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tory]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
[공공story]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
#사내 따돌림:공동체 의식 결여 속 왕따 문제 대두→소통과 사회적 경각심 필요
  • 김소영 기자
  • 승인 2019.01.1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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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직장생활 2년 차에 접어든 30대 여성 A씨는 몇달 전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느끼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스트레스성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은 것. A씨는 그동안 별 탈 없이 회사 생활을 이어왔다. 그런데 직장 동료들과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어느 순간 소외감을 느꼈다. 단체 채팅방에서 한창 이야기가 이어지다 A씨가 한 마디 던지면 분위기가 싸해지고 대꾸도 해주지 않는 일이 빈번해졌고, 회사 안에서도 고의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동료들의 태도가 이어졌다. A씨는 ‘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구나’라고 느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더욱 고통스러웠다. 스트레스로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리고 안색도 좋지 않자 A씨 지인들은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지만, 직장에서 왕따를 겪고 있다고 말하기 수치스러웠던 A씨는 ‘아무 일 없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최근 한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각에서는 간호사 사망 배경으로 ‘사내 따돌림’을 주장하면서 진상조사를 요구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직장 내 왕따 문화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과 정부에서는 사내 따돌림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개선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철없던 어린 시절 얘기인 줄만 알았던 ‘왕따’ 문제가 직장에도 만연하면서 사회적으로 심각성은 더 커지고 있다.

<사진=JTBC 뉴스 캡쳐>

# “병원 사람들 조문 오지 말라”..어느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의 간호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이 간호사는 사망 전까지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경찰 및 전국민주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새서울의료원 분회(노조)에 따르면, 서울의료원 소속 간호사 A씨는 지난 5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조는 “A씨의 유서에는 ‘병원 사람들은 조문을 오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지난해 12월18일 간호행정부서로 부서이동을 한 A씨는 해당 부서 내부의 부정적 분위기, 정신적 압박을 주는 부서원들의 행동 등으로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13년 3월 서울의료원에 입사한 이후 5년여 동안 병동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었고, 그에 대한 주변의 평가도 좋았다.

노조는 “주변에서 항상 열심히 일했다고 기억하고 2018년에는 ‘친절 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며 “고된 3교대 근무를 하면서도 환자들을 간호하는 것을 좋아하고 병동 간호 업무에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2013년 입사 후 5년간 원만하게 일을 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신규 간호사를 괴롭히는 ‘태움’과는 결이 다른 직장 괴롭힘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발인은 7일이었으며, 유가족은 발인 이후 서울의료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의료원장은 유가족을 바로 만나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주변 동료와 유가족 말에 따르면 고인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서울의료원은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기는커녕, 고인의 사망을 의료원 내 노동자에게도 숨기려고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분노했다.

또한 “진상조사를 통해 부서이동이 결정된 과정, 부서이동 후 상황들, 사망 후 의료원 측의 부적절한 대응이 밝혀져야 하며 이에 따라 책임자 처벌 등 후속조치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원 관리자 일부가 고인에 대한 악의적 소문을 내고 있는 정황이 있다”면서 “유언비어에 대해 서울의료원장이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A씨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간호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서울의료원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와 유가족 분들께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에 대한 공식적이고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없어 여러 의혹과 주장들이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서울의료원과 서울시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간호사로서 병원 현장에서 환자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해 온 고인의 명예가 온전히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A씨 사망과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또한 서울 종암경찰서도 이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A씨가 숨지기 전 폭행이나 협박 등을 당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 유족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병원 관계자 소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시스>

# ‘직장 내 집단 따돌림’ 논란 LG하우시스, 조직문화 개선 권고 

서울의료원 간호사 죽음의 배경이 직장 내 따돌림 때문이라는 의심이 나오면서 이른바 ‘어른 왕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

이런 가운데, 직장 내 집단 따돌림 등으로 물의를 빚은 LG하우시스는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개선권고를 받기도 했다.

앞서 LG하우시스 청주옥산공장의 일부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17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6년간 조직 내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근로자 6명은 노동조합 활동을 했거나 노조의 지침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특정 팀장 주도로 따돌림과 폭언 등이 이뤄졌고, 심지어 후배사원들로부터도 반말과 욕설을 듣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 청주지청은 LG하우시스 청주옥산공장의 노동 실태 등을 감독해왔다.

충북도내 11개 노동, 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충북인권연대는 10일 “LG하우시스는 고용노동부 감독 의견에 따라 가해 책임자를 엄정 조치하고, 직장 내 괴롭힘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충북인권연대는 “고용노동부의 감독 결과보고서를 통해 LG하우시스 청주옥산공장의 특정 부서 내에서 괴롭힘 등 조직문화가 지속돼 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회사는 문제가 공론화 단계에 이르러서도 개선책 마련 등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점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의 감독 결과보고서에서는 문제가 된 팀 조직이 폐쇄적으로 운영돼 관리자들이 적정 범위를 넘어 근로자 등에게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일부 관리자급에 의해 발생한 건전하지 못한 조직문화가 현재까지 이른 것은 공장 총괄 책임자, 본사 관리 책임자, 최고 경영자의 무관심 또는 방조가 어느 정도 기인했다”면서 LG하우시스 청주옥산공장 측에 부당 노동행위 예방과 재발방지를 위한 조처를 주문했다.

<사진=뉴시스>

# 교실에서 직장까지 이어진 ‘왕따’ 문제..사회적 경각심 요구

‘왕따’ 논란은 그동안 청소년층에서 심각하게 대두돼 왔다. 철없던 학창시절 학교라는 단체 안에서 한 사람을 집단으로 따돌리고 괴롭히는 문화가 1990년대 말 일순간 유행처럼 번지면서 현재까지도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화를 거친 청소년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장 내에서도 왕따 문화가 자리 잡은 상태.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공동체 의식이 점점 사라지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사내 왕따는 학창시절의 따돌림과는 다르다. 특정인의 말에 반응하지 않거나 식사 시간에 따돌리기, 업무 몰아주기 등 더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사내 따돌림의 경우 생계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개선을 위한 인식 확산이 더욱 절실하다. 당장 먹고살기도 바쁜 직장인들은 회사를 그만두기도 쉽지 않은 상황. 

또한 성인임에도 불구, 따돌림을 당했다는 생각에 피해자들의 절망감과 수치심은 더 클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낮아진다. 또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우울증, 공황장애, 대인기피증까지 앓게 됐다는 이들도 있다.  

결국 사내 따돌림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사회에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왕따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았다”며 “특히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사내 왕따를 경험한 이들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 같은 사내 따돌림을 방지하고자 기업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왕따를 경험했거나 여전히 경험하고 있다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자들이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한 사람의 생명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 내에서 따돌림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직장 따돌림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은 혼자서 갈등을 해결하기 보다 친구나 친한 직장 동료에게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이 좋다”며 “심리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홀로 그 무게를 감당하다 보면 극단적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더라도 믿음직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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