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댓글 달지 말고 아세안 가라” 발언 논란..野, “국민모욕” 비판 및 경질 요구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야권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해피조선’ 발언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김 보좌관의 사퇴 등을 촉구하며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김 보좌관이 자신을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사과했지만, 야권의 반발은 한층 거세지고 있는 상황.

야4당은 ‘국민 저주와 중장년층 모욕’, ‘청와대의 오만 DNA’, ‘김 보좌관을 아세안으로 보내라’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판하는 동시에 김 보좌관의 즉각 경질을 요구했다.

김현철 신남방특별위원장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보좌관이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며 “고용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경제보좌관이 청년과 장년을 싸잡아 불평 세력으로 몰고 해외에 가라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오만한 태도를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지만 기본이 안 된 경제보좌관이며, 청와대에는 오만의 DNA가 널리 퍼져 있는 것 같다”며 “(김 보좌관은) 정중히 사과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질책했다.

같은 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과 참모진의 그간 언행을 보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평소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민 앞에 깊이 사죄하고 국민과 중장년층을 모욕한 보좌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년에게 중동에 나가라고 한 발언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중동 순방 직후 무역투자진흥회 행사에서 “대한민국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봐라”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청년들이 국내에서 살 길을 찾도록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민주당은 전임 정권의 무능을 강조했고 대표적인 게 ‘헬조선’이었다. 과거 정권과 다르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무능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비판하며 “문 대통령은 김 보좌관에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정화 대변인은 “김현철과 달의 몰락”이라며 김 보좌관 사퇴와 문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이는 김 보좌관과 이름이 같은 가수 김현철의 노래 ‘달의 몰락’에 빗댄 논평이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핵심 생산인력 취업자 수가 급감하는 현실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제시한 해법이 이처럼 안이하고 무책임하다는 데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문정선 대변인은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나가라던 박 전 대통령의 수준과 한 치 다르지 않다”며 “청와대는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김 보좌관을 해임하고 좋아하는 아세안으로 보내는 게 순리”라고 했다.

정의당 역시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김 보좌관은 국민께 정중하게 사과하고 정부는 상처 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약속인 ‘내 삶을 책임지는 대한민국’은 어디로 사라지고 난데없이 ‘타국에서 삶’을 찾으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촛불정부에서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는 발언을 마주하는 국민들은 당혹스럽고 황당하기 그지없다”며 “청년과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는 커녕 이를 탓하고 탈조선을 조장하는 발언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걸림돌일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언급을 피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 김 보좌관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는 질문에 “잘 모른다”고 답했다.

앞서 김 보좌관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 간담회 강연에서 신남방 국가로의 진출을 독려하며 “‘헬조선’이라고 느끼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아세안 국가를 가보면 ‘해피조선’을 느낄 것”, “지금 50~60대는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 가거나 SNS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 인도로 가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 발언은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인도가 기회의 땅이라는 점이라 설명한 것으로 분석됐으나 박 전 대통령이 언급한 청년 중동 일자리 진출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 보좌관은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해피조선’ 발언에 대해 “현재 신남방지역의 한류열풍으로 인해 해당지역 10·20대들이 대한민국을 동경의 나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을 표현하면서 우리 젊은이들도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자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또 “50·60 세대인 박항서 감독처럼 신남방지역에서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맥락”이라며 “50·60 세대를 무시하는 발언이 결코 아니었다”라고 재차 해명했다.

최근 잇따른 악재에 직면하면서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 등 잇단 논란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데 이어 김 보좌관의 발언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

야권이 김 보좌관의 경질을 촉구하는 등 대대적인 대여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이 이번 사태의 파고를 넘지 못할 경우 정국 주도권은 한층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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