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0% ‘전면금지’ 찬성..예천군의회 추태 논란에 조기종료·일정취소 잇따라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경북 예천군의회 박종철 전 부의장의 가이드 폭행 등으로 지방의회 의원들의 공무 해외연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해외연수 기간 중 추태를 부려 국제망신을 산 예천군의회 사건의 불똥이 전국지자체로 번지면서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전면금지’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각 지방의회 마다 연수를 떠나기 위해선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 등을 여행사와 협의해야 하지만 예천군의회 사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특히 혈세가 투입된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공무와는 크게 연관 없는 외유성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며 국민의 공분이 커지자 각 지방의회는 예정된 해외연수 일정을 앞당겨 조기귀국하거나 취소하는 등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 7일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해 논란을 빚고 있는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 앞에 ‘군의원 전원 사퇴하라’라고 쓴 플래카드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리얼미터가 CBS 의뢰를 받아 지난 11일 전국 유권자 50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 지방의원 해외연수 전면금지에 대한 질문에 찬성 응답이 70.4%로 반대 응답(26.3%)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모든 지역·연령·이념성향·정당 지지층에서 찬성 여론이 대다수였다.

부산·경남·울산(찬성 76.6% vs 반대 21.5%)과 대전·충청·세종(74.9% vs 23.7%), 경기·인천(71.4% vs 25.5%), 20대(81.3% vs 13.1%)와 30대(72.8% vs 24.4%), 50대(71.7% vs 25.2%) 중도층(74.1% vs 22.9%)과 진보층(72.5% vs 25.5%), 무당층(78.1% vs 19.1%)과 바른미래당(74.5% vs 21.7%), 더불어민주당 지지층(70.4% vs 26.9%) 등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의원들의 해외연수 금지 여론이 70%를 웃돌았다.

서울(찬성 69.3% vs 반대 23.7%)과 광주·전라(67.8% vs 28.8%), 대구·경북(67.3% vs 30.0%), 40대(66.3% vs 29.6%)와 60대 이상(63.6% vs 34.5%), 자유한국당(68.1% vs 29.7%)과 정의당 지지층(68.1% vs 20.6%)에서도 찬성이 60% 이상의 대다수로 조사됐다.

실제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추태로 인한 파장이 경기도의회와 인천시의회로 번졌다.

경기도의회는 오는 16일부터 예정돼있던 3개 상임위원회의 해외연수를 모두 취소했고 인천 계양구의회는 ‘외유성 연수’를 떠났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조기 귀국했다.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11일 송한준 의장은 경제과학기술위원회와 제2교육위원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상임위원장과 회의를 갖고 해외연수를 연기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발생한 사건으로 지방의회의 해외연수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적 시선을 의식한 결과다.

경제위는 오는 16일 6박 8일간 영국, 아일랜드를 방문해 첨단클러스터와 4차산업 육성, 사회적경제 활성화, 전통시장 운영 우수 사례 벤치마킹 등을, 제2교육위도 같은 날 출국해 8박 10일 일정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돌며 방과후 교육과 돌봄 활동, 학교 시설 개방 등을, 여가위는 16~25일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그리스 등을 돌며 소관 업무와 관련한 연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들 상임위는 해외연수를 5일 남기고 일정을 취소하면서 약관에 따라 의원들의 자부담을 포함한 총 경비의 약 30%를 위약금으로 물게 됐다.

인천시 계양구의회의 경우는 자치도시위원회 소속 의원 4명과 수행공무원 2명이 10일 8박 9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해외연수를 떠났으나 부정적 여론에 따라 12일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급히 귀국했다.

다른 지방의회 역시 해외연수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 해외연수 중 가이드 폭행 및 여성 접대부 요구 등의 논란을 빚은 경북 예천군의회 의장단이 사과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철 전 예천군의회 부의장, 이형식 의장. <사진=뉴시스>

한편, 정부는 예천군의회 사건을 계기로 지방의원 국외연수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 표준안’을 전면 개선해 ‘셀프심사’를 차단하고 부당한 공무국외여행에 대해서는 비용을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회기 중에는 여행을 제한하도록 하고 예산편성기준을 위반해 경비를 편성, 지출할 경우 교부세를 감액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방의원 국외여비 등 의회 관련 예산을 주민들이 알기 쉽고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예천군 군의원 9명과 의회사무국 직원 5명은 총 6100만원을 들여 지난해 12월20일부터 7박 10일 일정으로 미국 동부, 캐나다로 연수를 다녀왔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이 가이드를 폭행했으며 권도식 의원은 가이드에게 “도우미가 나오는 노래방이나 가요주점이 있느냐”고 물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처럼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하는 등 추태를 부린 예천군의회 파문의 후폭풍이 도내 지방의회로 번지고 있다. 들끓는 여론에 일부 시·군의회는 해외연수 계획을 보류하는 등 고민에 빠졌다.

공무국외여행은 선진문화나 우수사례 등 벤치마킹을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대다수 해외연수 일정이 유명 관광여행 상품과 유사해 외유성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

새로운 의회가 출범할 때마다 관행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는 공무국외여행 규정에 대한 손질을 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의회 자체적으로 해외연수의 필요성 및 타당성 검토과정을 강화하고, 견학 위주의 연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내 일부 기초·광역의원들도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삼아 해외연수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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