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역 온수관 사고 당일 안전점검 안해..관계자 7명 입건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최근 초등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초동대응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학교의 침착한 판단과 학생들이 평소 익힌 대피훈련을 그대로 따르면서 단 한 건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

반면 지난달 발생한 경기 고양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에서 사고 당일 고양지사 통제실에서 근무 중이던 직원들이 초동 대처를 미흡하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가운데 초동 대처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4일 오후 8시43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배관 파열 사고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사진=뉴시스>

◆고양지사 통제실 직원 초동 대처 미흡..매설 당시 용접 부실 가능성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 당일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관계자를 줄줄이 입건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은 고양 열수송관 현장 점검을 담당하는 하청업체 A사의 소장 B씨와 직원 2명 등 총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의 관리책임자 C씨와 통제실 직원 3명 등 총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수사결과 A사의 직원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4일 현장에서 육안으로 진행했어야 하는 점검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매일 이뤄지게 돼 있는 육안 점검은 열수송관이 묻혀 있는 지반에 균열이나 패임이 있는지, 연기가 나지는 않는지 등을 살펴보는 업무이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1차례씩 진행되는 열화상 카메라 이용 점검과는 별개로 상시로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뤄지는 점검이다.

하지만 사고 당일 고양지사 통제실에서 근무 중이던 직원들의 경우에는 초동 대처를 미흡하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 현장검증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사고가 난 열수송관의 용접이 애초에 부실하게 돼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1991년 열수송관이 매설된 뒤 3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 배관 자체가 노후화한 영향 외에도 공법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용접을 미진하게 한 정황을 파악해 조사 중이다.

다만 정확한 사고의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작업이 끝나야 규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 측은 오는 15일 이후 분석 결과를 경찰에 회신해줄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면 처벌 대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현재 입건된 피의자들 외에 설계, 용접, 관리·감독 등 전방위적인 분야로 수사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4일 오후 8시40분께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한국지역 난방공사 고양지사 지하 배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나 차량에 타고 있던 송모씨가 화상으로 숨졌다. 송씨를 포함해 50여명의 인명피해와 74건의 재산 피해가 난방공사 측에 접수됐다.

지난 3일 오전 9시32분께 충남 천안시 서북구 차암동 차암초등학교 증축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모두 대피한 가운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초동 대처 빛난 차암초, 평소 훈련한 화재대비 매뉴얼로 인명피해 ‘0’

한편, 천안 차암초등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초동 대처가 빠르게 이뤄져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충남도교육청은 차암초 증축 공사장 화재와 관련해 천안교육지원청에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차암초 교실 증축공사현장에서 3일 오전 9시30분께 외부 시멘트 패널 부분 공사 도중 발생한 것으로 화재는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학교 측은 화재 발생 시 학생들이 평소에 훈련한 화재대비 매뉴얼에 따라 학생과 교직원, 공사현장의 인부 등 900여명을 신속하게 대피시켰다.

또한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 장소 제공 등 적극적인 협조로 피해 학생들이 추위에 떨지 않았다.

특히 학교에 근무 중인 사회복무요원은 몸이 불편한 학생을 업고 신속히 대피해 단 한명의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충남도교육감은 사고보고를 받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곧바로 화재 현장을 찾아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로하고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이날 마련한 대책으로 ▲공사 중이던 교실증축 관련해서는 구조안전진단 곧바로 실시 ▲당초 9일부터인 방학을 4일로 앞당겨 조기 방학 추진 ▲겨울방학 돌봄 교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조치 ▲화재에 따른 새 학기 학생 배치 대책마련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학생들이 정신적 충격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곧바로 학생 심리 지원 선별 검사와 함께 학부모에게도 알림문자를 보내는 등 학생과 학부모 안정화에도 힘쓰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도내 학교의 신축·증개축 공사장에 대한 안전점검에 즉시 돌입한다”며 “이번 화재가 발생한 차암초에 대한 구조안전 진단의 경우 전문가와 함께 학부모 등 인원에 제한 두지 않고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천안교육지원청에 마련한 사고대책본부는 화재사고가 마무리 될 때까지 운영할 계획이며 진행 단계별로 학부모에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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