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회사 매출을 책임졌던 반도체 부문이 전년 대비 대폭 하락세를 보였고 수익성 약화, 휴대폰 시장의 축소 등 시장 악재의 여파는 올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까닭.

게다가 자택공사비를 삼성물산에서 끌어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회사 안팎은 긴장감이 나돈다.

관련 계열사들의 압수수색은 물론 총수일가의 대대적인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30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나노시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4분기 부진에도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반도체 하락 등 올 상반기 ‘흐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2018년 4분기 매출 59조2700억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10.2%, 영업이익은 28.7% 각각 줄어든 숫자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9.5%, 영업이익은 38.6% 각각 줄었다.

2018년 연간으로는 매출 243조7700억원, 영업이익 58조8900억원으로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9.8% 증가했다.

삼성전자 측은 4분기는 메모리 수요 감소와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10%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18.2%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사업부문별로 보면 호조를 이어가던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급감했다. 매출은 18조75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4% 줄었고 영업이익 역시 7조7799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조8800억원이나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역시 매출 9조1700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97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300억원 줄었다.

반도체는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관련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영향으로 메모리 수요가 감소해 실적이 하락했고 디스플레이 패널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수익성 약화로 실적이 소폭 감소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IM(IT·모바일) 부문은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시장성장 둔화에 따른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로 실적이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1조51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7100억원이나 급감했다.

반면 TV와 생활가전 등을 주력으로 하는 CE(소비자가전) 부문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실적이 개선됐다. 매출은 11조79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6%늘었고 영업이익은 6800억원으로 전 분기와 비교해 1200억원 증가했다.

특히 QLED TV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약 세배 가량 늘었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 1분기의 경우 계절적 비수기로 인해 메모리와 OLED 수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무선은 갤럭시 S10 출시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TV와 생활가전은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연간으로는 메모리 약세 영향으로 실적이 지난해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나 하반기에는 메모리와 OLED 등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로 약 29조4000원을 집행했다. 사업별로는 반도체 23조7000억원, 디스플레이 2조9000억원 수준이다.

메모리의 경우 평택 반도체 라인 증설로 2017년보다 소폭 증가했으나 파운드리는 2017년 10나노 공정 신규 증설을 완료했고 OLED도 플렉시블 패널 생산능력 증설 투자를 마무리해 예년 수준으로 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부품 기술 혁신, 제품의 폼팩터와 5G 기술 차별화 등으로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AI·전장 관련 신규 사업을 강화해 지속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재용·이부진 ‘회삿돈 횡령’ 의혹 수사..정의당 고발 10여 일 만에 ‘본격화’

한편, 자택 보수공사에 삼성물산 돈을 끌어다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부회장과 이 사장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이는 정의당 고발 10여 일 만에 이뤄진 셈.

이와 관련, 최근 한 매체는 서울중앙지검이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에 해당사건을 배당하고 지난 22일 첫 관계자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앞서 정의당에 의혹을 제보한 곽상운 지스톤엔지니어링 대표는 삼성물산이 이 부회장과 이 사장 자택 공사비를 대납한 게 아니라는 삼성물산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넘긴 바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뉴시스>

사실 삼성 총수 일가와 조세범죄조사부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세범죄조사부는 지난해 3~12월까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 및 이 회장 자택 공사비 33억원을 삼성물산이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여오다가 최근 이 회장 건강을 이유로 기소중지로 결론냈다.

하지만 기소중지하고 약 열흘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 회장 때와 비슷한 수법을 활용한 총수 일가 자택 수리비 대납 의혹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속도를 내면서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당초 업계의 예상보다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각에선 배임의혹을 받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총수일가까지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은 연초부터 녹록치 않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부진 사장은 그간 호텔신라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리더십에 호평을 받고 있는 인물. 이재용 부회장은 다음달 5일로 항소심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만 1년을 맞이한다. 즉, 이날 발표된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은 구치소 문을 나선 후 받아든 첫 번째 성적표였다.

삼성家 남매가 나란히 ‘회삿돈 횡령’ 의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가뜩이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이 부회장의 얼굴은 어두울 수밖에 없는 현실.

이번 실적 발표로 다행히 경영능력은 인정받았으나 노조 와해 의혹, 경영권 승계 논란 등이 여전히 진행형인 상황에서 수사 리스크까지 겹치며 이 부회장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현재까지 검찰 수사 착수에 대해 (회사 내부적으로) 파악된 것이 없다”면서도 “향후 수사가 진행될 경우 관련 자료 제출 등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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