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사건”, “피곤하니 쓸데없는 말 말라” 등 고압적 태도 및 언행 여전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법정에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변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 판사들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사법부가 사법농단 사태를 겪으며 법관들에게 낮고 겸손한 자세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판사의 직을 유지할 수 없는 행위가 이어진 것.

판사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자격에 걸맞은 책임을 지녀야 한다.

<사진=뉴시스>

◆변론 기회 박탈·조정 강요 등 일삼아..우수법관은 누구?

서울지방변호사회는 16일 단체 회원들이 응답한 ‘2018년 법관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들이 맡았던 사건의 담당 법관(전국 법원)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다. 서울변회에서는 총 2132명의 변호사가 평가에 참여했다.

그 결과 하위법관으로 선정된 5명의 평균 점수는 58.14점으로, 우수법관으로 꼽힌 21명 법관의 평균 점수인 96.02점과 격차가 컸다.

평가 점수 기준으로 하위법관으로 지적된 A판사는 변호인에게 변론시간을 1분으로 한정하고 1분이 지날 경우 발언을 강제로 중단시켜 변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판부에서 주도하는 조정에 불응할 경우 판결에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며 사실상 조정을 강요하기도 했다.

또한 사건 당사자나 소송 관계인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판사도 문제 법관으로 선정됐다.

B판사는 “어젯밤 한숨도 잠을 못 자서 너무 피곤하니 불필요한 말은 하지 말라”고 개인적 사정을 업무에 끌어들이거나 “왜 이렇게 더러운 사건들이 오지”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C판사는 ‘건성 재판’ 사례가 문제로 지적됐다. 판결문에 피고와 원고를 다르게 쓴 데다 법조문 내용도 다르게 써놔 판결문을 받아 든 변호사가 당황했다고 한다.

이 밖에 “이대로 가면 패소”라며 심증을 드러내거나 “이따위 소송 진행이 어디 있느냐”며 고성을 지른 판사도 문제 사례로 지적됐다.

반면 당사자의 말을 경청하거나 충분한 변론 기회를 보장한 판사, 상세하고 합리적인 설명을 토대로 판결을 납득시킨 판사들은 평점 95점 이상의 우수법관으로 뽑혔다.

우수법관은 지난해 14명보다 7명 많은 2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김배현 서울중앙지법 판사와 유성욱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는 평균 100점을 기록했다.

우수법관으로는 ▲김종호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송승우 수원지법 부장판사 ▲이영창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선정됐다.

서울변회는 이 같은 평가 결과를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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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객에 ‘주제넘은 짓’ 공개 면박 준 판사..인권위 “인권 침해”

한편, 정상적인 소송 지휘권 행사였다고 하더라도 판사가 법정에서 방청객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것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인격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한 판사가 소속된 지방법원의 법원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해당 판사에게 주의를 줄 것을 권고했다.

60대 초반의 대학교수인 A씨는 지난 2017년 6월 한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학교 총장의 배임 및 성추행 관련 재판을 방청했다.

방청 도중 A씨는 30∼40명의 교직원, 학생, 일반인 등이 있는 자리에서 40대 판사로부터 ‘주제넘은 짓을 했다’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해당 판사는 “A씨가 탄원서와 함께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자료를 반복해서 제출했다”며 “이는 형사소송법의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기본원칙에 어긋나고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이런 식의 증거자료 제출을 허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재판장으로서 A씨의 행동이 왜 잘못된 것인지 자세히 설명했고 그 과정에서 해당 표현을 쓰기도 했지만, A씨 개인의 인격을 폄훼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특정 몇 마디 단어로 사실관계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시 재판장에 함께 자리했던 방청객들은 “판사가 교수를 혼내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들은 “머리가 하얀 교수를 일으켜 세우고는 10여분이 넘도록 ‘주제넘은 짓을 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썼다”며 “30년 넘게 인권운동을 하고 법정에 드나들었지만, 그날처럼 재판하는 것은 처음 봤다. 모욕감을 주고 인격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고 인권위 참고인 조사에서 말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판사가 재판장으로서 형사소송법상 증거절차를 지키려는 목적에서 A씨의 행동을 제지하고자 했다고 하더라도 당시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통상 ‘주제넘은 짓을 한다’는 표현은 어른이 어린 사람을 나무라는 표현이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에게 그것도 공개된 장소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자존감 훼손에 이를 수 있다”며 “법관의 소송지휘권 행사도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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