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적폐세력의 보복판결”..野 “댓글조작 해명하라”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구속으로 국회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심에서 법정 구속이 나온 것만으로도 정권 차원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이며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댓글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점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외교안보 정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여당은 법원 판결을 ‘보복성 판결’로 규정짓고 사법부와 전면전까지 선포한 반면 야당은 청와대를 겨냥하는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해명하라고 압박하는 분위기다.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지사는 지난 30일 드루킹 일당의 댓글순위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2년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보복성 판결’ 의혹을 제기했다. 김 지사의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인연을 이유로 보복성 판결이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은 합리적 법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판결이었다”며 “법과 양심에 따라야 할 판결이 보신과 보복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승태 적폐 사단이 벌이는 재판 농단을 빌미 삼아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고, 나아가 온 국민이 촛불로 이룬 탄핵과 대선 결과를 부정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맞서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권칠승 원내부대표도 “홍준표 전 경남지사 사례를 보면 1심에서 현직 자치단체장으로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법정구속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통상 양형 기준을 넘어서는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해 상식 이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담당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심사가 열리기 하루 전에 선고기일을 늦춘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며 “항소심에서 김 지사의 무고함이 밝혀질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날 김 지사가 수감된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사법개혁 의제를 주도해온 박주민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박범계·백혜련·송기헌·이재정·황희 의원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황 의원 외 전원이 법조인 출신이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과연 증거나 법리에 따라 이뤄진 판결인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며 “양형도 통상적인 경우와 상당히 차이가 있어 사실상 감정적인 판결이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성창호 판사는 양승태 비서실에서 2년간 근무한 적이 있고 사법농단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던 분”이라 지적하면서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을 향해 공세의 날을 세웠다.

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최측근인 김 지사의 댓글 조작 부분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지사가 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었음을 기억한다”며 “문 대통령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특검에 대해선 “당시 특검 수사는 그 대상에 있어 매우 제한돼 있었다”며 “핵심 인물인 백원우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선 검찰은 당시 수사를 유야무야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 부분에 대해 (백 비서관이) 관여한 부분은 명백히 다시 한 번 밝혀야 한다”고 했다.

또한 ‘사법세력 농단의 보복성 재판’이라고 반격에 나선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사법농단 운운하며 판사 개인과 사법부를 공격하고 있다”며 “치졸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대응은) 삼권분립의 헌법을 철저히 부정하는 일”이라며 “민주당은 판사 개에 대한 공격, 적폐 운운할 게 아니라 반성과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부는 이미 특정 정치 성향과 정치 편향을 띄는데 이제 사법부를 정부·여당이 주머니 안 공깃돌로 만들겠다고 선전포고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렇게 노골화할 경우 국민과 함께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김 지사의 법정구속을 두고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 의원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김 지사로부터 드루킹 일당에 대한 얘길 들은 적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사건의 몸통이 과연 누군지, 대통령이 알았는지를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께서는 국민적 의혹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소추특권을 활용해 수사를 피한다면 이는 인권변호사로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웠던 문 대통령의 소신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가 법정 구속된 가운데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는 선고 결과에 반발하며 해당 재판부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김 지사의 1심 선고가 있은 지 하루만인 31일 이 같은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참여자가 16만명을 넘어선 것.

앞서 30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시민의 이름으로 김경수 지사 재판에 관련된 법원 판사의 전원 사퇴를 명령한다’는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사법부는 과거의 구습과 적폐적 습관을 버리지 못한 채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상식 밖의 황당한 사법적 판결을 남발해왔다”며 “신빙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피의자 드루킹 증언에만 의존한 막가파식 유죄 판결을 내리고야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증거우선주의의 기본을 무시하고 시민을 능멸하며 사법부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한 심각한 사법 쿠데타”라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재판에 관련된 법원 판사 전원 사퇴를 명령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전날 “김 지사 판결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판결이다”며 “최종 판결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는 짧은 입장을 밝힌 뒤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사법부 신뢰를 강조하며 사법부 판결에 대한 입장을 자제해온 청와대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가 김태우·신재민 폭로 사건, 손혜원 무소속 의원, 한국당 장제원·송언석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 등의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김 지사의 법정구속 판결까지 더해지면서 정국은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문 대통령의 해명을 더한 한국당과 김 지사 판결을 적폐로 규정한 민주당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2월 국회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 지고 있는 실정.

결국 여야 협치가 필수인 각종 민생 및 개혁 법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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