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0일 제재심의위서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 제재여부 결론 못 내려

[공공뉴스=박계형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무 위반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결론이 또 미뤄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부당 대출을 했다는 혐의에 대한 징계 여부를 놓고 마라톤 회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1차 회의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의 소명이 길어지면서 징계여부 결정을 연기한 바 있다.

11일 금감원에 따르면,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의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을 심의했다.

이날 제재심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규정 위반에 대한 징계여부를 놓고 회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제재심은 이달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안건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다음 회의는 오는 15일과 24일 잇따라 열린다.

안건의 쟁점 사안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으로 개인에게 대출을 해줬는지 여부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은 SPC(특수목적회사) ‘키스IB제16차’에 사모채 형식으로 투자했다. 

금감원은 증권업계 TRS 거래 일제점검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계정으로 분류한 자금을 ‘키스IB제16차’에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운용하면서 자본시장법상 개인 신용공여 금지 등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 

한국투자증권이 TRS 거래 형식을 빌려 발행어음 자금을 최 회장에게 빌려줬다는 설명이다.

TRS는 주로 실제 투자자가 주식매입 자금이 부족할 때 실시하는 계약으로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해주며 자기 자금 없이도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당시 최 회장은 TRS 계약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일정 수수료를 챙겼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자금을 최 회장 개인이 아니라 SPC(법인)에 대출했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맞섰다. 기업금융 업무의 하나로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단기금융업의 경우 개인 신용공여(대출), 기업 금융업무와 관련이 없는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발행어음 1호’ 사업자로, 금융당국의 징계 여부에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이번 사태가 증권사 전체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징계 수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 업무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나온다. 발행어음 영업 3개월 이내 일부 영업정지에 상당하는 징계안이 거론된 까닭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 최근 한국투자증권 새 수장에 오른 정일문 신임 사장의 어깨는 상당히 무거워 보인다.

이달 2일 정식 취임한 정 사장은 이후 7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 3년 내 순이익 1조원 달성을 경영 목표로 제시하며 IB부문 성과에 대한 남다른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다른 증권사들도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지만 고객에게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가장 먼저 발행했다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화발행어음 업무도 최초로 했고 발행어음 이름 앞에 퍼스트라고 붙인 것도 고객에게 가장 먼저 내놓는다는 최초 사업자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제재안이 결정되면 한국투자증권은 징계수위와 상관없이 IB에 대한 속도조절은 불가피한 모습.

한국투자증권 정일문호(號)가 출항을 시작하자마자 발행어음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면서 정 사장은 초반부터 큰 암초에 부딪힌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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