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tory] 경고 무시한 대가의 무게
[공공story] 경고 무시한 대가의 무게
#약물 부작용:환각·환청 등 증세로 사상자 발생→의약품 관리 및 점검 강화 목소리
  • 김승남 기자
  • 승인 2019.01.0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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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김승남 기자] # 최근 독박육아로 우울증에 걸린 A씨는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다. 격심한 불안감이 완화되고 편안해지는 효과 덕분에 장기복용 하고 있는 A씨. 그러나 며칠 전부터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웠고, 상태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중 어린이집에 딸을 데려다주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A씨는 갑자기 밀려오는 졸음 증상으로 사고를 유발시킬 뻔하는 아찔한 일까지 겪게 됐다. 급히 병원을 찾은 A씨는 약물 과다복용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당장 증세를 호전시키는 목적의 약 처방이 자신에게 칼날이 돼 돌아온 셈이다. 자칫하다 딸도 목숨을 잃을 뻔 했던 상황에 무조건 약을 처방받고, 부작용이 있었음에도 안일하게 복용한 자신에 대한 질책만 남았다. A씨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반 의사가 돼야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정말 실감난 순간이었다.

<사진=뉴시스>

최근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 복약 후 환각과 환청 등으로 10대 청소년이 사상하는 사고가 발생해 타미플루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작용을 우려한 의료소비자들은 타미플루 복약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 어린 연령에서 중대한 유해반응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만큼 보건당국의 조속한 대처와 의약품 관리·점검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타미플루 부작용, 90%가 어린이·청소년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타미플루 복용 이후 환각·환청 등 신경학적 유해반응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타미플루는 2009년 이른바 ‘신종 플루’라고 불렸던 인플루엔자 A형(H1N1)의 세계적인 대유행 이후 널리 쓰이고 있는 의약품이다.

타미플루 복용으로 환각·환청 등 신경학적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는 10년 전부터 있었다. 국내의 경우 최근 5년간 12건의 타미플루에 의한 환각 부작용 사례가 신고된 바 있다.

5일 서울대병원 약물유해반응관리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2018년) 서울대병원에서 타미플루를 처방받은 환자 7045명에 대한 약물 유해반응 발생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29명(0.41%)에서 부작용 발생 사례가 확인됐다.

부작용은 오심·구토·설사 등 위장관계 증상(0.20%)이 가장 많았고 간독성(0.09%), 가려움과 두드러기 등의 피부증상(0.07%)이 뒤를 이었다.

환각·환청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1명의 환자(0.01%)에서 신경학적 유해반응(경련)이 발생했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 외부 의료기관의 타미플루 사용 유해사례까지 추가 분석한 결과, 10세 미만에서 환각 발생이 의심되는 사례가 2건 신고됐다.

서울대병원은 “지금까지 보고된 타미플루에 의한 환각·환청 사례는 대부분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자료에서도 어린연령이 중대한 유해반응 발생의 위험일 가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이 연령대에서 타미플루 사용이 많기에 부작용 사례도 많은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며 “실제 서울대병원의 처방자료에서도 타미플루를 사용한 전체 환자 중 20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4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전체 타미플루 부작용의 90%가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발생했고 발생한 부작용의 19%는 입원 혹은 입원기간의 연장을 초래하는 심각한 유해반응이었다.

나머지 10%는 60세 이상의 노인 환자들에서 발생했지만, 이들 중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교수는 “아직까지 타미플루가 환각을 일으키는 기전이나 연령에 의한 영향은 정립된 바가 없으나 최근까지 밝혀진 역학적 근거를 고려할 때 타미플루는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환각·환청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포함한 다양한 유해반응 발생 빈도가 높으므로 진료 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에는 투약을 지속하더라도 1~2일 내 소실되는 위장관계 부작용이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신경학적 부작용 발생을 염려해 타미플루의 사용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다만 부작용 우려로 자연치유 경과에만 맡길 경우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인한 폐렴으로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특히 소아나 만성 심폐질환을 가진 노인, 면역저하환자 등에서는 이런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조 교수는 “인플루엔자가 의심되면 충분한 의학적 근거에 따라 치료하는 한편 혹시 모를 약물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의사, 약사, 환자가 함께 공유해 발생가능한 부작용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22일 독감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 온 김모군이 타미플루 계열의 주사제인 페라미플루를 맞고 그날 밤 7층 창문 아래로 떨어진 채 발견됐다. <사진=JTBC 캡쳐>

# 건강 망치는 공공의 적 ‘약물 부작용’, 극단적 선택 불렀다

타미플루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 여중생이 추락사하기 전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21일 추락사한 여중생 A양은 독감 증세로 인해 학교에서 조퇴하고 집 근처 의원에서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양은 가족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39도임. 토할 것 같아. 위액까지 다 토했다”며 자신의 몸 상태를 알렸다.

A양 어머니는 지난달 25일 “의사나 약사로부터 타미플루 부작용에 관해 어떤 고지도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와 약사에게 사전고지를 의무화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의사와 약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양 어머니는 “아이가 숨지고 나서 남편이 해당 병원 의사를 찾아가니 ‘당일 환자가 너무 많아서 (부작용을) 사전고지할 경황이 없었다’고 의사가 말했다고 남편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타미플루를 먹은 학생이 추락사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데도 보건당국은 ‘타미플루 복용과 추락사 간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다’는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양 고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타미플루 의사가 처방 시 꼭 약 부작용 고지하게 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고 “타미플루 부작용을 식약청에서 일선 의사와 약사에게 의무사항으로 고지하게 만들어서 우리 조카처럼 의사와 약사에게 한 마디도 주의사항을 못 들어서 허망하게 숨지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달라”고 간청했다.

