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글로벌 로하스 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선언한 ‘이효율호(號)’ 풀무원이 잇단 악재로 시름을 앓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오너경영을 마감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 ‘34년 최장기 근속자’ 이효율 대표가 새 수장에 올랐지만 이후 집단 식중독 사태와 주가 하락, 실적부진까지 이어지면서 녹록치 않은 성적표를 받은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풀무원에서 유통·판매하고 있는 ‘생가득 새알 동지팥죽’ 제품에서 쇳조각이 검출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풀무원의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한 모습이다.

더욱이 풀무원 측은 소비자가 원하지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로 이물질 관련 자진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하지만 식약처 측은 소비자 판단이 이물질 보고 유무와는 관련 없어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어 회사 측이 기본적인 이물질 대처에도 미흡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풀무원 측은 “시스템 상 쇳조각이 나올 수 없다”며 이물 유입 개연성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식중독 케이크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식품안전성 문제가 또 구설에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실정.

이렇다 보니 해외사업 진출을 통한 사세 확장에 몰두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식품 위생과 안전성은 뒷전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물론, 성과 지표 역시 뒷걸음질 치는 모습에 이 대표의 경영 자질론까지 대두되는 분위기다.

이효율 풀무원 대표 <사진=풀무원>

◆‘쇳조각 검출’ 풀무원, 자체조사 후 종결..식약처 신고 왜 안했나

1일 풀무원 및 일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 A씨가 ‘생가득 새알 동지팥죽’을 먹던 중에 음식물 안에서 쇳조각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해당 제품을 조리해 먹던 중 치아에 단단한 이물질이 씹혀 뱉어냈고, A씨가 뱉어낸 팥죽 떡 안에는 쇳조각이 들어있었다.

A씨는 “입안이 한동안 얼얼했고 머리가 멍했다”며 “바른 먹거리를 표방하던 풀무원 제품을 자주 애용했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 풀무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분노했다.

이 팥죽 제품은 한 푸드업체에서 제조하고 풀무원에서 유통·판매하고 있는 제품이다.

이와 관련, 풀무원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지난해 12월 말 소비가 클레임이 접수됐고,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소비자 클레임 접수 후) 자체조사를 진행했고 시스템상으로 나올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정상 (쇳조각이 검출될) 개연성이 없다”고 말했다.

쇳조각은 생산라인의 금속탐지기에서 감지되기 때문에 공정 시스템 상 나올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이어 “이 같은 내용(쇳조각 검출 개연성이 없다는 내용)을 소비자에게 설명했고, (소비자가) 회사 측 입장을 수긍하면서 원만하게 마무리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풀무원 측은 이번 이물질 검출과 관련해 식약처에 따로 신고하지 않았다. 고객이 원치 않아 식약처 조사 의뢰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입장.

그러나 식약처 측은 식품 이물질 보고와 관련, 풀무원 측과 다른 입장을 내놨다. 이물질 신고는 고객의 판단에 따라 그 여부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

식약처 관계자는 “3mm 이상의 유리, 플라스틱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이물의 경우 보고 대상 범위에 들어가 있으며, 이 대상에 속할 경우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이물에 대해서는 식약처에서 원인을 찾아 규명해야 한다”며 “소비자가 판단해 식약처 보고 여부를 결정지을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이물질 문제의) 재발방지 등을 위해서라도 공정 확인 및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풀무원 자체조사 결과만으로 공정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짓고 이물의 정확한 유입 경로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와 원만한 해결을 봤다는 부분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

물론 이번에 검출된 쇳조각이 식약처 보고 대상 범위에 속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보고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풀무원의 도덕성이나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풀무원 생가득 새알 동지팥죽 <사진=풀무원샵 홈페이지>

◆집단 식중독 사태에 실적 부진까지..이효율 체제 1년 성적표 ‘낙제’

더 큰 문제는 풀무원에서 식품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앞서 지난해 9월 풀무원 계열사인 풀무원푸드머스가 전국 10개 시·도의 학교에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케이크를 유통시켰고, 이로 인해 학생 2200여명이 식중독 의심 증상을 호소했다. 

당시 푸드머스 측은 공식 사과와 함께 식중독 의심환자 치료비와 급식중단 피해 보상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풀무원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두부, 콩나물 등 풀무원 공산품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결국 ‘바른 먹거리’를 경영 이념으로 강조해 온 풀무원에서 잇따라 품질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는 분위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풀무원 수장인 이 대표에게 쏠리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월1일 회사를 33년간 이끌어온 남승우 전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풀무원을 이끌 새 수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풀무원은 1984년 창사 이래 33년간의 오너 경영시대를 마감하고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그는 풀무원의 법인 설립 전인 1983년 ‘사원 1호’로 입사, 34년간 ‘최장기 근속’하며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국내 최초 유기농산물 판매점에 불과했던 풀무원을 한국 대표 식품 브랜드로 성장시킨 1등 공신으로 꼽히지만 취임 후 연이은 잡음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대표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전문경영인 체제에 들어선 풀무원의 지난 1년간 성적표는 우울하기 그지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60억609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나 축소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5861억8892만원으로 2.1%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00억7757만원으로 30.2% 감소했다.

누적 기준으로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3.32%, 48.79% 감소한 298억1803만원, 135억2306만원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월1일 17만9500원이던 풀무원 주가는 1일 종가 기준 8만3900원까지 떨어졌다. 1년1개월 만에 53.25%가 급감하면서 주식은 반토막난 셈.

업계에서는 이 같은 주가부진 원인으로 앞서 불거진 식중독 케이크 사태와 해외법인의 실적 부진 등을 꼽고 있다.

실제로 풀무원식품 미국법인인 풀무원U.S.A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202억8999만원의 순손실을 냈고 중국법인인 상해포미다식품유한공사와 북경포미다녹색식품유한공사도 각각 14억7183만원, 16억949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난 후부터 풀무원에 각종 악재들이 겹치면서 그의 경영 능력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형국이다.

◆글로벌 사세 확장에 ‘바른 먹거리’ 기업 이념은 뒷전?

한편, 풀무원은 지난해 5월 글로벌 로하스 기업 도약을 선포하고 2005년 이후 13년 만에 CI도 리뉴얼했다.

당시 CI선포식에서 이 대표는 “새 CI는 풀무원의 핵심상징은 유지하면서도 색채를 진하게 하고 글자체를 단순화해 풀무원이 하나의 로하스 미션 아래 글로벌 기업으로 힘차게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가 전문경영인체제로 변화하는 대전환기를 맞아 로하스미션을 더욱 강화하고 구체화해 세계 속의 글로벌 로하스 기업으로 당당하게 도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같은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 대표가 “향후 동남아와 유럽까지 진출하는 글로벌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과 같은 맥락.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현지 법인들이 적자행진을 끊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사세 확장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가 미래먹거리를 찾아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바른 먹거리’를 지향하는 회사에서 가장 핵심인 ‘품질 경영’은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내수 한계가 있어 많은 기업들도 글로벌로 눈을 돌려 사업을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해외 사업이 쉽지 않은 것도 있고, 현재 (해외사업) 안정화를 위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자리를 잡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