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정도’와 ‘윤리’ 실천을 기업 핵심가치로 강조해 온 GC녹십자가 그러나 직원의 불법 행위 정황이 포착돼 정초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형국이다.

GC녹십자 한 영업사원이 일반의약품을 약국판매가보다 저렴하게 할인해 일반인에게 판매하려다 약사단체에게 적발된 것.

이에 GC녹십자 측은 발 빠르게 사과하고 해당 영업사원에 대한 내부징계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력 1년’의 직원이 윗선의 지시 없이 이 같은 불법 행위를 개인적으로 저지를 수 있었겠냐며 의문부호를 달고 있는 한편, 직원에 대한 징계를 통해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분위기.

더욱이 최근까지도 허일섭 회장 등 GC녹십자그룹 오너일가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직원 비위 문제까지 터지면서 더 큰 뭇매를 맞고 있는 모습이다.

GC녹십자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오너는 일감몰아주기 의혹, 직원은 의약품을 불법판매하다 적발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망신살만 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로서 윤리경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허일섭 GC녹십자 회장 <사진=GC녹십자 홈페이지 캡쳐>

◆GC녹십자 영업사원, SNS서 일반약 불법판매 논란 ‘시끌’

15일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에 따르면, 최근 GC녹십자 영업사원 A씨가 일반인 단체 채팅방에서 자사 일반의약품을 불법적으로 판매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

A씨는 채팅방에서 의약품의 사입가와 약국판매가를 비교하며 자신이 더 할인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의 홍보 활동을 했다.

A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GC녹십자의 영양제, 간장제, 철분제 등을 판매하려 했다. 특히 이들 제품을 10개 이상, 혹은 20개 이상 구입할 시 더 큰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고 안내했다.

또한 A씨는 “이 외에도 파스, 진통제 등등 많은 제품이 있다”며 “제품 브로셔는 주문시 같이 동봉해 나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약준모는 이 같은 A씨의 행동이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GC녹십자 총괄본부에 연락하고 A씨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만약 A씨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하겠다는 내용도 전달했다.

이에 GC녹십자 측은 공개 사과문을 통해 “확인 결과 지난 8일 당사 직원(경력 1년)이 설 명절을 맞아 가족 선물을 준비하는 몇 명의 동료를 위해 작성된 글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발생한 일”이라며 “약사들의 빠른 정보 공유로 관련자를 파악하고 경위를 조사한 결과, 제품이 유출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담당자는 인사징계위원회 회부 중이며 회사 사규에 따라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GC녹십자는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정도투명한 영업활동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회사의 이 같은 해명과 재발방지 약속에도 일부에서는 GC녹십자에 석연치 않은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이다.

경력 1년의 영업사원이 한 두개도 아닌 많은 물량의 제품을 그 누구의 지시도 없이 일반인에게 몰래 판매할 수 있느냐는 것.

뿐만 아니라 이 같은 관행이 적발되자 회사가 영업사원 A씨에게 징계를 내리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GC녹십자 본사

◆오너家 일감몰아주기 논란 등 ‘허일섭 회장 체제’ 끊임없는 구설

국내 제약업계 2위인 GC녹십자는 그동안 ‘봉사배려’ ‘정도투명’ ‘인간존중’ 등 가치를 최우선으로 꼽고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강조해왔다.

GC녹십자의 초기 성장은 창업주 故 허채경 전 회장과 차남인 故 허영섭 전 회장이다.

허영섭 전 회장이 1980년 대표이사에 취임해 2009년 타계할 때까지 회사는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 없고, 특히 허 전 회장은 사회환원 차원에서 백신 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윤리경영에 앞장서왔다.

이후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고, 현재까지도 그룹을 이끌고 있다.

허 회장 역시 혈우병A 치료제, 희귀병 헌터증후군 치료제 등을 꾸준히 개발해왔고 2013년에는 ‘녹십자 윤리기준’을 제정하기도 하는 등 윤리적인 기업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허 회장이 그룹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잡음도 끊이질 않고 있다. 문제는 GC녹십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의혹들이 그룹의 윤리경영 행보와는 정반대로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 지주사인 GC녹십자홀딩스의 계열사 중 GC녹십자엠에스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꾸준하게 지적이 이어져 왔지만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GC녹십자엠에스는 체외진단용의약품, 의료기기의약품 및 의약부외품 제조판매를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2003년 12월 설립됐다. GC녹십자가 지분율 42.1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며, 허 회장(17.19%) 등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 2007년 흑자 전환했고, 이후 매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GC녹십자엠에스는 매출 대부분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한때 내부거래 비중은 100%까지 치솟기도 했다.

내부거래 비중은 ▲2010년 100% ▲2011년 22.66% ▲2012년 20.26% ▲2013년 22.46% ▲2014년 18.78% ▲2015년 19.02% ▲2016년 23.41% ▲2017년 21.97%로 나타났다.

또한 바이오 엔지니어링 종합건설기업인 GC녹십자이엠도 매출액 절반 이상을 그룹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

GC녹십자이엠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0년 57.28% ▲2011년 52.14% ▲2012년 67.42% ▲2013년 59.32% ▲2014년 72.04% ▲2015년 80.48% ▲2016년 64.7%으로 ▲2017년 60.4% 등이었다.

GC녹십자이엠의 지분 100%를 GC녹십자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너일가가 간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일 경기도 용인 GC녹십자 본사에서 허일섭 GC 회장(오른쪽에서 여섯번째)과 임직원들이 시무식을 갖고 신년축하떡을 자르고 있다.<사진=GC녹십자>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안 샐까?

한편, 지난해 GC녹십자는 백신 수출 증가에 힘입어 누적 해외 수출액 2억 달러를 돌파했고,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이 미국 임상에 돌입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과 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역시 주력 사업인 혈액제제와 백신 부문의 해외 선진시장 진출과 희귀질환치료제 개발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계획.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이달 2일 경기도 용인 본사 목암빌딩에서 진행된 2019년 시무식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모두가 더 빠르게 행동해야 할 때”라며 “임직원 모두가 예외없는 혁신의 대상이라는 각오로 글로벌 GC의 미래를 그려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사 영업사원의 불법 행위부터 오너일가의 도 넘은 일감몰아주기 논란 등 각종 구설수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해외 사업 진출을 위한 혁신 보다는 기업의 윤리의식을 먼저 혁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GC녹십자 홍보실 관계자는 “영업사원 개인이 저지른 실수”라면서 “약준모에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재발방지를 위해 내부적으로도 교육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 개인의 잘못을) 기업윤리 퇴색 등과 연관 짓는 것은 비약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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