A양 어머니는 “아이는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고, 일기처럼 쓴 글들을 봐도 부모가 알지 못하는 고민은 전혀 없었다”라며 “사고가 난 그날 아이가 이상증세를 보였지만 타미플루 부작용일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했다.

A양은 21일 밤 타미플루를 먹고 나서 방에 있다가 나와 ‘천장에서 소리가 난다. 시끄럽다’고 말한 뒤 물을 먹겠다고 해놓고 머리와 손을 흔들면서 베란다 쪽으로 향했다고 A양 어머니는 전했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아파트 고층에서 추락사해 논란인 가운데 이번에는 남학생이 다른 인플루엔자 치료 주사제를 맞은 뒤 7층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JTBC는 같은 달 27일 독감에 걸려 ‘페라미플루’ 주사제를 맞은 뒤 7층 창문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B군 사례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2일 독감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간 B군이 타미플루 계열 독감 치료제인 페라미플루를 맞고 그날 밤 7층 창문 아래로 떨어진 채 발견됐다.

B군은 당시 상황에 대해 “엎드려 자고 있었는데 약간 떨어지는 꿈을 꾸고 나니까 병원이었다. 정신이 불안했다”고 말했다.

B군은 척추와 목뼈를 심하게 다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이 맞은 주사제는 부산에서 환각 증세로 추락해 숨진 여중생이 복용한 타미플루와 같은 계열이다.

B군이 맞은 페라미플루(페라미비르)는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와 같은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경구복용 하는 타미플루와 달리 주사로 투여하는 약물이다. 타미플루와 마찬가지로 환각·환청 등 부작용이 보고돼 있다.

B군 가족은 페라미플루 제재의 부작용을 제대로 고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B군 어머니는 “저희는 몰랐다. 사고 나고 나서 지인분들한테 전화 와서 검색해봤다. 증상이 똑같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약물 부작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 성분이 담긴 의약품 복용 후 이상현상이 다수 발생해 해당 성분이 담긴 약물에 대한 보건당국의 각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약물 성분별 이상사례(자살·자살경향·자살시도) 보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약물 부작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총 34명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 8명, 2016년 13명, 2017년 8명, 2018년 6월 기준 5명이었다.

자살시도를 하거나 자살경향을 보인 사람은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3년6개월 동안 약물 부작용으로 자살경향을 보인 사람은 46명이었고 자살시도를 한 삶은 50명이었다.

약물 부작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34명 중 특정 성분이 담긴 약물을 복용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다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전증 치료 등에 쓰이는 레비티라세탐은 2015년 해당 성분이 담긴 약물을 복용한 후 5명이 자살을 택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은 지난 3년6개월간 4명이, 뇌경색 환자 등에 쓰이는 실로스타졸은 3명, 조현병 치료에 이용되는 항정신병 약물인 클로자핀도 3명이 복용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부터 흡연자들에게 금연치료 지원사업을 운영해 금연치료 병‧의원을 통해 의료진 상담과 금연약물 처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매년 40만명을 웃도는 흡연자들이 금연치료 지원사업에 등록해 금연약물을 처방을 받아 복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복용하는 금연약물의 98% 이상이 최근 2년간(2017년~2018년) 3명의 자살자를 낳은 바레니클린 성분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건강해지기 위해 의약품을 복용했는데 오히려 부작용으로 고통 받으며 심지어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식약처가 약물성분의 부작용에 대해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예방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5년간 타미플루 부작용 보고 현황. <자료제공=김광수의원실>

# 타미플루 부작용 1020건..“의약품 관리·점검 대책 강화 시급”

한편, 타미플루 부작용에 대한 불안이 높아진 가운데 타미플루 부작용 보고건수 중 3건 중 1건은 19세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최근 5년간 타미플루 부작용 보고 현황’에 따르면, 2014~2018년 9월까지 타미플루 부작용은 총 1020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4년 184건 ▲2015년 209건 ▲2016년 257건 ▲2017년 164건 ▲2018년 1~9월 206건 등으로 해마다 200건 안팎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 5년간 전체 부작용 보고 건수를 복용자 연령대별로 보면 19세 미만이 344건으로 33.7%에 달했다.

이는 65세 이상 타미플루 복용자의 부작용 보고 건수 141건(13.8%)보다 2배 이상인 셈.

성별 부작용 보고 건수는 여성이 608건으로 전체 59.6%를 차지했다. 남성은 318건(31.2%)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김 의원은 “최근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이상증세를 보인 후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데서도 드러나듯,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부작용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의약품 관리·점검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타미플루 계열 독감 치료제 부작용의 정확한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문제는 타미플루 말고도 복용 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의심되는 약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수면유도제로 알려진 졸피뎀은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시켜 진정 및 수면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약물 의존성과 오남용 위험이 있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있다.

다이어트 약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이어트 약 대부분에 포함된 펜터민은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의학계 보고가 있다.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감기약, 멀미약도 환자의 복용 상황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하나를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으면 다른 하나가 망가지는 셈이다.

어떤 약물이든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효과와 부작용을 고려해 의사나 약사와 상의 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의사와 약사는 약물 부작용에 대해 의무적으로 알려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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