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이웃에 4000만원 사기..“돈 돌려받으면 어려운 학생 위해 쓸 것”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사기를 당했다며 나눔의 집 측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도움을 호소했다.

3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 측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귀국 후 충북 보은에 터를 잡고 인삼을 떼 행상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중 2001년 4월 이웃인 정모씨에게 어렵게 모은 전 재산 4000만원을 빌려줬다.

앞서 이 할머니는 1942년 16세 나이에 중국 만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피해를 당했다.

해방 직후 고향인 대구로 돌아갔으나 동네 사람들의 비난에 고향을 떠나 충북 보은 속리산 자락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할머니는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거나 인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왔다.

할머니의 사정을 알고 있던 당시 마을금고 이사장 정씨는 2001년 4000만원을 빌려갔다. 정씨의 장모가 찾아와 사위에게 돈을 맡기면 이자를 잘 주고 돈을 불려준다고 얘기해 믿고 빌려줬으나 18년이 지나도록 돈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속앓이를 하던 이 할머니는 지난 추석 때 나눔의 집에 뒤늦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눔의 집 측은 정씨와 연락해 원만히 해결하려 했지만 정씨는 ‘돈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할머니는 차용증 등의 증거를 가지고 있으나 이미 채권시효 10년이 지나 법적으로는 돈을 받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나눔의 집 측은 결국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사기 피해를 본 이 할머니가 정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해당 청원에는 현재까지 9000여명이 동참했다.

나눔의 집 측은 “이 할머니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보은군민장학회에 2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항상 사회적 약자를 위했다”며 “돈을 돌려받으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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