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상황 시 의사들이 대피할 수 있는 ‘진료실 뒷문’ 설치 등 고려

SNS에 퍼지고 있는 故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 <사진=문준 늘봄재활병원 원장>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유명을 달리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같은 피해 사례를 막기 위한 ‘임세원법’ 제정이 추진된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에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 다시는 임 교수와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해달라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임세원법’ 제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 제정 추진은 동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학술단체로, 고인이 몸담았던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주도한다.

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는 “안전한 진료환경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게 유족들의 유지”라고 전했다.

또한 ‘임세원법’은 위급상황 시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대피할 수 있는 뒷문을 만드는 등의 안전장치를 두는 것 등이 고려되고 있으며 이미 몇몇 국회의원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께 피의자 박모씨가 진료 도중 흉기를 꺼내 임 교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박씨를 피해 달아나던 임 교수는 복도에서 넘어지면서 박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렸다.

가슴을 흉기에 찔린 임 교수는 중상을 입은 상태로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이날 오후 7시30분께 사망했다.

임 교수는 도망치던 중에도 간호사들이 안전한지를 계속해서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일단 먼저 상황 전파를 하셨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면서까지 간호사들을 챙기셨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생전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에 헌신해 온 전문가였다. 우울증과 불안장애와 관련된 학술논문 100여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관련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한편 지난 2016년에는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펴냈다.

또 2011년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 2017년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선정한 ‘생명사랑대상’을 받았다.

그는 생전 각종 기고문과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경정신과 의사로 일한 20여년 동안 환자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한 편지를 상자에 담아 따로 보관하기도 했다.

임 교수의 유족들은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들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동료 의사들이 힘써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임 교수의 동생분이 함께 모은 유족의 뜻을 말씀해주셨다”며 “이 두 가지가 고인의 유지라고 생각하며 선생님들께서 이를 위해 애써 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에 대한 병원 내 폭력 및 범죄 행위를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공감을 사고 있다.

특히 폭력에 노출된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지난달 31일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소통 광장 코너에 등록된 ‘강북 삼성병원 의료진 사망사건에 관련한 의료 안정성을 위한 청원’에는 2일 오후 2시 기준 3만6000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청원인은 “병원은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다양한 의료 관련 직종이 종사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수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병마와 치열하게 싸우기도 하는 공간”이라며 “이런 병원에서 환자의 치료에 성심을 다하려는 의사를 폭행하고 위협하고 살인하는 것은 치료를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들의 목숨을 위협에 빠뜨리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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