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규제:텀블러·머그컵 등 이용 증가→환경보호 앞장서는 착한 소비 자세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옆집으로 이사 온 B씨가 문 앞에 내놓은 일회용품 용기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 B씨가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는 것은 A씨에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다만 음식을 먹고 난 후 B씨가 내놓은 일회용품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국물 등 액체가 새고 복도 전체에 악취까지 퍼져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 이를 참지 못한 A씨가 문 앞에 쓰레기를 두지 말라고 정중하게 요청했으나 B씨는 “다음날 출근하면서 버리는데 뭐가 문제있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였다. A씨 역시 일주일에 1번 이상 배달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다. 혼자 먹기 편리하고 밖으로 나가는 것보단 시간도 절약되기 때문에 자주 애용하고 있는 실정. 하지만 배달음식 업체들의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불편함까지 겪게 되면서 정부가 일회용품 등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난해 8월1일부터 커피전문점 등 식품접객업소에서의 일회용컵(플라스틱) 사용금지에 대한 제재가 시행된 가운데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사장이 안내문구를 적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본격적으로 일회용품 규제에 나서며 친환경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일회용품 사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눈앞의 편리함보다 환경을 먼저 살피려는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일회용컵 사용량, 올해 40억개로 줄인다

정부가 커피 전문점의 일회용컵 사용 제한 등을 통해 올해 안으로 일회용컵 사용량을 연간 40억개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환경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9년도 자연환경정책실 세부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업무계획에 따르면,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일회용컵을 포함한 ‘일회용품 사용 저감 로드맵’을 마련한다.

이에 따라 일회용컵의 연간 사용량은 2015년 61억개에서 올해는 40억개로 감소할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커피 전문점에서 테이크아웃이 아닌데도 일회용컵을 쓰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 등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에 나선 바 있다.

당초 환경부는 2022년까지 일회용컵 사용량을 40억개로 줄일 계획이었으나 각종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통해 목표 달성 시점을 올해로 3년 앞당기기로 했다.

또한 환경부는 전국 폐기물 처리업체 사업장에 방치된 폐기물인 ‘방치폐기물’ 65만8000t의 약 20%를 올해 말까지 행정대집행 등을 통해 처리할 예정이다. 특히 2022년까지 ‘방치폐기물 제로화’를 달성한다는 게 환경부의 목표다.

환경부는 최근 국내 폐기물의 필리핀 불법 수출로 불거진 불법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기물 처리 시스템 전반의 공공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폐기물 선별장과 소각시설 등의 공공 처리 용량을 적정 수준으로 확대하는 종합계획을 올 상반기 중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민간 영역에 상당 부분 맡겨진 재활용 시장에 대한 공공 차원의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전국에 방치되거나 불법 투기된 폐기물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처리 계획을 수립해 이달 중 발표할 방침이다.

제조업을 포함해 폐기물 배출량이 많은 업종의 사업장 약 3300곳에 대해서는 사업장별 ‘자원순환 목표’를 올해 처음으로 부여해 배출량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업무계획에는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녹색산업을 육성해 연간 수출액 10조원을 달성하고 일자리 2만40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통합 허가로 신시장 창출 ▲녹색금융 강화 ▲환경융합 거점 단지 조성 ▲신기술·신산업 육성 ▲녹색산업 수출 확대 ▲녹색소비 확산 등 6개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올해 안으로 국내 5대 발전 공기업을 대상으로 통합환경관리제도에 따른 허가를 완료한다. 통합환경관리제도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대규모 사업장의 허가를 통합해 간소화하고 연료·공정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에 5대 발전 공기업은 올해 총 5000억원의 환경설비 투자를 하고 미세먼지를 포함한 오염물질 배출량을 약 25% 감축한다.

환경부는 녹색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미래환경산업펀드를 86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금융기관에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해 친환경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일반 금리보다 0.3∼1.7%포인트 낮은 금리의 대출을 제공한다.

이 밖에 미세먼지와 폭염을 포함한 도시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생태휴식공간과 어린이 생태체험공간을 조성하는 도시생태 복원사업 대상 지역을 40곳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또 개발과 환경보전의 균형을 위해 환경부의 2020∼2040년 ‘국가환경종합계획 수정계획’과 국토교통부의 ‘국토종합계획’을 처음으로 상호 연계해 수립할 계획이다.

