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전비서관 승진 위한 ‘벼랑끝 사직 쇼’..마지막 쇼 되길”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야당으로부터 줄기차게 사퇴 압박을 받아오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야당은 “승진을 바라는 탁 행정관의 정치적 쇼”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사진=뉴시스>

탁 행정관은 16일 “밑천도 다 드러났고 하는 데까지 할 수 있는 것까지 다 했다”고 밝혔다.

탁 행정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진짜 나가는 것이냐, 아니냐’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나가고 싶고, 나가겠다고 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행에 옮겼으며 이번에는 가능하리라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탁 행정관은 “기획자이며 연출가가 일을 그만둘 때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일이 끝났거나, 더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거나, 입금이 안 됐을 때”라며 “새 감성과 새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며 저도 다시 채워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탁 행정관이 의전비서관으로 기용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을 두고도 “의전비서관 자리를 두고 걱정과 우려가 크신데 안 그러셔도 된다. 제 자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탁 비서관은 ‘대체할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20개월 동안 혼자 일한 것이 아니다. 청와대 행사는 찻잔 하나를 놓는 일이라고 해도 고민과 협업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며 “누구 한명 빠졌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청와대는 대통령 한 사람을 빼고는 누구든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왜 이렇게 (나의 거취가) 화제가 되는지도 생각해봤는데 언론에서 화제로 만들어 줬다. 그냥 지나가도 화제, 얼굴만 비춰도 화제, 얼굴이 안 보여도 화제가 돼 있더라”라며 “‘너는 왜 화제가 됐느냐’고 묻지 말아달라”라고 했다.

탁 행정관의 사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리여부를 판단하고 보고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탁 행정관은 지난해 6월에도 사의를 밝힌 바 있다. 탁 행정관은 당시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애초 6개월만 약속하고 (청와대에)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으니 이제 정말로 나갈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가을에 남북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 만이라도 일을 해달라”는 말과 함께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며 사표를 반려했고 이후 탁 행정관은 의전비서관실 업무를 계속해 왔다.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연기획 전문가인 탁 행정관은 2017년 대선 때 문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토크콘서트 등 행사를 주도했고 정부 출범 후에는 남북정상회담과 대규모 기념식·회의 등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를 기획하는 업무를 맡았다.

또 문 대통령이 2016년 네팔로 트래킹을 떠났을 때 동행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하지만 탁 행정관은 과거 저서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 확인돼 ‘왜곡된 성 의식’ 논란에 휩싸이면서 야권과 일부 여성단체로부터 사퇴요구를 받아왔다.

이와 관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탁 행정관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수리됐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고 전했다.

수리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15일 탁 행정관의 사표 제출에 대해 “의전비서관 승진을 위한 ‘벼랑끝 사직 쇼(show)’라는 의심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같이 말하며 “지난 9일 청와대 비서관 인사에서 의전비서관 인선이 미뤄진 것이 탁 행정관을 고려한 것이라는 소리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첫 눈 오면 그만두겠다는 이가 의전비서관이 되겠다니 안될 말”이라며 “청와대 대통령 행사는 더 이상 쇼가 아닌 국민 소통의 진솔한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탁 행정관의 사직서 제출 쇼가 청와대가 그가 기획한 마지막 쇼가 되길 바란다”고 힐난했다.

아울러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일각에서는 탁 행정관이 공석이 된 의전비서관 자리를 노리는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며 “설마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소위 친문 핵심들이 대선이 끝나자 초야로 돌아간 것은 혹여라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대통령과 함께 히말라야까지 다녀왔다던 탁 행정관의 처신은 너무도 가벼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참모는 그림자같은 존재지만 그는 여러 경로로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김 부대변인은 “애초 탁 행정관이 문제가 됐던 것은 그릇된 성적 인식 때문이었고 첫 내각 주요 인사들이 이런저런 흠결로 줄줄이 낙마하는 와중에도 자리를 지켰다”며 “누구라도 그의 뒷배경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사람이 없다는 핑계는 구차할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탁 행정관의 사표 제출이 정치적 쇼가 아니길 바란다”며 “야인시절 문 대통령을 따르던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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