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간 해외 명품 등 1061점 밀수입..직원·항공기 사유화해 범죄 활용
개인물품 회사물품으로 위장 방식도 사용..대한항공, 수억 관세 대신 지급

[공공뉴스=박계형 기자]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대한항공 항공기와 직원 등을 동원해 지난 10년간 8억원 상당의 해외 명품, 생활용품, 과일 등을 사들여 국내에 몰래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 회장의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한진 총수 일가를 관세법 위반으로 입건해 지난 27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고발·송치했다.

이들 총수 일가의 밀수를 도운 대한항공 직원 2명과 대한항공 법인도 함께 고발됐다.

(왼쪽부터)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이는 지난 4월 한진 총수 일가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이후 8개월 만에 낸 결론이다. 앞서 관세청은 4월 조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이후 한진 총수 일가에 대한 밀수 의혹 제보가 쏟아지자 관련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관세청 인천세관본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의 ‘한진가 밀수입 등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개인 편익을 위해 대한항공 항공기와 직원 등 회사 자원을 사유화해 밀수입 등 범죄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이사장 등은 2009년 4월부터 2018년 5월까지 9년 동안 모두 260회에 걸쳐 시가 1억5000만원 상당의 해외 명품·생활용품 1061점을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13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30차례 시가 5억7000만원 상당의 가구·욕조 132점을 세관에 허위신고한 혐의도 있다. 

한진가는 대한항공 해외지점을 밀수입 경로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주로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지점이 이용됐다.

조 전 부사장은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품 구매한 후 대한항공 해외 지점이 물품 수령, 이후 해외 지점에서 인천공항으로 배송해 직원이 개인물품을 회사물품으로 위장하는 방식을 썼다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해외에서 구입한 9800만원 상당의 의류, 가방 등을 213회에 걸쳐 대한항공 항공기와 직원을 이용해 밀수입하고, 3100만원 상당의 개인용 가구 등을 대한항공이 수입한 것처럼 신고했다.

이 전 이사장의 경우 대한항공 해외지점에 직접 해외 유명 과일, 그릇 구매를 지시했고 46회(3700만원 상당) 밀수입했다. 이를 한국에 몰래 반입하기 위해 딸인 조 전 부사장과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자택에서 사용할 5억3600만원 상당의 가구 등은 27회에 걸쳐 대한항공이 수입한 것처럼 허위 신고했다.

특히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이 수입자를 대한항공으로 허위 신고 하면서 개인이 부담해야 할 관세 2억2000만원을 대한항공이 대신 지급했다.

조 전 전무는 해외에서 선물 받은 1800만원 상당의 고가의 반지, 팔찌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반입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인천세관은 압수수색 중 밀수입 추정 물품이 다수 발견됐지만, 한진가 세 모녀는 해당 물품을 국내에서 샀거나 또는 선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구매 영수증 등 관련 증빙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회사 자원을 사유화해 밀수입 등 범죄에 악용했다”며 “수사 과정에서도 증거를 인멸하고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이었다”고 말했다.

관세법 상 밀수입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를 벌금으로 처한다. 

허위신고는 물품원가 또는 2000만원 중 높은 금액 이하를 벌금으로 매긴다. 허위 신고와 관련, 한진가가 대한항공에 끼친 손해에 대해 검찰은 배임·횡령 혐의로 추가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관 당국은 한진 총수 일가의 밀수입 지시와 업무연락, 배송 현황 파악, 국내 운반, 전달 등을 맡은 대한항공 직원 2명도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함께 송치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 직원과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세관직원은 비위 사실이 확인돼 중징계,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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