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초계기 갈등’ 실무급 회의 진행..日, 주파수 대역 등 증거자료 공개 거부

국방부는 지난 4일 한일 간 레이더갈등과 관련해 일본 해상 초계기(P-1)의 위협적인 비행 모습을 담은 반박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광개토대왕함이 표류중인 조난 선박에 대해 인도주의적 구조작전을 하는 가운데 일본 초계기(노란색 원)가 저고도로 진입하는 모습. <사진=국방부 영상 캡쳐>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문제로 발생한 한일 간 갈등이 실무급 회의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 군 당국과 일본 방위 당국은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 문제 및 레이더 조준 갈등과 관련한 실무급 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상호간의 이견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일 군사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했지만 끝내 공동보도문 조율에는 실패했다.

양측은 각자 자국에 설명할 보도문을 상호조율하고 회의를 마쳤다.

국방부 관계자는 “양측은 저공위협비행 등 주요 쟁점사안에 대한 사실 관계와 자국 입장을 상세히 설명해 상대 측의 이해를 제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부터 싱가포르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이어 오후 2시부터는 일본대사관에서 회의를 가졌다.

연이은 회의에서 우리 측은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일본은 레이더 조준 관련 주파수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가 늦은 시간까지 평행선을 그은 것은 일본 측이 ‘결정적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주파수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방부는 회의가 진행 중이던 오후 늦게 기자 브리핑을 통해 “양측이 공동보도문 작성을 위해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회의를 했지만 서로 팽팽하게 평행선을 긋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일본 초계기 레이더 갈등은 지난달 20일 동해에서 조난된 북한선박을 구조하던 우리 해군이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에 추적레이더를 조준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그러나 일본은 조준을 받았다는 주장의 증거인 주파수 대역 등을 아직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 측은 광개토대왕함이 구조 활동을 위해 탐색레이더를 운용했지만 일본이 주장하는 추적레이더는 작동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위를 저공 위협 비행했다며 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일 양측은 지난달 27일 실무급 화상회의를 통해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다음 날 일본 방위성 측이 일방적으로 자국 입장을 담은 초계기 촬영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이에 우리 측도 일본의 주장을 반박하는 동영상을 8개국어로 제작해 유튜브 등에 공개했다. 이는 일본이 왜곡된 정보를 국내외에 유포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우리 측에선 부석종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해군 중장), 이원익 국방부 국제정책관, 일본 측에선 이시카와 타케시(石川武) 방위성 방위정책국장, 히키타 아츠시(引田淳) 통합막료부 운영부장(항공자위대 중장)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가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된 것은 한국과 일본 중 어느 한 곳에서 회의가 열릴 경우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제3국에서 열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서울 개최, 일본 측은 도쿄 개최를 주장했다. 하지만 끝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최종적으로 싱가포르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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