스타벅스는 빨대 없는 리드 도입 이후 월 평균 사용량이 1500만개에서 750만개로 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스타벅스>

# 일회용컵 사용규제 반년, 얼마나 달라졌나

지난해 8월 정부의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규제 이후 반년이 지난 현재 카페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9명이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실제 카페 알바생들이 가장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설거지가 많아졌다’(69.8%)는 것이고 긍정적인 변화로는 ‘매장 내 쓰레기 감소’(37.2%)와 ‘개인 용기를 들고 오는 손님의 증가’(36.0%)가 있었다.

알바몬에 따르면, 최근 카페에서 근무하고 있는 알바생 1434명을 대상으로 카페알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규제 이후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응답은 12.2%, 10명 중 1명꼴에 그쳤다.

카페 알바생 대부분이 일회용컵 사용규제에 따른 변화를 느끼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복수응답, 이하 응답률) 1위는 ‘설거지가 많아졌다’로 69.8%의 압도적인 응답률을 보였다.

2위는 ‘일회용컵을 요구하는 매장 내 손님과의 실랑이가 많아졌다’(37.4%)가 차지해 상당수의 카페 알바생이 일회용컵 규제 후 업무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매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줄었다’는 응답이 37.2%로 적지 않았으며 ‘텀블러, 보냉병 등 개인용기를 가지고 오는 손님이 늘었다’(36.0%)는 응답도 있었다.

이 밖에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오는 등 주문은 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노오더족이 늘었다’(18.0%)는 응답도 나왔다.

아울러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해 11월 빨대가 없는 리드(뚜껑)를 전국 매장에 도입한 이후 월평균 빨대 사용량이 도입 이전 대비 5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는 아이스 음료 중 휘핑크림이 없는 음료, 섞거나 저어 마시지 않아도 되는 음료에는 빨대 없는 컵 뚜껑을 적용해 빨대 사용을 줄여왔다. 또 기존 상시 비치하던 빨대를 필요한 고객에게만 증정해 일회용 빨대 줄이기에 앞장서왔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지난해 새로운 리드 도입 이전 월평균 약 1500만개가 사용됐던 일회용 빨대가 절반 수준인 월평균 약 750만개로 감소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스타벅스는 상대적으로 빨대 사용량이 많은 하절기에는 빨대 없는 리드 제공을 통해 더 많은 일회용 빨대가 감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70% 이상 빨대 사용량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 행사에서 시민들이 에코백을 살펴보고있다. <사진=뉴시스>

# 일회용품 규제에 텀블러·에코백 등 착한소비 급증

한편, 최근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텀블러나 장바구니 등 일회용품을 대체할 친환경 제품들이 뜨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지난해 12월3일~1월2일)간 텀블러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컵 등 테이크아웃용 컵의 매출이 줄어든 반면 머그컵의 매출은 18% 신장했다.

이는 정책 시행 후 소비자들은 텀블러를 많이 구매해 사용하고 커피전문점 운영자들은 그간 대량으로 구매해오던 테이크아웃용 종이·플라스틱 컵 주문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일회용 비닐봉지 구매가 줄고 장바구니 사용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같은 기간 비닐봉지 판매는 4% 감소했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에코백(36%)이나 타포린 소재로 만든 가방(51%) 판매량은 크게 늘었다.

올해부터 적용된 대형 마트와 대형슈퍼마켓의 일회용 비닐봉지 제공 금지정책에 따라 장바구니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 에코백과 타포린백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매장 옥션에서도 친환경 제품의 소비는 증가했다. 텀블러 판매는 21% 늘었고 머그컵은 10%, 에코백은 20% 각각 매출이 올랐다.

이처럼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와 함께 소비자들의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면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 심리가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면서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은 배달음식이나 푸드트럭 등에 대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아 일회용품을 줄이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활 곳곳에서 편리함을 이유로 필요 이상 무분별하게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게 현실이지만 개인이 생활 속 작은 부분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또 정부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 등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