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관 하단 10cm 절단·이음 부분 마감처리 미흡..경찰, 관련자 9명 입건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펜션사고 원인은 무자격 보일러 시공업자의 부실시공으로 조사됐다.

부실 시공된 보일러 연통(배기관)이 보일러 가동 시 진동으로 조금씩 이탈했고 이 틈으로 배기가스가 누출돼 참사로 이어진 것.

특히 부실 시공된 보일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부실하게 완성검사를 하고 점검과 관리도 부실하게 이뤄지는 등 총체적인 부실이 불러온 인재로 드러났다.

4일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이 강릉경찰서 4층 대회의실에서 강릉 펜션사고 관련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원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펜션 운영자, 무등록 건설업자, 무자격 보일러 시공자를 비롯해 완성검사를 부실하게 한 한국가스안전공사 강원 영동지사 관계자, 점검을 부실하게 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자 등 7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중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보일러 시공업체 대표 A씨와 시공기술자 B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불법 증축을 한 전 펜션 소유주 2명도 건축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신청된 A, B씨는 가스보일러 시공 자격이 없음에도 2014년 건축주의 의뢰를 받고 보일러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스보일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가스시설 시공업을 행정관청에 등록한 자만 설치할 수 있다.

경찰은 사고 직후 펜션 주변의 CCTV 분석 결과 외부인 출입은 없었고 사고가 난 객실 가스보일러 배기관은 분리된 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보일러 본체와 연통이 분리돼 일산화탄소를 포함한 배기가스가 누출되면서 객실로 배기가스가 확산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배기관이 분리된 이유는 보일러 시공자가 배기관과 배기구 높이를 맞추기 위해 배기관 하단 10cm 가량 절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배기관의 체결흠이 잘려나갔고 이를 배기구에 집어넣는 과정에서 절단된 면이 배기구 안에 설치된 고무재질의 링을 손상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배기구와 배기관 이음 부분을 법에 규정된 내열실리콘으로 마감처리를 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체결력이 약해진 배기관이 보일러 운전 시 발생된 진동에 의해 연통이 이탈돼 분리됐다.

경찰은 사고가 난 201호 객실 보일러 급기관에서 발견된 계란 2개 크기의 벌집은 보일러의 불완전연소를 유발해 부실 시공된 연통의 이탈을 가속할 수 있는 것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펜션 객실의 보일러 연통이 완전히 이탈한 시기를 명확하게 특정하지 못해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경찰은 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농어촌 민박의 가스안전관리 규정, 가스공급자의 보일러 안전점검 항목 등 일부 미흡한 점 등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통보해 개선하도록 했다.

앞서 수능을 마친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은 지난달 17일 강릉시 저동 아라레이크 펜션에 투숙했다. 이튿날인 18일 오후 1시12분께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업주에게 발견, 이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편, 이번 사고로 강릉과 원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 4명이 모두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에 따르면, 학생 1명이 오는 5일 퇴원할 예정이다. 이 병원에서 재활치료 중인 다른 학생도 보행과 삼킴 재활치료를 마친 뒤 이르면 다음 주에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의 학생 2명도 모두 의식을 회복하고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세브란스기독병원에 따르면, 1명은 자연스러운 보행이 가능하고 다른 1명은 거동이 조금 불편해 휠체어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혹시 나타날지 모르는 후유증을 방지하기 위해 차도를 살피며 2주 정도 치료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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