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농성’ 파인텍 노조원, 426일 만에 지상으로
‘굴뚝농성’ 파인텍 노조원, 426일 만에 지상으로
노사, 7월 공장 가동 정상화..3년 고용보장 및 스타플렉스 대표 파인텍도 경영
  • 김승남 기자
  • 승인 2019.01.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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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뉴스=김승남 기자] ‘굴뚝농성’ 426일 만에 파인텍 농성자들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세계 최장기간 굴뚝농성을 벌이고 있는 파인텍 노조가 모기업 스타플렉스 측과 20여시간에 걸친 밤샘 교섭 끝에 극적으로 합의한 것.

파인텍 노사가 교섭 끝에 협상 타결에 성공한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의 75m 높이 굴뚝에 올라가 농성 중이던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이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1일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인텍의 대표이사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맡는 등의 노사 합의 내용을 밝혔다.

합의서에 따르면, 김세권 대표가 파인텍의 새로운 대표직을 맡아 파인텍을 경영한다. 이는 노조 측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다.

이에 따라 파인텍 공장은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7월1일부터 정상 가동된다. 고공농성자 2명을 포함한 파인텍 노조 조합원 5명은 2019년 1월1일부터 공장가동 전까지 6개월간 유급휴가로 100% 임금을 받는다. 이들에 대한 고용은 올해부터 최소 3년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노사는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를 교섭단체로 인정하고 올해 4월30일 이전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에 1000원을 더한 금액이고 노동시간은 주 40시간, 최대 52시간이다. 추가 연장시간에 대해서는 추후 합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사는 이번 합의와 함께 민·형사상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노조는 일체의 집회나 농성을 중단하며 시설물과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앞서 이번 사태는 제조·화학 분야 중견기업인 스타플렉스가 2010년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을 인수한 뒤 2013년 1월 경영난으로 정리해고 등의 청산절차를 밟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 등 노조 측은 이 같은 회사의 결정에 반발하며 2014년 5월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 이듬해 7월까지 408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이후 노사는 파인텍이라는 자회사 격의 법인을 신설해 남은 11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으나 노사 갈등이 재발하면서 공장은 문을 닫았다.

이에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017년 11월12일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해고자 복직과 노조 활동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이날 교섭 타결로 농성자들도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75m 높이 굴뚝에서 내려와 1년 2개월 만에 땅을 밟게 됐다.

김세권 대표는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합의는 원만하게 됐다”고 전했다.

차광호 지회장은 “합의안 내용은 부족하지만 굴뚝에 있는 노동자들 때문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며 “오늘 합의가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성이 장기화하는 동안 정치권과 정부도 움직였다.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농성장을 찾았고 28일에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해 노동자들의 인권 상황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박홍근 의원은 11일 파인텍 노사협상이 타결되자 “양보와 타협의 미덕을 발휘한 노조, 불편한 상황에서도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준 사측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노사 양측에 사의를 표했다.

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당 을지로위원장으로서 지난 3개월 동안 파인텍 굴뚝 농성을 해결하기 위해 양측을 중재해 왔다”며 “감회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뜻을 모아주고 간절한 기도의 힘을 보태준 국민께 경의를 표한다”면서 “종교인들과 시민사회운동가들은 단식과 오체투지 등을 통해 이 문제 해결에 지렛대 역할을 했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박 의원은 “오랜 진통 끝에 마련한 합의사항을 노사가 성실신의의 원칙 하에 제대로 이행해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중재를 주도한 당사자로서 이행 과정을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당 을지로위원장을 맡아 11월 초 파인텍 토크 콘서트를 열고 12월부터는 고용노동부와 당정협의를 개최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고공 농성 현장도 방문했으며 노사의 2차 협상 때부터는 직접 협상장에서 중재안을 제시하며 양측 설득에 노력을 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