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애인경천’(愛人敬天·사람을 사랑하고 하늘을 공경한다)’이라는 이념 아래 국내 생활뷰티 선도 기업으로 거듭난 애경산업이, 그러나 잇단 구설수에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

수년 전부터 논란이 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애경 측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사과 한마디 없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

여기에 최근에는 이른바 ‘견미리 팩트’로 유명세를 탄 애경산업의 ‘에이지투웨니스 에센스 커버팩트’ 판매 홈쇼핑 방송에 가정사 논란으로 출연을 중단했던 배우 견미리씨가 방송을 재개해 현재까지도 후폭풍이 상당하다.

애경산업이 소비자들의 비판과 원성은 외면한 채 수익 쫓기에 급급한 나머지 모델 봐주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기업이라고 자평하던 애경산업의 이 같은 앞뒤 다른 모습은 타 기업들이 강조하는 사회적책임과 정반대 행보. 결국 애경산업은 물론 나아가 그룹 전체의 기업 윤리의식 마저 의구심이 드는 형국이다.

◆檢, 애경 ‘가습기살균제’ 참사 책임 이번엔 밝히나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이날 가습기살균제를 제조·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애경산업 전·현직 대표이사 등을 고발한 피해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했다.

앞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등 시민단체와 유가족 등은 지난해 11월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를 포함한 이 회사 전·현직 임원을 7명을 업무상과실 및 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했다.

애경산업이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사용해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유통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

당시 고발인들은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메이트’를 제조·유통해 많은 국민을 죽거나 다치게 만들었음에도 처벌은커녕 수사조차 받지 않은 애경산업의 전·현직 대표이사를 두 번째 고발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검찰은 당장 가해기업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지금이라도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선진국에 비해 너무 허술한 징벌적 배상제의 배상액 상한액을 없애야 하며 소비자 집단소송제도 강화하는 등 법 제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옥시는 책임을 인정하고 형사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책임을 이행하고 있지만 애경산업 등에 대해서는 현재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수사가 중단된 상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해기업들은 법적·윤리적 책임을 지지 않고 인간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가습기넷은 2016년 8월에도 이들 기업을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는 중단됐다.

그러나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죽거나 다친 피해자들은 6210명. 이 가운데 확인된 사망자는 1359명에 달한다.

이 같은 대규모 참사와 관련해 책임을 진 기업은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 등 일부다.

애경산업이 제조·유통한 가습기메이트의 경우 200만병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 측은 자사로 인한 피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사과와 배상 책임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2017년 가습기살균제 기업들에게 피해분담금을 부과해 애경산업은 분담금 92억7200만원을 완납하긴 했지만, 이밖에 이렇다 할 피해자 구제 노력은 전무하다.

분담금은 내지만 책임과 죄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애경산업의 행태에 많은 이들은 공분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검찰 재조사로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원인을 제공한 ‘주범’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애경산업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조사 결과가 신속히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애경 측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남편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배우 견미리씨의 홈쇼핑 방송 복귀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애경 측은 그동안 견씨를 방송에 출연 안 시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 3일 오후 진행된 현대홈쇼핑의 ‘에이지투웨니스 에센스 커버팩트’ 판매 생방송에는 견씨가 출연하지 않았다.

◆‘견미리 홈쇼핑 출연’ 문제 없다던 애경산업, 돌연 말 바꾸기?

애경산업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린 행동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남편 주가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배우 견미리씨가 홈쇼핑 방송에 복귀하면서 상당한 잡음이 일었다.

견씨 남편 이모씨는 A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유상증자로 받은 주식을 매각해 23억 7천만 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4년, 벌금 25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견씨는 지난해 12월14일부터 홈쇼핑 출연을 중단했다. 견씨는 애경산업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에이지투웨니스의 ‘에센스 커버팩트’ 모델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같은달 26일 GS홈쇼핑의 에이지투웨니스 에센스 커버팩트 판매 방송에 견씨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남편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중단했던 홈쇼핑 방송에 약 2주 만에 복귀한 것.

견씨 복귀 방송을 본 소비자들은 GS홈쇼핑 상품문의 게시판에 “돈에 눈멀어 사기꾼을 방송 내보내는 GS는 고객을 개돼지로 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불매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등 불편함을 토로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견씨가 남편의 주가조작에 대해 모른척 방관한 채 사과 한마디도 없이 화장품을 팔고 있다”며 “주가조작은 빚투보다 더 심각한 범죄로 견씨 명의가 범죄에 이용됐는데 피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화장품만 팔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청원글도 등장했다.

이 청원인은 “일부 투자자들은 견미리의 이름, 견미리 남편 등 타이틀에 속아 투자했을 것”이라며 “최소한 본인 입으로 사과하는 게 인간의 도리”라고 일갈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당시 애경산업 측은 한 매체를 통해 “견씨가 홈쇼핑에서 완전히 하차한 것이 아니다”며 “견씨 의사를 존중해 다시 출연하게 된 것”이라고 견씨의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견씨에 대해 일부 부정적 여론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직접적 귀책사유가 아닌 가정사 아니느냐”며 “견씨 홈쇼핑 출연은 계약에 따른 것으로 우리가 출연을 막을 근거도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견씨 측 변호인단 역시 “(홈쇼핑) 자진 하차를 결정한 바 없다”며 “남편의 형사문제가 언론에 계속 보도됨에 따른 허위비방과 악성 댓글에 시달리게 됐고 이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으로 방송을 잠시 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3일 현대홈쇼핑의 ‘견미리 팩트’ 판매 방송에는 견씨가 출연하지 않았다. 

이는 “견씨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 출연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애경 측 당초 입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

이에 애경산업 관계자는 “견씨가 전날(3일) 현대홈쇼핑 방송에 출연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견씨는) 방송을 잠시 쉴 예정이며 향후 일정은 논의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애경산업 측이 거세지는 비난 여론을 인식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 그동안 견씨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가정사’라며 문제가 없다던 입장을 취한 애경산업이 말을 바꿔 잘못을 인정한 꼴인 셈이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왼쪽), 안용찬 전 제주항공 부회장

◆애경그룹 경영진 갈등설 ‘설왕설래’..아쉬운 사회적책임 

한편, 애경그룹은 견미리 복귀 논란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와 더불어 경영진 갈등설까지 안팎으로 잡음이 이어지면서 올해 초부터 유난히 뒤숭숭한 모습.   

지난해 12월 애경그룹 주력사인 제주항공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안용찬 부회장이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면서 그 배경에도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임기 3년의 대표이사직에 재선임된지 불과 8개월만이다.

안 부회장은 현재의 제주항공을 키운 인물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다. 향후 제주항공을 독자 경영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장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 측은 안 부회장의 퇴진과 관련해 “안 부회장이 환갑이 되는 해 퇴임할 뜻을 과거부터 밝혀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애경그룹의 실질적인 총수이자 장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갈등설에 대한 소문이 업계에 파다한 상황.

일각에서는 채 총괄부회장과 안 부회장이 제주항공 경영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그룹 경영권을 잡고 있는 채 총괄부회장이 안 부회장을 떠나도록 한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이처럼 애경그룹 내부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일가 사이 충돌이 발생하면서 잇단 논란거리들을 신경 쓸 여력이 있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

기업들이 너도나도 기업 윤리와 사회적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애경그룹의 이 같은 경영권 갈등설은 상당히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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