망재단에 3000만원을 기부했다. 이는 6월 아이스버킷 챌리지에 참여하면서 500만원을 기부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강승윤의 기부금은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전현무는 11월 서울 사랑의 열매에 미혼모 가정 지원금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어 이달 13일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원으로 가입해 눈길을 끌었다.

그룹 AOA의 설현 역시 최근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생활을 위해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20일 아동보육센터 지원사업에 5000만원을, 지난해 경북 포항 지진 피해 이재민을 위해 5000만원을, 서울 농학교에 5000만원을 후원한 바 있다.

유재석도 기부천사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달 14일 유재석은 사랑의 연탄 7만1500여장(5000만 원)을 후원했다. 앞서 6년간 연탄 기부에 동참하고 있는 유재석은 그동안 총 63만3020장을 기부, 이는 3억8000만원에 이르며 4000가구가 넘는 가정을 지원한 규모라고 전해졌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가 36.7도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 꽁꽁 얼어붙은 기부 손길..사랑의 온도탑 목표 달성 ‘빨간불’

한편,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앞두고 소외계층을 위한 구호단체의 각종 기부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지만 모금 열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21일까지 38.4도에 머물렀다.

‘희망 2019 나눔 캠페인’을 시작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모금액은 약 15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82% 수준에 불과한 셈.

사랑의열매는 내년 1월31일까지 73일간 전국 17개 시·도지회에서 모금을 진행한다. 모금 목표액은 4105억원으로, 전년 모금액(4051억원)보다 약 1.3% 높게 잡은 금액이다.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의 1%인 41억500만원이 모일 때마다 온도가 1도씩 오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데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등의 영향으로 기부 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추세라면 캠페인 목표액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앞서 2000년 사랑의 온도탑이 처음 세워진 이후 목표치인 100도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홍보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던 2000년, 그리고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직후인 2010년 단 2번뿐이다.

특히 자선모금 운동의 대명사인 구세군의 모금액도 2017년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세군에 따르면, ‘2018 집중모금’ 기간인 11월3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구세군은 ‘자선남비’를 앞세운 거리 모금과 기업 모금 등에서 총 27억5700여만원을 모았다.

하지만 전년 같은 기간의 32억6900여만원과 비교하면 약 15%나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구세군 관계자는 “연말연시 훈훈한 소식보다는 각종 사건·사고들이 불거지며 사람들이 마음을 닫고 있는 것 같다”며 “이웃사랑을 위한 더 많은 온정이 모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부 문화 발전을 위해 가장 보완해야 하는 요소로 ‘기부 단체의 투명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기부금 단체 의무시행 사항에 ‘외부 회계감사’ 항목을 추가해 세법 시행령을 개정, 이에 따라 여러 후원 단체들 또한 후원금의 집행 경과를 후원자들에게 투명하게 보고해 건전한 후원 문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남을 돕는 일, 이웃을 생각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누군가를 돕고 있을 것이다.

2018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경제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자신이 실행할 수 있는 선에서 어려운 이웃에게 손 내밀며 한 해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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