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기금운용위원회 개최..박능후 장관 “기금 수탁자로서 적극 행사할 것”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안건에 대해 논의한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의 주주권 행사 여부에 관한 수탁자책임 논의를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 중인 3대 주주다. 또 대한항공 지분 12.4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2019년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시사했다.

이 자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이행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위 위원장인 박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는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는 실질적인 첫 해가 될 것”이라며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안건에 대한 오늘 논의가 수탁자 책임을 이행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이후 논의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투명하게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투자 등 투자처 확대, 적극적 주주권 행사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면서 “향후에도 수탁자 책임 원칙을 바탕으로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회사 같은 기관투자가가 큰집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주주 활동 등 수탁자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행동지침이자 모범 규범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54조에서는 주주권 행사 행위 10가지로 임원 선임 및 해임, 직무 정지, 정관 변경, 자본금 변경, 배당 결정, 합병 및 분할, 영업 양수·양도, 자산 처분, 회사 해산 요구 등이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오너일가는 갑질, 배임·횡령 등 혐의 조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주주 가치를 훼손시켰다고 판단, 국민연금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지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기금위의 의결을 거치면 오너일가 사익 편취에 일조하거나 갑질 등으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린 회사의 임원에게 해임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국민연금의 조양호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날 국민연금의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와 공공운수노조,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등 8개 단체는 올해 첫 기금위가 열린 장소에서 피켓 시위 등을 벌이고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당부했다.

참여연대 소속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은 “우리나라 대기업 이사회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에 전혀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해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조양호 회장의 검찰 수사만으로 주주들에게 300억원 넘는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이사회를 열지 않고 있다”며 “국민연금 차원에서 이사 해임이나 비리를 저지른 자는 임원으로 선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팀장은 “앞으로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적극 개입해 다양한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며 “이 자리에서 오늘 결정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장은 “갑질 기득권의 뻔뻔하고 파렴치한 범죄행위들이 유야무야되는 행태가 대한항공이 가진 문제”라며 “이로 인해 국민 국가 전반의 정의로움과 공정함이 퇴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피땀어린 돈으로 이뤄진 만큼 기금위는 사회가 좀 더 맑아지도록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해야 한다”며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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