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면 ‘乙’ 되는 것, 무거운 책임 맡고 싶지 않아”..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7일 “선거에 나가기 싫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계복귀설을 전면 부인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처럼 결국에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출마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이날 노무현재단을 통해 공개한 팟캐스트 방송 ‘고칠레오’를 통해 “제가 만약 다시 정치를 하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준비를 하고 실제 출마를 하고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겪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대통령 자리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가의 강제 권력을 움직여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며 “그렇게 무거운 책임을 저는 안 맡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 다 을(乙)이 되는 것”이라며 “저만 을이 되는 게 아니라 제 가족도 다 을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계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했다.
이날 유 이사장은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 올라 있는 본인의 모습에 어떤 느낌이 드나’라는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의 질문에 “난감하다”면서 웃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제가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이면 ‘기분 좋다’고 할 수도 있는데 제가 10여년 정치를 해본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되게 곤혹스럽다”며 “민망한 건 제가 안 할 건데 거론이 되고 혹시라도 일부 여론조사에 들어가게 되면 국민들은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할 사람을 골라야 하는데 하지 않을 사람을 넣으면 여론왜곡현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유 이사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조언한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2009년 4월20일 막무가내로 봉하마을 대통령 댁에 가서 3시간 정도 옛날 얘기를 했다”며 “그때 제게 ‘정치하지 말고 글 쓰고 강연하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사회의 진보를 이룩하는 데 적합한 자리가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이유는 너무 한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보통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목적인데 나의 행복은 어떻게 했는가”라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을 소개하며 “대통령을 하면서 무지하게 외로우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 정치는 누가 하느냐’는 자신의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이 “정치는 정치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 하면 되지. 자네는 다른 것을 할 수 있잖아”라고 답했다고 소개한 뒤 “그래도 제가 정치를 잠깐 또 했는데 잘 되지도 않았고, 사람들이 인정해준 것도 아니었고 제가 행복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때 그냥 말씀 들을걸’이라는 후회도 했다”고 회고했다.
유 이사장은 ‘지지층이 제발 출마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다른 좋은 분이 많다고 얘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 국민이 왕인 시대니까 왕이 부른다는 뜻 아닌가”라며 “옛날 왕조 시대에는 진짜 가기 싫으면 어떻게 했나. 아프지도 않은데 드러눕고 정 안되면 섬에 가던지, 여러 가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이사장은 차기 대선 이후인 4년 뒤의 상황도 내다봤다. 그는 “그때 되면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무도 완수하고, 날씨만 좋다면 낚시터에 앉아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활발한 저작 활동이나 방송 활동에 대해서는 “정치를 그만둔 뒤 생업이 됐다”고 설명했고 재단 이사장을 맡은 것에 대해서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거절하는 건 도의상 어려웠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정계복귀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정치인의 말은 못 믿는다고 하는데 저는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이것은 제 삶에 대한 선택이기 때문에 존중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유 이사장은 지난 4일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는 ‘유시민의 알릴레오’ 첫 방송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가짜뉴스’를 반박하는 ‘고칠레오’를 추가 공개했다.
유 이사장이 방송을 업로드하는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은 이날 구독자가 50만명에 육박했으며 알릴레오 첫 방송 조회 수도 200만회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